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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학’과 지역문화진흥
글_최정수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대구학이란
‘대구학’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대구에 대한 학문이다. 지역학의 사전적 의미1)로 미루어보면, ‘대구학’은 특정 지역인 대구의 지리나 역사, 문화 따위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학문적 의미에서 ‘지역학’은 지역 및 공간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수행하는 학제적인(interdisciplinary) 학문이다. 지역학과 관련된 분야는 경제학, 지리학, 도시계획학, 행정학, 사회학 등이며, 공간경제, 산업입지, 산업연관, 취락분포, 인구이동, 교통, 토지이용, 도시개발, 환경분석, 자원관리, 지역정책 등 다양한 주제들과 관련되어 있다(김학훈, 2014, p.88).
지역학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지역의 범위에서부터 지역을 보는 방법론 등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나, 지역학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역학의 중요성은 소크라테스의 명언 ‘너 자신을 알라’ 혹은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나’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치환해보면, 지역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성을 풍부하게 할 수 있고, 나아가 삶의 질 제고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구 명소(사진출처_대구관광안내 홈페이지)

예술담론 웹진 『대문』 봄호의 기획특집에서 장세길(2018)은 이제까지의 지역학은 역사를 학술적으로 정리하거나 실증적․통계학적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자료학 수준(일명 지역학 1.0)에 그친다고 평가하면서 이제 과거 중심의 자료학적 연구에서 벗어나 주민의 일상성과 미래를 전망하는 새로운 ‘지역학 2.0’을 주장한 바 있다. 즉 지역학 연구가 연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구결과의 활용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정정숙(2014)도 역사적으로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하거나 문화적으로 공통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모든 연구를 통해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며, 지역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학문으로 보고 있다(정정숙, 2014, p.19).

다시 말하면, ‘대구학’은 대구라는 특정 공간에서 오랫동안 삶을 이어온 사람들이 만든 유무형의 자취, 즉 넓은 의미의 문화를 학제적 접근과 종합적 분석으로 고찰하여 대구를 보다 나은 삶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학문이다. 지역학 연구로 주민은 지역주민으로서의 고유한 지역 정체성을 인식․강화하고, 나아가 지역의 문화다양성을 풍부하게 한다.

지역학은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에 기여
2000년대 들어서면서 문화를 통한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는 한편 문화를 통해 창출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주목을 받으면서 지역발전과 문화의 관계가 매우 긴밀해지기 시작했다. 지방정부들은 문화를 통한 지역특성화를 중요한 정책방향으로 설정하고 문화정책의 범위를 확장시켜 다양한 문화시책을 발굴․추진하고 있다.
지역학은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 추구에 있어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왜냐하면 문화적 지역발전의 첫걸음은 지역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며, 지역학은 문화자치의 이론적-실천적 논리를 제공(장세길, 2018)하기 때문이다. 지역학계와 문화계 전문가들 또한 지역학이 지역문화진흥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지역학의 문화적 활용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한다(정정숙, 2014, pp.117~118). 지역학은 학문임과 동시에 문화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정신적 문화자원이다(정정숙, 2014, p.119).
(자료_정정숙, 2014, pp.117~118)
지역주민은 지역학 연구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지역문화를 창출
지역학은 지역주민이 향유․활용해야 하는 정신적 문화자원을 생산하고, 지역주민은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여 지역의 문화적 발전을 이끌어나간다.
지역학의 문화적 활용은 지역의 스토리와 예술이 융합된 아트 콜라보레이션이나 지역의 문화원형에 기반한 문화콘텐츠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북성로 공구골목의 기술과 스토리를 입힌 ‘북성로 공구빵’이나 요코하마시의 역사와 스토리를 활용한 관광기념품 등을 들 수 있다(최정수, 2017, p.77).2)
이처럼 지역학 연구결과는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방식의 자료나 콘텐츠로 제공되어 지역문화 진흥 및 지역의 문화적 발전에 기여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역학의 활성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지역학의 연구결과를 공유․확산시켜야 한다.
북성로 공구빵 (사진출처_최정수 소장)(위) / 요코하마 역사를 활용한 관광기념품(손수건책)(사진출처_최정수, 2017, p.88)
지역학 연구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대구의 지역대학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연구원 대구경북학연구소, 대구문화재단, 여성가족재단 등 지역의 다양한 기관에서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관점에서 지역학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그 성과물부터 지역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역학 연구결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대구예술여성」(왼쪽), 「대구여성탐방로 – 대동여지도(大動女地圖·대구를 움직인 여성들의 발자취)」 (사진출처_대구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
<참고문헌>
  • 김학훈, 2014, 한국의 지역학 30년: 성과와 전망, 『지역연구』, 제30권 제4호, pp.87~103
  • 대구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www.dwff.or.kr)
  • 장세길, 2018, 지역에서 바라보는 문화분권, 예술담론웹진 『대문』, 2018 봄호 (http://daemun.or.kr/?p=2479)
  • 정정숙, 2014,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지역학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관광연구원
  • 조주영, 2017, 지역의 스토리와 예술의 융합,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지역문화콘텐츠의 개발, 문화예술지식DB, 『아키스브리핑』, 제 150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 최정수, 2017, 북성로 100년 거리 조성 방향, 대구경북연구원
  • 티브로드 대구방송, 2017.2.23., [연속기획-스토리가 있는 청년창업] 북성로 공구빵
  • 1)지역학은 일정한 지역의 지리나 역사, 문화 따위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네이버사전, ‘지역학’, 표준국어대사전).
  • 2)207크래프트(최현석 대표)가 북성로를 상징하는 볼트, 너트, 몽키스패너 등 공구를 빵에 접목시켜 개발한 빵으로, 북성로에서 유일하게 남은 주물공장인 ‘선일포금’과 협업하여 제작한 빵틀로 공구 모양 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made in 북성로’ 공모전 선정으로 공구빵틀을 제작하였고, 문화콘텐츠의 산업화를 돕는 ‘대구콘텐츠코리아랩’이 대구 대표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진행한 ‘브랜딩 프로젝트’ 공모전 선정을 통해 현실화하여 현재 팩토리공구라는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티브로드대구방송, 2017.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