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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질문이 당신의 삶에 힘이 되기를
아울러 ‘사람도서관’ 이야기
글_박성익 아울러 대표
사람도서관이란?
사람도서관은 덴마크 ‘로니에버겔’이라는 한 사회활동가의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대두되고 있는 사회소수자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죠. 사람들이 서로가 가진 오해와 편견 특히나 소수자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었죠. 결론은 서로 만나게 하자! 그리고 함께 대화를 나누자! 로 이르게 되었습니다.
사람도서관 ‘아울러’ 슬로건 : 당신의 마음의 무기를 만들어 드립니다.
사람도서관은 한 강사가 대중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4-5명의 소수의 사람들이 둘러 앉아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 언론이나 타인을 통해 접하다가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 사람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장이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더 많은 나라에서 사람도서관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국회도서관에서 최초로 실행이 되었으며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 라는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더 한국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다양한 기관에서 취업, 진로, 공감 등 다양한 주제로 사람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람도서관의 시작
유럽여행을 다니고 있을 때 한분이 저에게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 라는 책을 빌려 주셨습니다. 몇 장 읽어야지 했는데 책을 펼치고 하루 만에 책을 다 읽어 버렸죠. 저 또한 사람을 만나고 대화 나누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기에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사람책들의 이야기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사람도서관 프로그램이라면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제가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자극을 받았듯이 그 경험 또한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덮으며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도 사람도서관을 열어봐야겠다는 결심을 여행 중에 하게 되었죠.
사람도서관 ‘아울러’
당시 대학생이었기에 지인의 도움으로 학생회실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책 역할을 제안 드리고 첫 사람도서관을 2011년 4월 1일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만우절이라 오시는 분들이 오해를 하셔서 망할 뻔 했지만 성황리에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이 끝나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모임이 지난 이후에도 서로 연락을 나누고 또 다른 활동을 공유하는 등 본인이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영역의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죠. 처음엔 취미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프로그램이 회차를 거듭 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이 이어지며 규모와 대상 횟수는 점점 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의 업이 되었지요.
아울러의 고민, 누가 사람책이 될 수 있나요?
사람도서관을 운영하던 중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사람도서관에 참가한 사람들이 프로그램이 끝났을 무렵 구독자 본인도 자신의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다 하시기에 저는 당연히 다음 회 때 사람책 자리를 제안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다들 똑같은 이유로 거절을 하셨습니다. 본인 인생이 특별하지 않아서 누구 앞에서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그럼 어떤 경험이 있어야 이야길 할 수 있냐고 여쭤보니 상을 받거나 학벌이 좋거나 여행을 다녀왔거나 큰 사건이 있었거나 등 강렬한 경험 없이는 남들 앞에서 이야기 할 소재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 앞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본인 인생은 평범하다,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답답하면서도 오기가 들었습니다.
사람도서관 ‘아울러’ 사람책

누구나 다 남들에게 들려줄만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하게 된 작업이 인터뷰인데요. 타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 자신이 전할 이야길 사전에 정리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사람책을 하고 싶었지만 소재가 없었다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막상 이야길 꺼내보니 의미 있고 소중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이야길 되돌아보고 정리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저만 듣기에 아까운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다행히 이야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도 전달할 이야기가 명확해지니 사람책으로 참여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인터뷰 과정을 거쳐 사람책으로 등록된 분이 현재까지 약 350명에 이릅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참가한 사람책 분들이 남들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해본 경험은 거의 없는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는 어르신, 청년, 청소년들의 이야기라는 점인데요. 과연 그들이 듣는 구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도 많이 받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사람책이란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기에 많은 분들이 모임이 끝났을 무렵 ‘그럼 나는 어떤 순간이 의미가 있었는가? 행복했는가? 등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이 사람도서관과 강의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2018년 대구한의대학교 사람도서관, 대학생이 사람책이 되다.
아울러의 목적 회복탄력성

아울러가 다른 사람도서관과의 가장 큰 차별 점은 자체적으로 사람책을 발굴하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아울러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도서관 뿐만 아니라 대학교 기관등과도 협업을 해서 더 다양한 분들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초반 인터뷰 과정에서 자주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 경험에서 부정적 기억은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정리하는 방면, 긍정적인 기억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작게 기억하는 경향을 많이 보았었죠. 하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부정의 경험이 부정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만들게 되거나 오히려 배우고 성장했던 경험들과의 연결고리를 알게 되면서 즉 자신의 아픔을 재해석하는 장면을 자주 보곤 합니다. 아픔은 지우려고 해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과 의미부여를 통해 치유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도서관
아울러의 지향가치는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데요. ‘고난이나 역경으로부터 점프업 하는 힘’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 삶을 정리, 나열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위기를 극복해낸 순간, 삶의 원동력을 찾는 것이 사람책의 목표입니다. 보이는 틀은 사람도서관이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간에 자신의 원동력을 발견하고 나눌 수 있는 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가족
2011년 4월 1일을 시작으로 올해로 벌써 8년차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한 번씩 알게 해주는 순간이 있는데요. 3년 전 대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정리 한 뒤 인근 고등학교로 가서 사람도서관 프로그램 운영을 한 적이 있었죠.
사람책 토크쇼
그때 당시 대학생 언니의 이야기를 들었던 고등학생이 올해 과거 사람책 활동을 한 언니와 같은 대학으로 진학을 하고 이제는 본인이 사람책이 되고 싶다며 프로그램에 참가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11년도에 함께 프로그램에 참가한 중학생 친구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거나 군대 갈 나이가 되어 다시 찾아오고, 당시 사람책으로 활동하던 대학생 친구들은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생겼다며 한 번씩 아울러로 찾아오곤 합니다. 저는 농담으로 축의금 내라하고, 밥사달라고 연락하는 거냐고 물어보면 상대방은 인생의 주요 변화점 마다 왠지 아울러에 보고를 해야 할 것만 같다고 합니다. 한 번의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연이 이어지는 걸 확인하는 순간 아울러를 운영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아울러를 통해 혈연, 지연, 학연을 넘어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