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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1
지역의 기록과 탐구가 풍요로운 지역문화를 만든다.1)
: 문화진흥에 있어 지역학의 역할과 과제
글_노영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여가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지역의 위기와 대응, 그리고 지역학의 역할
우리나라의 도시와 지역은 위기와 기회, 이 두 가지 상황 모두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위기는 많은 지역이 인구감소․고령화와 같은 인구․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경기침체와 경제재구조화로 인한 기능쇠퇴로 쇠락과 축소의 위기이다. 반면 이런 상황에서 기회는 위기에 대응하여 정부의 노력과 관련 정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예컨대 지방분권과 자치, 그리고 균형발전이 국가적인 목표가 되고 있으며 문화도시 선정․지원, 도시재생뉴딜 등 관련 정책 또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대구광역시 야경 (사진출처 : 대구광역시 홈페이지)
과거의 지역 변화가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과소지역의 출현과 지역 간 격차 심화라고 한다면, 현 시점 혹은 미래에 전개될 지역의 변화는 수도권 집중 현상의 지속화와 함께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지방은 농촌과 도시의 구분 없이 축소 내지 소멸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과거와 같이 국가 중심의, 다소 강제적이고 인위적인 기능재편으로 이러한 지역의 위기가 쉽사리 극복될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재의 지역위기는 그간 국가와 시장이 성장과 효율성의 명분으로 전개한 다양한 시도들로 인해 유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안적 지역발전은 공동체의 원리를 국가영역과 시장영역에 관철시키는 것으로, “공동체의 원리와 민주주의의 철학에 의거하여”(김영철, 2012)2)지역사회를 재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견지해야 할 대안적 지역발전의 가치는 첫째, 차이의 인정과 차별성의 확보, 둘째, 재지역화(relocalization), 셋째, 공공성의 확보라 할 수 있다. ‘차이의 인정과 차별성의 확보’는 기존의 국가주의와 시장지배에 대한 저항으로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발전경로의 개척을 의미한다. ‘재지역화’는 기존 권력구조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자율과 자급, 자치를 통해 쇠퇴하는 지역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끝으로 공공성의 확보는 주민 자치와 소통을 통한 위기에 대한 대안 강구와 가치실현이라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대안적 지역발전의 가치 실현은 지역에 대한 정보와 지식의 축적, 지역 환경 및 주민의 삶에 대한 탐구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그리고 지역학 혹은 로컬리티연구는 지역의 역사․문화, 주민생활에 관한 기록과 연구를 의미하므로, 새로운 지역발전의 가치 실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학과 문화정책간의 관계
지역학이 지역발전 실현에 있어 실천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공공정책과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한데, 특히 문화정책과의 결합이 요구된다. ‘문화’는 광의적으로 인간 생활양식의 총체이고, ‘지역학’이 지역에 뿌리내린 사람과 공동체의 삶의 흐름, 그것들이 만들어낸 유무형의 자산을 조사․연구하는 학문이라면 문화정책은 ‘지역학’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역의 현실진단과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일련의 조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학은 ‘문화정책’을 통해 학문을 넘어 실천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지역의 문화정책은 ‘지역학’을 통해 지역의 문화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받음으로써 정책의 구체성과 실천성이 담보할 수 있다.
<지역학과 문화정책의 선순환 관계 모형> (출처 : 노영순․이상열(2018), 지역쇠퇴에 대응한 지역학의 역할과 문화정책적 접근에 관한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p. 141)
지역학과 연계한 대구 문화정책의 과제
대구는 1985년 ‘지방사회연구회’가 전국 최초로 조직되어 지역연구를 시작하였고 이를 계기로 다른 지역의 지역학 연구를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대구경북연구원에 ‘대구경북학센터’가 설치(2005년)되어 대구와 경북을 연결한 지역학 연구가 추진되고 있으며, 2018 4월에는 민간주도로 사단법인 ‘대구학’이 창립되어 대구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사단법인 ‘대구학’은 철학․역사․문학․미술․음악․공연․문화․지리․교육 등 여러 전공분야를 규합한 연구단체로, 문화․예술분야 연구의 비중을 높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향후 ‘대구학’의 정착과 지속적 연구, 그리고 문화정책과의 연계를 통한 실천력 확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대구본청 및 자치구) 차원의 정책개발 및 지속적 지원이 요구된다.
현 시기 대구광역시가 지역학육성과 연계한 문화정책의 추진을 위해 검토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학 진흥, 그리고 공공정책과의 연계에 관한 제도적 환경 구축이다. 지역학 진흥에 대한 중앙정부의 근거 법률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독자적으로 관련 조례를 마련하여 지역학 육성을 도모하고 있다. 아쉽게도 대구광역시, 그리고 관내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는 관련 조례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대구광역시 차원의 지역학 조례를 제정하여 관 내 다양한 지역학 관련 연구 및 정책 사업의 안정적․체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지역학 관련 지방자치단체 조례 현황 >
지역학 관련 지방자치단체 조례 현황
구분 조례명 제정 시기
지역학 진흥 광주광역시 호남학 진흥 조례 2012 제정(2017 폐지)
경기도 용인시 용인학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5 제정
부산광역시 부산학 진흥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7 제정
기관ㆍ조직 설치 및 운영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학연구센터 설립 및 지원 조례 2013 제정
강원도 강원학연구센터 설립 및 지원 조례 2017 제정
재단법인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 및 지원 조례 2017 제정
민간기록물 수집ㆍ관리 제주특별자치도 민간기록물 수집 및 관리에 관한 조례 2011 제정
전주시 민간기록물 수집 및 관리에 관한 조례 2016 제정
(출처 : 자치법규정보시스템(www.elis.go.kr) 검색을 통해 저자 작성)
둘째, 대구의 역사와 지리, 문화예술 등 제반 인문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화와 이의 체계적인 관리․활용을 위한 아카이브(archive)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대구는 우리나라 근대사 그리고 문화예술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이와 관련된 각종 사료와 기록물들의 수집․관리․활용이 상대적으로 미진했다는 평가는 받고 있다. 따라서 근현대 역사 및 문화유산, 그리고 문화예술에 관한 각종 기록, 사료 및 작품 등에 관한 기록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① 기록인력, 특히 구술인력의 양성3), ② 지역의 다양한 자료를 소장한 주요 기관(도서관․박물관․지방문화원 등)간의 협력과 주요 자료의 통합관리체계 마련, ③ 디지털아카이브구축 및 도서관․아카이브․박물관 기능이 결합된 대구대표박물관 건립 등을 적극 검토하여 지역사회와 시민의 기억, 삶의 흔적을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수집․관리․활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역학(혹은 지역기록)과 연계한 문화예술사업과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의 추진이다. 지역의 기록과 이에 대한 탐구의 결과는 도시문화의 정체성 확립 및 지역 문화예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콘텐츠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대구의 UNESCO 공연문화도시 사업 추진(창작오페라나 뮤지컬 제작)이나 OSMU(One Source Multi Use)에 기반한 대구 문화산업 육성에 대구학 연구에서 발굴된 각종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도시재생의 중요한 목적이자 수단으로 ‘문화’가 강조되고 있는 바, 대구 도시재생사업에 지역학과 기록문화를 적극적으로 결합할 필요가 있다. 대구 중구의 ‘북성로 공구거리’ 재생사업4)은 이러한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졌으며 대구가 보유한 매우 소중한 경험이자 문화적 자산이다. 이러한 성과를 향후 대구에서 추진될 도시재생뉴딜과 문화도시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권상구 외(2014), 도시아카이브 – 창조적 도시재생을 위한 장소의 기록과 기억의 재구성(창조적 도시재생 시리즈 57), 국토연구원
  • 김영철(2012a), 복지 담론의 규범적 조건으로서의 공동체 속성 – ‘the social’과 ‘the common’의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사회과학연구 31(2), pp. 7-21
  • 노영순․이상열(2018), 지역쇠퇴에 대응한 지역학의 역할과 문화정책적 접근에 관한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 1)본 고는 ‘노영순․이상열(2018), 지역쇠퇴에 대응한 지역학의 역할과 문화정책적 접근에 관한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주요 내용과 관련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것입니다.
  • 2)김영철(2012a), 복지 담론의 규범적 조건으로서의 공동체 속성 – ‘the social’과 ‘the common’의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사회과학연구 31(2), pp. 7-21
  • 3)서울특별시에서는 마을 단위 기록물을 작성․관리하는 마을기록가 양성을 퇴직 이후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는 ’50+ 세대’와 연계하여 2018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 4)대구 중구의 기록화 전략과 아카이브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지역 실정에 적합한 모형을 실험하며 원도심 재생전략을 구상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권상구 외, 2014, 도시아카이브-창조적 도시재생을 위한 장소의 기록과 기억의 재구상(창조적 도시재생 시리즈 57), 국토연구원, p.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