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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_영화
그 해 가장 뜨거웠던 여름
글_감정원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 팀장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올해 대구단편영화제는’대구의 여름은 영화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뜨거워도 너무 뜨거운, 제대로 대구의 여름을 영화로 실행할 날들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대구단편영화제는 2000년 국내 단편영화 제작 활성화와 지역 영상 발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하였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다양한 단편영화를 초청하여 지역의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제작자와 관객이 직접 만나 소통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올해 영화제 사무국에서 유난히 집중했던 사안은 지역 시민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지역 영화 축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는데,’단편영화, 독립영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반년 가까운 시간을 영화제 준비에 몰두하였다.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더폴락과 함께하는 한여름밤의 OST

올해 대구단편영화제에 역대 최다 출품수를 기록하였다. 천 편에 가까운 작품들 중 경쟁부문으로 35편의 상영작을 선정하였고, 25편의 초청작을 포함한 총 55편의 상영작을 선보였다. 대부분 내러티브 기반의 극영화 위주의 작품들이고 다큐멘터리와 장르 영화의 부재가 아쉽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감각을 자극하는 풍부한 상상력의 작품들이 많았다. 올해의 뚜렷한 경향 중 하나는 여성적 경험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소재의 영화가 두드러졌다는 점인데, 여성의 생리 그리고 사회 속에서 겪는 고민들을 강렬한 캐릭터와 낯선 감성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엄선하는 큰 기쁨이 있었다.

초청 섹션 중 새로이 선보인 미드나잇 시네마, 역대 애플시네마, 대구단편 신작전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대구경북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들의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하였다. 미드나잇 시네마는 일상이 공포로 다가오는 순간들을 다룬 작품들로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도록 맥주 이벤트를 준비하여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었다. 역대 애플시네마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대구경북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상영되었던 영화들을 재초청하여’다시 한 번’상영의 기회를 가졌다.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는 감독들이 직접 GV(Guest Visit)에 참석하여 관객들과 짧게나마 소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대구단편 신작전은 올여름에 만들어진 영화 세 편의 첫 상영이었는데, 전석 매진이 되었고 신진 감독들이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응원의 시간을 가졌다.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배급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오픈포럼

초청 섹션 중 매해 이어져오고 있는 로컬 존은 타 지역에서도 그 지역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들을 초청한 섹션인데, 올해는 인천, 대전, 전북, 제주 지역의 작품을 초청하여 그 지역만의 공간과 언어, 온도를 고스란히 전달하였다.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훔치며 상영관을 나왔다는 후문이 들리기도 하였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역시 매년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구단편영화제에서는 애플시네마 부문을 통하여 대구경북 지역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들을 경쟁, 상영하는데 올해 애플시네마 출품작 수가 지난해보다 줄어 아쉬웠다. 그러나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고 할 이야기가 많은 감독들을 만나는 일은 매년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나 또한 작업자로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삼삼오오 모여 품앗이로 작업을 하며 괴로움을 겪었기에 영화 제작 후 상영의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상영까지의 고민을 작업자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영화제를 통하여 관심을 기울인다면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고 영화제 준비에 임했으며 실제로 지난 해 보다 200명 증가한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아주었다.

1.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감독 배우와의 GV
2.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개막식 인터뷰 (대구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서성희)
3.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개막식 사회 강길우 배우
올해 처음으로 영화제 개막식에 대구 시장 외 문화 관련 인사들의 방문이 있었다. 지역에서의 영화제작지원 방향도 현실적인 방안과 함께 제작자들의 고민에 대해서 귀 기울여주고 있으며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환경이다. 대구에는 영상위원회가 없기에 지역 작업자들이 로케이션을 섭외하거나 공문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난항을 겪기도 한다. 주변의 동료들은 당장이라도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의 부재, 스텝 인프라 부족, 열악한 촬영 장비 문제로 늘 고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 작업자들의 노동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지자체와 작업자들 간의 구체적인 논의가 자주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더 나은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 생각한다.

상영 이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자 하였다. ‘diff n poster’라는 이름의 ‘2018 Movie x Art 독립만개’는 디자인 작가들이 참여하여 경쟁작들에 대한 포스터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완성된 포스터는 대구역에서부터 반월당까지 가로등 배너로 전시되었고, 영화제 기간에는 엽서세트로 제작되어 판매되었다. 감독들은 단 하나뿐인 포스터가 탄생했음에 기뻐하였고, 디자인 작가들을 영화와 연계하여 자유로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에 즐거워하였다. 관객들은 영화제를 통하여 또 다른 창작물을 접하고 신선한 경험이 되었기를 바란다. 이 외 북성로 일대 8개의 상점들과 동네 가게 스폰서로 연계하여 관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영화제 게스트 또는 티켓 소지자에게 다양한 할인 혜택과 안주가 제공되었고, 영화제에서는 각 상점의 홍보영상물을 제작하여 제공하였다. 소상공인들의 안녕을 바라며 내년에는 좀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길 바란다.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부대행사 감독과의 딮, 풀이
올해는 MBC 시청자 미디어센터 단디팀의 활약이 돋보였다. 19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대구단편영화제의 역사에 비해 아카이빙 자료가 부족함을 단디팀의 24시간 기록 촬영으로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이제 막 영상작업을 시작하는 대학생들부터 현직에 있는 선배들까지 나서 영화제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관객들의 생생한 감상평을 담았주었다. 영화제 폐막식, 단디팀에서 기록한 영상들을 편집하여 폐막 영상으로 상영하였는데 누군가는 영화제 준비를 하며 눈물을 흘렸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기도 했을 것임을, 함께 한 순간의 찰나들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단디팀 외에 함께 해준 자원활동가분들과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수성못 야외상영
올해 영화제 공식 티셔츠 문구였던 A Good movie is always short.
짧았기에 더 강렬했던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는 내년이면 스무 살이 된다. 어느 관객분께서 박카스를 두 손에 쥐어주시며’좋아하는 일을 오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모자란 부분들을 차곡차곡 채워 넣어 내년에는 더욱더 성장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뵐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