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추운날씨에 작품설치 날 학예사 선생님들과 학교 앞에 있는 ‘팰럿이’라는 일본식 함박스테이크집에서 점심을 하게 되었다. 부부가 운영하는 자그마한 식당이었다. 가정식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했고 너무 맛있게 먹었다. 지금도 가끔씩 그 식당의 함박스테이크가 생각난다.
2017 봄, 봉산문화회관 정 종구 선생님의 연락이 왔다. GAP(Glass Box Artist Project) 전시를 기획하셨고, 유리상자를 걸쳐간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데 이번에 같이 했으면 한다고 하셨다. 봉산문화회관 전시는 그곳을 거쳐가는 작가로서 참여의사를 확실히 했다. 대구를 우리와 연결해주는 통로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 봉산문화회관의 기획이기 때문이다.
봉산문화회관 전시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대구에 활동 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되었고 이때 함께 전시를 준비했던 작가님들과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7년 여름, 2015년 봉산문화회관에서 면접 볼 때 처음 마주했던 윤규홍 기획자님이 연락이 왔다. 대구에서 전시를 기획하는데 함께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좋은 전시 기획에 참여하는 것도 좋았지만 장소에 맞는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첫 번째 미팅에 함께 전시할 작가들과 만남이 있었고, 대학 선배와 전시를 함께 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선배는 대구예술발전소를 소개해 주었고 그곳에 단기작가로 입주예정이라 했다.
전시 장소는 ‘수창맨숀’이라는 대구예술발전소 건너편 옛 KT&G 구 사옥이였다, 이 공간이 젊은 작가들의 창작 거점이 될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전시공간 답사가 이어졌다. 아직 정리가 덜 되어있는 인테리어 설비 그리고 옛 느낌을 그대로 유지한 건물 외곽 페인트 등 인상적인 장소였다. 그중 우리는 A동 3층 발코니에 집중했다. 그곳에 어떠한 조형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갓 대학을 졸업한 작가 군들이 머문다 하니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젊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많은 작업과 활동을 활발히 하여 한걸음 더 발전하는 작가가 되는 모습을 상상하였다. 그 결과 개천에 용 난다는 말이 떠올랐다.
두 번째 미팅은 참여 작가님들과 공간 분할 및 어떠한 작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였다. 우리는 실외 및 실내에도 여러 작품을 놓고 싶었지만 다른 작가님들에게 서로 방해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작품을 구상했다. 발코니를 이용한 공기 조형물 2점 그리고 실내에 설치될 공기조형물 2점을 선정 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여럿이 참여하는 전시였기에 전체적인 공간 구성이 어울려야 했다.
어느덧 설치 날이 다가왔다. 추운 날씨로 기억된다. 발코니에 메기를 닮은 용의 형태의 공기조형물을 설치를 마치고 실내에는 용의 내부로 들어온 듯한 장기 (臟器)형태의 공기조형물을 설치했다. 이렇게 이 전시는 설치는 계획대로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 한통이 왔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공기조형물이 날아갔다는 내용이었다. 작가의 입장에서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 설치해놓은 작품이 강풍에 건너편 초등학교까지 날아갔었고 때마침 학교에 있던 초등학교 학생들이 작품을 주워서 가져다주었다 했다. 당장 전시 장소로 이동하여 어떠한 상태였는지 파악을 하였다. 작품이 떨어지면서 파손이 있었고 파손한 것은 다시 수리 하고 더 강력한 밧줄을 이용해 설치를 마무리 했다. 이 전시를 통하여 외부 전시를 할 때는 많은 이변이 생기기 쉬우니 미리미리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걸 체감했다.
그리고 대구예술발전소는 설치 미술을 하는 작가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는 장소이다. 적어도 우리(STUDIO 1750)에게는 그랬다. 예술발전소 뒤쪽으로 재료상가와 공구상가 그리고 서문시장, 덤으로 편리한 대중교통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의 장소로 좋은 기억들이 너무 많다.
2. 2018년 대구예술발전소 STUDIO1750 개인전 전시준비 사진
3. 2018년 대구예술발전소 입주작가 개인전 전시전경
2015년 처음 대구에서 전시를 하고 2018년 레지던시를 거쳐 대구에 많은 활동을 한 것 같다. 그 역할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은 봉산문화회관 유리 상자 프로그램 덕분인 것 같다. 지금도 많은 작가들에게 대구의 봉산문화회관의 전시,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대구문화재단과 봉산문화회관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