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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_릴레이기고#1
배우로 살고싶다!
글_이창건 연극배우(극단 <돼지>)
난 배우인가?
내가 생각 하는 정식 배우생활 경력은 12년 정도 된 것 같다. 대구 과학대학 방송 엔터테인먼트과 졸업 후 극단 <마카>라는 곳에서 시작했다. 처음 극단에 들어가 3년을 스텝으로 있다가 이홍기 대표님과 극단<돼지> 창단 멤버로 본격적인 배우로 시작을 했다. 그땐 연기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 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대표님과 창단 첫 공연인 연극 <성순표 일내것네>를 연습하며 엄청나게 힘들었다. 나자신을 너무 몰랐다. 스스로도 연기를 못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엉망이었다. 제일 힘든 건 너무도 준비 되지 않은 상태로 관객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게 너무 무서웠다. 결국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로 극을 시작했다. 너무 속상하고 내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 무엇보다 관객에게 떳떳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속상했다. 아니 죄송했다. 커튼콜때 얼굴을 들수도 없을 정도로… 다음 작품은 대표님이 연출을 한 연극 <행복한 가족>이었다. 첫 대구 연극제 출품작 이었다. 엄청 설레고 두려웠다. 아직 처음 작품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그때 대표님께서
“넌 배우냐? 아직 배우 아니야 배우라고 착각하는거야 그러니 더 배우고 노력해 잘하려고 하지마. 잘하려는 마음이 니 발목을 잡을거야. 못한다고 인정하는 것 그것도 필요해 인정해야 더 노력할 수도 있는야.”
뭔가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내가 주제도 모르고 허세를 부린거구나 하고 난 아직도 배울게 많은데 마치 배우가 된 거 마냥 어깨에 힘주고 다녔구나… 이제 시작인데 너무 앞서 간것 같았다. 그이후 낮은 자세로 진정한 배우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했다. 그래서 지금도 늘 무대에서 배우고 노력중이다. 아직 배우이면서 완전한 배우는 아닌 것 같다.
연극 <행복한 가족> – 이창건 출연 작품
관객과 만남으로 성장하다
공연을 하다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고 사건 사고도 많이 일어 난다. 나의 인생작이라 할수있는 연극<수상한 흥신소> 무려 대구 관객 2만 명이 관람했고 3년동안 6개월씩 공연한 대구에서 제일 오래한 공연 이다. 내가 처음으로 멀티맨(Multi-Man)을 한 작품이고 내 연기의 전환점이된 작품이다. 대구 최초 라이센스 연극이기도 하다. 보통 서울 작품을 초청해서 작품을 올리지만 대표님은 도전을 해보고 싶어 하셨다. 대학로에서 하고있는 공연을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초청이 아닌 라이센스를 받아오셨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우리 극단은 그 당시 나포함해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배우들 뿐 이었다. 대표님도 두려워 하셨다. 서울에서 가져 온건데 우리 때문에 작품이 망가질까봐 그래서 더욱 신경을 많이 쓰셨다. 나도 물론 스트레스가 심했다.
멀티맨으로 일인 다역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엄청 났다. 무려 1인11역이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엄청 연습한 것 같다. 라이센스를 받은거라서 못하면 부끄러운 것보다 그냥 망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으로 연습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그당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었고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작품이라 초반에 힘들었지만 입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심지어 매진까지 했던 공연이다. 아무튼 대구 관객 2만 명 여러 번 보신 관객 제외 하고 2만 명 이라니 엄청난 공연이었다.
처음부터 입소문이 난건 아니다. 관객이 적으면 공연하는 배우도 힘들고 보시는 관객분도 부담 되서 집중을 못하셔서 공연을 취소 하는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취소 하지 않았다. 한명의 관객도 소중 했기 때문에 취소 없이 공연을 했다. 하루는 관객이 남녀 관객2명을 두고 공연을 해야했다. 그때 두분이 너무 어색해 하는거 같아서 공연 시작전 멘트를 할때 “남자분이 오늘 이 극장을 통으로 빌렸어요. 그래서 두분만의 특별한 공연을 하겠습니다” 라고 너스레를 떨고 공연을 했다.
연극 <수상한 흥신소> – 이창건 출연작품
나중에 후기로 남자분이 좋아하는 학교 후배였는데 고백을 못하고 있다가 그날 특별한 공연 덕분에 용기내서 고백해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감사하다고….감동이었다. 또 하루는 가족이 왔었는데 할머니까지 총 7인 가족이었다. 멀티역이다 보니 관객과 소통장면이 많았다. 그래서 그 가족 중 할머니께서 연극 보러 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더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서 소통을 시도 하려는데 옆에 10살쯤 되는 손녀가 정색을 하며 저지를 했다. 옆에 다른 가족은 어둡지만 애써 밝은 척 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할머니께서는 더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시고 즐겁게 보고가셨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데 그관객분이 사과 하고 가셨다고 사실 할머니께서 암말기 환자분인데 조금 위독하시고 시한부선고를 받은 상태여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공연 보러왔다는 것이다. 그제서 손녀가 정색하며 저지했던 이유를 알수 있었다. 세균감염 될까봐 할머니 걱정하는 마음 때문에 그랬다는걸 그리고 마지막장면에서 가족이 오열을 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우리 공연 내용이 죽은 영혼을 보는 주인공 이야긴데 …그래서 마지막 아내를 떠나 보내는 경비 할아버지 장면에서 오열하듯 우셨구나 하고 생각 하니 먹먹하고 나도 슬펐다. 연극을 보며 몰입하고 감정을 느끼며 우리를 통해 자신을 투영해 본다. 그걸 느끼면서 내가 더욱 성장해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여러분이 있어 배우로 살 수 있었습니다.
매번 공연 마지막에 관객에게 감사를 표한다. “오늘도 여러분 덕분에 배우로 살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지거나 허세가 아닌 진심으로 감사하다. 관객이 없으면 배우도 존재하지 못한다. 봐주는 이도 없이 연극은 진행되기 어렵다. 또 연극은 관객 호응이 공연을 변화 시킨다.
조금 소심한 관객이 많으면 배우들도 약간 조심스러워지고 활발한 관객이 많으면 뭔가 배우도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연기 하게 되는 것 같다. 이처럼 관객이 중요하다. 가끔 매너 없으신 몇몇 분들이 있지만 그또한 진심으로 무대에 임하고 몰입 하면 따라 오는 것 같다. 그 한분 때문에 내가 흔들려서 나머지 관객에게 피해를 줄순 없었다. 그리고 내가 더 몰입하고 진지해지면 오히려 옆에 관객분이 매너 없으신 과객을 나무라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면 내가 무대에서 살아있고 진지하게 임하면 관객은 내 발끝 손끝 하나하나 봐주시는구나 하고 느낀다. 그래서 지금도 매번 무대에 올라갈땐 떨리고 설렌다. 12년이란 경력이지만 관객과 만남이 마치 처음 사귄 연인의 만남처럼 흥분되고 설렌다. 마치 연극이라는 연애편지를 들고 관객을 기다리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난 관객과의 만남을 위해 연극이라는 연애편지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