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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_릴레이기고#3
나는 대구 청년예술가다!
글_김영현 STUDIO1750
2015년 대구에서의 처음 작가활동은 봉산문화회관에 공모를 지원하면서부터였다. 기대와 설렘으로 대구를 방문하여 봉산문화회관의 지원하게 될 유리 상자 전시장을 탐방하였다. 공모에 지원하기 전 전시장과 주변의 특성, 크기, 높이 등 노트에 정확히 기재한다. 공모전을 준비하는 첫 단계이다.
첫 번째 인상
공모신청 후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하여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손진희 작가와 봉산문화회관으로 이동했다. 면접시간은 7분, 그 시간동안 작업계획과 이전작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었고, 질의응답 등으로 빠르게 진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5년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전시 전경
두 번째 인상
면접이 끝난 후, 정신을 차려보니 같이 면접 본 작가들과 봉산문화회관 관계자 분들 그리고 면접관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나와 같이 면접 본 작가들은 나와의 경쟁자이자 동료. 이런 느낌이랄까. 어려운 자리였던 걸로 기억되지만 식사를 하며 어떤 작업을 하는지 어떤 식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요즘 어떤 작업이 좋더라는 등, 이런저런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세 번째 인상
2차의 인터뷰심사를 통과해 2015 유리 상자-아트스타에 참가하게 되었다. 2015년 9월 8일 STUDIO 1750 (김영현, 손진희)+정혜숙은 설치를 하러 봉산문화회관을 찾았다. 처음 우리를 반기는 분은 정 종구 선생님이셨다. 인사를 나누고 짐을 풀려하니 짐은 언제 오냐고 물으셨고 “다 왔습니다”라고 하자 놀라시는 눈빛이었다. 우리의 작업은 부드러운 소재를 활용하여 바람을 집어넣으면 크기가 변하는 유동적인 작업이다. 이때 사용한 재료는 야채비닐과 송풍기 그리고 종이류였고 관객이 들어오지 않는 전시장이기에 아주 적합한 재료라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작가들이 설치할 때 트럭을 대동하여 작품들을 이동했을 거다. 그러나 우리의 작업은 작은 부피를 부풀려 큰 크기로 만들거나 조립할 수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소형승용차로도 이동이 가능한 설치 작품이었다.
2017년 03월 봉산문화회관 GAP전
네 번째 인상
설치를 진행하고 있을 때 대학 2학년 처음으로 키네틱아트라는 것을 가르치던 안 수진 선생님이 제4갤러리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고 계셨고, 우리는 잠시 그 자리에 참석했다. 우리를 기억하셨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씀하셨다. 20년 전 제자와 같은 공간에서 전시를 한다는 것에 말이다.
두 번째 대구에서의 전시
2016년 겨울, 경북 대학교 미술관에서 연락이 왔다, 봉산문화회관 전시를 보고 연락했다고, 전시를 기획 중인데 참여를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많은 고민에 빠졌다 경북 대학교 미술관 전시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설치 장소와 여건 등이 작가에게 좋은 조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작업을 좋아해주는 분들의 요청이라, 그리 바쁜 일이 없던 터라 전시참여를 결정하였다.
2017년 1월 추운날씨에 작품설치 날 학예사 선생님들과 학교 앞에 있는 ‘팰럿이’라는 일본식 함박스테이크집에서 점심을 하게 되었다. 부부가 운영하는 자그마한 식당이었다. 가정식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했고 너무 맛있게 먹었다. 지금도 가끔씩 그 식당의 함박스테이크가 생각난다.
2017년 1월 5일 경북대학교 미술관 전시 전경
세 번째 대구 전시

2017 봄, 봉산문화회관 정 종구 선생님의 연락이 왔다. GAP(Glass Box Artist Project) 전시를 기획하셨고, 유리상자를 걸쳐간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데 이번에 같이 했으면 한다고 하셨다. 봉산문화회관 전시는 그곳을 거쳐가는 작가로서 참여의사를 확실히 했다. 대구를 우리와 연결해주는 통로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 봉산문화회관의 기획이기 때문이다.
봉산문화회관 전시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대구에 활동 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되었고 이때 함께 전시를 준비했던 작가님들과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7년 여름, 2015년 봉산문화회관에서 면접 볼 때 처음 마주했던 윤규홍 기획자님이 연락이 왔다. 대구에서 전시를 기획하는데 함께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좋은 전시 기획에 참여하는 것도 좋았지만 장소에 맞는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첫 번째 미팅에 함께 전시할 작가들과 만남이 있었고, 대학 선배와 전시를 함께 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선배는 대구예술발전소를 소개해 주었고 그곳에 단기작가로 입주예정이라 했다.

1. 2017년 8월 11일 수창맨션 1차 미팅 현장2. 2017년 10월 17일 대구 수창맨션 작품 준비

전시 장소는 ‘수창맨숀’이라는 대구예술발전소 건너편 옛 KT&G 구 사옥이였다, 이 공간이 젊은 작가들의 창작 거점이 될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전시공간 답사가 이어졌다. 아직 정리가 덜 되어있는 인테리어 설비 그리고 옛 느낌을 그대로 유지한 건물 외곽 페인트 등 인상적인 장소였다. 그중 우리는 A동 3층 발코니에 집중했다. 그곳에 어떠한 조형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갓 대학을 졸업한 작가 군들이 머문다 하니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젊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많은 작업과 활동을 활발히 하여 한걸음 더 발전하는 작가가 되는 모습을 상상하였다. 그 결과 개천에 용 난다는 말이 떠올랐다.

두 번째 미팅은 참여 작가님들과 공간 분할 및 어떠한 작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였다. 우리는 실외 및 실내에도 여러 작품을 놓고 싶었지만 다른 작가님들에게 서로 방해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작품을 구상했다. 발코니를 이용한 공기 조형물 2점 그리고 실내에 설치될 공기조형물 2점을 선정 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여럿이 참여하는 전시였기에 전체적인 공간 구성이 어울려야 했다.

어느덧 설치 날이 다가왔다. 추운 날씨로 기억된다. 발코니에 메기를 닮은 용의 형태의 공기조형물을 설치를 마치고 실내에는 용의 내부로 들어온 듯한 장기 (臟器)형태의 공기조형물을 설치했다. 이렇게 이 전시는 설치는 계획대로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 한통이 왔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공기조형물이 날아갔다는 내용이었다. 작가의 입장에서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 설치해놓은 작품이 강풍에 건너편 초등학교까지 날아갔었고 때마침 학교에 있던 초등학교 학생들이 작품을 주워서 가져다주었다 했다. 당장 전시 장소로 이동하여 어떠한 상태였는지 파악을 하였다. 작품이 떨어지면서 파손이 있었고 파손한 것은 다시 수리 하고 더 강력한 밧줄을 이용해 설치를 마무리 했다. 이 전시를 통하여 외부 전시를 할 때는 많은 이변이 생기기 쉬우니 미리미리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걸 체감했다.

1. 2017년 수창맨션 전시 내부 사진2. 1. 2017년 수창맨션 전시 사진
2018년 봄, 대구예술발전소 작가 응모에 참가하여 3개월 단기작가로 입주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대구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해봐야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처음 입주 하던 날 날씨는 너무 좋았고 작업실은 넓고 깨끗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생각했던 것 보다 빠르게 지나갔고 6월 20일 <‘평행정원’ STUDIO 1750> 개인전을 예술발전소 1층 전시실에서 진행했다. 짧은 시간이라 입주기간동안 작업실에서 작업만 했던 기억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래도 작업을 위해 자주 찾아갔던 서문시장 천 가게, 지하에 위치한 손바늘질 가게 등 매번 방문할 때마다 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그렇게 대구는 나에게 에너지 넘치는 장소다.
그리고 대구예술발전소는 설치 미술을 하는 작가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는 장소이다. 적어도 우리(STUDIO 1750)에게는 그랬다. 예술발전소 뒤쪽으로 재료상가와 공구상가 그리고 서문시장, 덤으로 편리한 대중교통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의 장소로 좋은 기억들이 너무 많다.
1. 2018년 대구예술발전소 STUDIO1750 개인전 엽서
2. 2018년 대구예술발전소 STUDIO1750 개인전 전시준비 사진
3. 2018년 대구예술발전소 입주작가 개인전 전시전경

2015년 처음 대구에서 전시를 하고 2018년 레지던시를 거쳐 대구에 많은 활동을 한 것 같다. 그 역할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은 봉산문화회관 유리 상자 프로그램 덕분인 것 같다. 지금도 많은 작가들에게 대구의 봉산문화회관의 전시,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대구문화재단과 봉산문화회관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