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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_문학
大邱라는 童心
글_김성민 동시인, 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동심을 근간으로 하는 아동문학은 아이들만의 것으로 치부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무서우리만큼 급변하는 시대, 현대인들은 어쩔 수 없는 공허함과 정신적 황폐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살아간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는 수단을 갈구하기 마련이다. 이 문제에 한 줄기 단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단언컨대, 아동문학이다. 아동문학 작품은 물론, 어린이의 것이지만 또한 어린이만의 것은 아니다. 누구나 지금 어른인 이들 중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어른으로 사느라 자신 속의 어린이를 잊고 살았던 것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동시와 동화가 읽히고 있고, 그림책이 각광 받고 있다. 어른들이 모여 동시와 동화를 소리 내서 읽고, 외운다. 삼삼오오 그림책 모임을 가진다. 그림책에 감동 받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손에서 놓은 지 한참 된 크레파스를 다시 손에 쥐어 보기도 한다. 아기가 떠듬떠듬 첫 말을 배우듯 동시·동화의 문법을 배우기도 한다. 폭발 직전의 현대인이 찾고 있던 희망이 아마 이들 속에 모두 들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아동문학의 바탕인 동심은 유치하고 유아적인 사상이 아니다. 동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동심은 하늘과도 같은 마음인 것이다. 불의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보다 작고 약한 존재에게 말 걸고, 동무되어 주는 그런 연대의 마음 말이다. 이러한 동심의 본거지인 아동문학의 중심에 대구가 있었다. 아니, 이 사실은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구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 말은 필자가 동시 쓰기를 본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만큼 대구에 살면서 동시를 쓴다는 것은 하나의 특혜(?)를 받은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이런저런 행사로 전국의 아동 문학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그 말인즉슨 대구에는 어찌 그렇게 동시 잘 쓰는 분들이 많으냐는 시샘과 부러움 섞인 찬사다. 그야말로 ‘대구하면 동시’, ‘동시의 메카는 대구’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1. 「새싹」, 최해태편, 대구 새싹사, 19492. 아동, 조선아동회출판부, 태평출판사, 1946
3. 「달뜨는 마을」, 대구아동문학회 편, 문호사, 19584, 「꽃과 언덕」, 대구아동문학회 편, 문호사, 1959

‘동시 성지로서의 대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천지개벽의 일은 아닐 것이다. 대구의 아동문학과 관련된 일련의 말들이 생산되는 데는 대구 아동문학의 역사가 일제강점기에까지 닿아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윤복진, 김성도, 박영종, 박을송, 신고송, 송남헌, 최희명 등은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또, 그 당시 대구에서 창간된 어린이 잡지만도 「새싹」, 「아동」, 「아동회 그림책」등이 있었다는 일부 사실만으로도 대구는 한국 아동문학에 있어서 중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대구 아동 문학인들의 전국에 걸친 활동은 거침이 없는데 그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을 최춘해, 하청호, 권영세 선생이 역임하였으며,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에 하청호,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에 심후섭, 한국동시문학회 부회장에 박방희 대구문인협회장이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대구 작가들의 작품 가운데 각급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정휘창 동화 「원숭이와 꽃신」, 하청호 동시 「들깨털기」 외 4편, 권영세 동시 「눈 오는 날」, 심후섭 동시 「봄비」 외 3편과 동화 「세상에서 제일가는 정원사」, 신복순 동시 「내 그림」, 이정인 동시 「남자들의 약속」, 우남희 동시 「봄의 길목에서」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으며,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박승우 동시 「축구공」이 수록되어 있다. 대구 아동문단의 역사와 발자취를 여기서 다 정리해 기술하기에는 지면의 한계가 있으므로 아쉬우나마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한다.

대구아동문학회 60년대 회원모습

하지만 대구의 아동문학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체가 있는데, 바로 창립 60주년이 된 ‘대구아동문학회’이다. 이는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동문학 단체이기도 하다. 초대 회장을 지낸 창주 이응창 선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로 대구아동문학회를 거쳐 간 이들 가운데 한국 아동문학의 구심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지난 해 대구아동문학회 창립 60주년 기념호로 발간된 『대구아동문학』제59호에 수록된 창립 60주년 특집 〈창립회원 돌아보기〉에는 지난 세월 대구아동문학회와의 직간접적인 인연을 회고하는 이민영, 김원중, 최춘해, 신현득, 전정남, 김선주, 권오삼, 노원호, 배익천, 강윤제, 이준관, 김재수, 송재찬, 권영세 선생의 글이 실려 있다. 특히, 김종헌 아동문학평론가는 이 특집에서 정휘창 선생의 작품과 삶을 돌아봄으로써 대구 아동문단의 역사성을 잘 빗대 보여 주었다.

대구는 또, 다른 지역에 비해서 아동문학 동인이 많은 편이다. 앞서 말한 대구아동문학회를 비롯하여 경북아동문학회, 늘푸른아동문학회, 영남아동문학회, 새바람아동문학회, 혜암아동문학회 등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혜암아동문학회가 지난 15년 동안 거둔 성과(등단 총 83명(동시인 71명, 동화작가 12명))는 주목할 만하다. 혜암아동문학회는 혜암 최춘해 선생이 2003년 시작한 혜암아동문학교실 출신들이 만든 아동문학 단체이다. 문학교실(무료 과정)은 짧지 않은 1년의 기간 동안 아동문학 전반에 대한 이론 학습과 작품 습작을 병행해나가고 있으며, 올해로 16년째 운영되고 있다.
또한, 대구에 거주하면서 전국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명망 있는 아동 문학가들이 많다. 특히, 많은 습작생들의 꿈인 각 일간지 신춘문예, 눈높이아동문학상,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푸른아동문학상 등의 수상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지역이 대구이기도 하다. 대구가 거점인 문학상도 있는데 대구아동문학회의 초대 회장이기도 했던 창주 이응창 선생을 기리는 ‘창주문학상’은 현존하고 있는 아동문학 신인을 위한 의미 있는 문학상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아동문학단체에서 회원들의 작품을 선별해 발간하는 연간집의 형태가 아닌, 전국에 분포된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동시전문 계간지인 『동시발전소』(발행인 신홍식) 창간을 대구 아동 문학인들이 중심되어 준비 중이기도 하다. 『동시발전소』를 꾸려 갈 편집위원, 기획위원들은 대구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의 유명 아동 문학가들로 선정, 포진시키고 있기도 하다. 올 연말까지 번외 편으로 창간준비호를 발간, 2019년 3월에는 창간호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은 수적으로 많이 부족한 동시 전문 잡지 발간을 통해 동시인들에게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을 넓혀 주고, 보다 다양한 동시를 선보여 독자들에게 동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더 나아가 차별화된 신인의 탄생을 돕겠다는 창간 취지를 밝히고 있다. 동시에 비해 조금 주춤한 편인 동화에서도 서정오, 심후섭, 윤태규 등 입지를 굳힌 중견 작가를 중심으로 김정미, 유지영, 정순희, 정종영, 한은희 등 새로운 동화 작가들이 등장하고 있어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에 물레책방에서 얼린 ‘동시톡톡’ 행사

지난 3월 20일에는 물레책방에서 격월간 동시전문지인 『동시마중』에서 주최하는 ‘동시톡톡’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본 행사는 현재 활발한 활동을 벌이면서 좋은 동시를 쓰고 있는 시인을 초대해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북 토크쇼인데, 서울 경기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에서 행사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 행사를 대구에서 열게 된 주된 이유는 초대된 시인 세 명(김성민, 김준현, 신민규) 중 두 사람(김성민, 김준현)이 대구 지역 시인인 때문이기도 했다. 세 시인은 모두 지난 해 첫 동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한데, 첫 동시집에 대한 궁금증을 관객들과 함께 풀어보는 흥미로운 행사였다. 밤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본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동시에 관심 있는 관객 10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

대구가 음악, 공연 등 예술의 도시로 명성을 알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덧붙여 대구는 ‘문학의 도시’라는 점도 잊지 않고 주목해 줬으면 싶다. 문학 중에서도 특히, 대구 아동문학은 가치에 비해 그동안 조금 소홀히 다루어진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대구에는 아동문학의 자원이 풍부하다. 현재, 대구문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박방희 회장 또한 동시인으로 명성이 나 있기도 하다.
백창우, 꿈휴 등은 동시를 노래로 만들어 전국적인 활동하고 있는 유명 작곡가들이다. 이들 작곡가가 만든 노래 중 상당수가 대구 지역 동시인들의 동시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도 전하고 싶다. 지상파를 통하지 않아서 대중성을 획득하는 데는 아직 미흡해서 그렇지, 머지않은 시기에 「고향의 봄」 처럼 전 국민이 흥얼거리는 국민 동요가 되는 작품도 나오리라 기대해 본다.
끝으로 아동문학에 숨겨진 특급 비밀 한 가지를 살짝 알려드릴까 한다. 아동문학 작품을 가까이 두고 읽고, 직접 쓰기까지 하면, 건강에 아주 좋다. 순전한 마음인 동심이 바탕이 된다니, 곰곰이 생각해보면 안 좋을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