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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_문화라이프
1년, 그리고 1년
‘김광석 버스’
글_박세훈 문화·축제 기획자
뉴욕 멘하탄에는 더 라이드 버스(The Ride)가 있다. 얼핏 보아 시티투어버스인 듯 한 이 버스를 자세히 보면 그것과 확연히 대조가 되는 점이 있다. 투어 중 일정 지점마다 펼쳐지는 힙합, 무용, 색소폰연주, 스트릿댄스 등 다양한 거리 라이브 공연을 버스 안에서 관람하게 된다는 점이다. ‘더 라이드 버스는 이동식 극장이다’라 본다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The Ride – New York City – May 2017. HD.(유튜브 영상중)
“아주 약간의 생각의 변화는
놀라운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버스를 탑승하면 진행자가 춤을 추며 분위기를 돋군다. 이어 탑승객과 이야기를 나누며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곳곳을 설명하고, 일정 지점에 가서는 버스 밖에 사람들과 대화까지 시도한다. 물런 이들은 버스의 이동 경로 지점에 미리 준비하고 있는 예술가들이다. 건설노동자, 햄버거를 배달하는 청년 등 의상과 소품으로 꾸민 예술가들은 진행자와 약간의 대화 후에 저마다의 버스킹을 선사한다. 그 순간 고층 빌딩, 분수대가 있는 공원, 쇼핑몰 등은 공연의 무대세트가 되고, 거리를 오가거나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실제 도시의 시민들은 공연의 엑스트라가 된다. 거대한 세트와 수많은 사람들. 일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활용하여 대형공연을 만든 셈이다. 도시와 예술가의 콜라보,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거리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본다’ 는 아주 간단한 관점의 변화는 도시를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 버스만이 갖는 최대의 매력 포인트는 이점이다. 도시에 기억을 입힌다. 일상이 일탈이 되는 것. 관람객들의 취향저격 콘텐츠라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움직이는 라디오 스튜디오,
더플레이 버스 김광석”
작년 4월, 첫 운행을 시작하여 올해 3월까지 매주 1회 운영, 총 52 회, 약 830명 가량의 관람객이 탑승한 ‘더플레이 버스 김광석'(이하 김광석 버스)은 더 라이드 버스를 벤치마킹하여 한국식으로 표현한 공연 버스이다. 김광석 버스는 가수 김광석이 갖은 고유한 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더 라이드 버스처럼 동적이진 않다. 공연은 동성로 노보텔에서 탑승을 시작으로 김광석 갤러리에서 하차할때까지 약 한시간동안 진행된다.
더 플레이버스 김광석

김광석 공연버스의 컨셉은 ‘움직이는 라디오 버스’라 하겠다. 버스는 ‘안녕하실테지요? 제가 김광석입니다’라는 마치 라디오 프로그램의 제목같은 랩핑이 되어있다. 버스를 탑승하면 라디오 스튜디오처럼 꾸민 라디오 뒷좌석을 볼 수 있다. 이곳의 DJ가 탑승객들과 함께 대구의 음유시인, 가수 ‘김광석’의 살아 생전 이야기, 음악세계에 대한 이야기, 창 밖으로 보이는 대구의 이야기를 그의 노래와 함께 들려준다. 일정지점에서는 더 라이드 버스처럼 창 밖으로 버스킹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다. 필자가 탑승객으로서 특히 기억나는 부분은 도청교이다. 연암로를 타고가다 시청별관 앞에서 좌회전을 하기위해 신호를 대기하는데 이때 DJ는 이렇게 이야기한다.’요즘 힙합이 트랜드이지요. 살아생전 김광석은 여러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를 하는 것을 즐겼는데요, 만약 김광석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힙합과 콜라보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에 준비해보았습니다’

김광석 버스 내부

DJ의 이 멘트와 함께 버스는 좌회전을 하여 도청교로 들어선다. 그리고 버스 밖으로 후드티에 모자를 쓴, 누가봐도 저는 래퍼입니다 인 듯한 젊은 대구 예술가를 만나게 된다. BGM으로 버스 안에 흘러나오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란 곡과 함께 부분부분 래퍼가 들려주는 랩의 콜라보는 묘하게 어울린다. 이 장면은 도청교의 시작지점부터 끝지점까지 버스와 래퍼가 천천히 움직이며 진행되는데, 필자가 탑승했었을 때는 가을이라 도청교 뒤편으로 지는 저녁 노을까지 제법 장관이었다. 김광석과 래퍼, 도청교, 그리고 노을까지. 아직도 필자가 도청교를 지날 때는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나곤 한다.

탑승은 무료이지만, 창 밖을 편하게 관람하도록 버스 좌석을 개조한 형태여서 좌석이 총 16석 밖에 되지 않는다. 1주일에 딱 한번, 그리고 오직 16명을 위한 공연이라 수요는 언제나 더 많다. 그래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탑승 신청은 더플레이버스 홈페이지(https://theplaybus.modoo.at)를 통해 할 수 있으며, 탑승을 신청할 때 사연을 적게 되어있다. 이때 적게 된 사연은 버스 이동간 DJ가 읽어주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탑승인원 선정에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공연의 DJ를 맡고 있는 이창환님은 ‘한정된 수용인원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사연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죄송하고 어렵다. 실제로 선정될 때까지 여러 번 신청하는 분도 계신다. 꼭 희망하시는 분이 탑승을 하고 관람 내내 매우 흡족해 하실 때 보람을 느낀다 ‘ 고 한다.

김광석 버스 안과 밖에서 공연하는 모습
탑승객의 연령층은 다양하고 타지에서도 김광석 버스를 타기 위해 제법 많이 오는 편이다. 인생의 길목길목에 서있는 가수 김광석이 갖은 넓은 스팩트럼의 연령 팬덤 덕분이리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과 같이, 가수 김광석은 우리 곁에 없지만 여전히 대구의 홍보대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국인은 ‘인도를 줘도 셰익스피어와는 바꾸지 않는다.’는 말처럼 과연 가수 김광석은 대구의 보물이라 하겠다.

남자친구 입대 때 들었던 ‘이등병의 편지’, ‘슈퍼스타K’에서 함께 로이킴을 응원하며 듣던 ‘먼지가 되어’, 우리도 곧 서른이야 하며 요즘 듣는 ‘서른즈음에’, 가끔 싸우면 듣는 ‘말 하지 못한 내 사랑’ (중략) 남자친구 몰래 이벤트 준비하는데 될진 모르겠지만 상상만 해도 즐거울 것 같아요”– 20대 신청자 사연 중에서

“엄마 아부지랑 재미나게 사세요. 두 분 사이에 자주 끼지는 않을게요. 엄마 딸로 태어나 감사해요. ” – 30대 주부, 신청 사연 중에서

“입사한 지 꼭 27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입사 초 풋풋했던 20대 시절, 동기끼리 소주잔을 기울이며 듣던 김광석님의 노래와 추억. 세상에서 둘도 없는 동기 부부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다시 느끼고 싶습니다.” – 50대 어느 직장인 신청 사연 중에서

색다른 관광, 공연콘텐츠, 공연버스
공간에 기억을 입히다.

최근 김광석버스와 같은 투어형 공연버스의 바람이 각 지자체마다 불고 있다. ‘광주의 인문樂 투어’, 부여의 ‘4색 빛깔 부여 시티투어’, 여수의 ‘낭만버스’등이 그것이다. 저마다 도시로 사람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홍보포인트를 설정하고 공연 버스를 통해 도시의 다른 모습을 공연을 통해 연계하여 보여줌으로 관광객에게 도시의 살아있는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도시가 갖고 있는 다른 관광적 요소를 알려주어, 재유입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공연 버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차후 몇 년간 공연버스는 관광콘텐츠의 트랜드로 부상하지 않을까 한다.

김광석 버스의 역할 또한 가수 김광석을 알리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사실 김광석은 홍보가 필요없는 이미 충분히 대중적이다.) 버스의 역할은 당연하겠지만 김광석을 홍보콘텐츠로 활용하여 대구를 홍보하고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것이다. 버스를 탑승한 탑승객의 입장으로 그리고 지난 1년간 운행된 김광석 버스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본 필자의 관점으로 아직 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버스공연을 관람해보라고 추천하자면 다음과 같다.

김광석 버스 밖에서 공연하는 모습

첫째, 다른 관광콘텐츠, 혹은 공연콘텐츠와 차별성이 있다. 일반적 시티투어 버스, 연극, 콘서트 공연장에서 보는 일반적 공연에 지루함을 느꼈다면 여기 새로움이 있다. 도시를 투어하며 벌어지는 버스킹의 우연성은 당신들에게 신선함을 줄 것이다. 둘째, 내지인에게는 일상적인 것이 일탈이 된다. 공간이 기억을 입는다. 익히 당신이 알고 있는 대구의 요소들은 더 이상 당신이 알던 대구가 아니다.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대구의 요소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될 것이며, 그 기억은 온전히 당신들의 것이다. 그 거리를 지나칠때마다 당신은 당신이 입은 당신만의 기억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필차처럼 말이다. 셋째, 외지인에게는 김광석만이 아니라 다른 대구의 모습들을 친근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움직이는 도시가 하나의 이야기와 함께 묶여 표현된 대구는 당신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낼 것이다.

현재 김광석 버스는 잠시 휴식기를 통해 공연 리뉴얼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6월 중순부터 다시 운행되는 김광석 버스는 이제 매주 토요일, 일요일 각 1회씩, 주 2회 운영된다. 토요일 공연은 기존 공연을 그대로 유지하며 리뉴얼된 공연은 일요일에 운행하여 두 개의 공연을 탑승객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새롭게 만들어질 공연은 대구에 대한 기억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 기억할수 있도록 공감가는 이야기로 구성하기 위해 연출의 관점을 김광석이 아닌 일반인으로 풀 예정이며, 스토리텔링의 소스는 그동안 모아온 탑승희망자들의 사연을 통해서 구성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기존에 탑승했던 사람들도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연이 궁금하다면 일요일 운행일자로 신청해보자. 대구의 구석구석에 감춰져있는 대구의 얼굴들. 이 들을 만나게 되면 당신은 말하게 될 것이다. 대구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