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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 퍼레이드는 어디에 서 있는가
2018 대구컬러풀축제 퍼레이드 리뷰
글_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
올해로 ‘컬러풀대구페스티벌(Colorful Daegu Festival, 이하 컬러풀축제)’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대구시 주최의 축제는 2005년 이후 14회를 맞이하였다. 컬러풀축제가 시작된 이유는 1982년부터 진행되어온 달구벌축제가 재미없고 연례적인 관주도행사라는 이유로 2002년 시의회가 폐기하면서 부터다.
달구벌축제도 시작은 아니다. 1981년 직할시승격으로 1977년부터 시작된 ‘대구시민축제’가 바뀐 이름이다. 장사가 안 되는 집이 간판을 자주 바꾸듯 그간 축제 장사가 잘 안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로 축제가 다시 시작한지 10년이 넘었고 평가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퍼레이드도 축제 프로그래밍의 결과로 발생했기에 기획의도가 발현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퍼레이드기간, 참여자의 태도 등이 대구시민들의 기억과 생활 속에 자리 잡으려면 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2018 컬러풀대구페스티벌 퍼레이드

본 글에서는 컬러풀축제 퍼레이드를 평가함에 있어 다른 지역의 퍼레이드와 수평적으로 비교할 것이다. 퍼레이드 기획자와 참여자들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평가하기보다, 2018년에 진행된 국내/외 퍼레이드 행사의 요소들을 비교할 것이다. 그래서 컬러풀 퍼레이드는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그 스탠스(stance)를 보는 것이 지금의 단계에 적절한 비평으로 보여진다.

국내퍼레이드는 강릉단오제 영신행차 신통대길 길놀이와 비교하였고 국외의 경우는 전통적인 카니발 퍼레이드인 프랑스 니스축제와 사회적 아젠다로 퍼레이드에 성공한 호주 마디그라를 다뤘다. 컬러풀퍼레이드는 프로그래밍의 결과로 나온 퍼레이드로서 발생의 동기가 미약하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한국의 길놀이를 표현한 강릉과 비교 하는게 의미가 있었다. 또한 컬러풀 퍼레이드가 지향하는 ‘국제성’을 비교하기 위해 국제적 퍼레이더(parader)와 관람객이 주를 이루는 니스와 호주를 비교 하는게 도움이 될 것이다.

구분 대구컬러풀
퍼레이드(2018)
강릉단오제
퍼레이드(2017)
니스카니발
퍼레이드(2018)
호주
마디그라(2018)
시작 2005년 1973년 복원 1873년 복원 1978년
동기 축제기획 삼국시대 단오 이교도축제 동성애자시위
시기 비정기 음력5월5일 전후 사순절 사순절
퍼레이드지역 대구시내 강릉시내 니스 마세나광장 시드니시내
퍼레이드 기간 1일 1일 15일 17일
하이라이트(pm) 6:30~9시 5-9시 2-9시
주최자 대구광역시/재단 사)강릉단오제위원회 니스카니발축제위원회 비영리조직위
감독 유무 무(無) 무(無) 유(有) 유(有)
퍼레이더(parader) 유형 시민사회 외국인 등 강릉 21개 읍면동/대학생 댄서, 음악가 성소수자
(LGBTQI)
프레이더 숫자 83개팀 4000여명
(4개국, 다문화10개팀)
3000여명 16개국 1000여명 16,400명
프레이드 환경 코스튬, 피켓, 차량
퍼포먼스
코스튬, 피켓, 퍼포먼스 코스튬, 댄싱, 대형마스크, 마차, 꽃, 조명, 불꽃, 색종이 코스튬, 댄싱, 바디페인팅
목걸이, 무지개색
퍼레이더 참가비
퍼레이더 지원금
퍼레이더 경쟁
관객 입장비 유(16억-2017)
펀딩 기반 세금 세금 세금,입장비 후원, 입장비
(46억-2017)
주제
슬로건
모디라컬러풀
마카다퍼레이드
지나온천년
이어갈천년
내가 왕이다
우주의 왕
진화의 40년
관객조건 없음 없음 컨셉복색-무료
무복색-유료
없음
관람석 인도 자율석 인도 자율석 입장식 좌석 인도 입석
관람객 65만명 통계없음 100만명 59만명
타지(외국인)
관람객 통계
800명(해외관람객) 통계없음 통계없음 27만명(37%)
컬러풀 퍼레이드를 국내외 다른 퍼레이드와 수평적으로 비교했을 때 시사점을 정리해봤다.
1. 퍼레이더(parader)조직은 누구나 한다. 관람객을 조직화해야한다
축제의 공급자는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비교가 된 모든 축제는 조직위원회가 있으며 1년 내내 준비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관람객을 조직하는 축제가 나머지 절반의 명성을 가져간다. 관람객 조직의 결정적 문제는 ‘관람석’세팅이다. 니스와 호주는 관람석을 세팅하고 시민들에게 코스튬을 제시한다. 퍼레이더들의 에너지를 받아갈 준비된 시민이 필요한 것이다. 길을 걸어가다가 얻어걸리는 시민을 관람객으로 카운팅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관람객이 퍼레이더들을 먼 산 보듯이 두면 안 되고 교감할 수 있는 장치물과 액세서리를 고민해야 한다.
2. 퍼레이드는 로컬경제에 영향을 주면 유리하다
니스카니발은 세계 카니발 퍼레이드의 전형이다. 꽃수레 배틀(battle)의 경우 10만개의 신선한 꽃들이 사용되며 이 중 80%가 지역에서 생산되어 마세나 광장에 도착한다. 그리고 관람석 주변으로 환상을 만들어냈던 15000개의 조명, 축제장을 뒤덮는 색종이와 같이 지역 경제에 일거리를 만들어주는 일상을 전복하는 장치물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호주 마디그라에서 퍼레이더들이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목걸이는 시민들에게 그해 참여한 모뉴멘트(monument)가 되면서 ‘목걸이 생산자’라는 새로운 지역경제를 창출한다.
2018 컬러풀대구페스티벌 퍼레이드
3. 퍼레이드가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면 시선을 끌지 못한다
퍼레이드는 캠페인이자 메시지다. 우리가 반대편에 걸어오는 일상적인 시민을 눈여겨보지 않는 것처럼 퍼레이드가 일상에서 탈주하지 못하면 시민들은 주목하지 않는다. 2018년 컬러풀 퍼레이더들의 장치물 중에 상당한 양이 업체가 제작한 현수막이었다. 우리가 늘 거리에서 보는 것들이며 딱딱하게 프린팅된 현수막이 나에겐 퍼레이드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세계 어디의 퍼레이드를 봐도 코스츔 장치물들은 핸드메이드(handmade)기반이며 공예/공작(craft)기반으로 제작된 것들이 출품된다. 과학과 디지털이 적용되더라도 심미적(aesthetic) 필터링이 필요해 보인다.
2018 컬러풀대구페스티벌 퍼레이드
4. 퍼레이드는 표현을 관장하는 감독이 필요하다
퍼레이드가 발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차별성은 비주얼이다. 시각적 표현행위를 관장하고 참여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감독이 필요하다. 차량통제, 시민안전, 참여자조직, 예산행정 등이 다가 아니다. 호주 퍼레이드의 경우 Greg Clarke라는 감독(직책명; creative director)을 가졌다. 컬러풀 퍼레이드는 누가 감독인지 기억조차 못한다. 세계 유수의 퍼레이드를 살펴보면 거버넌스에 기반한 조직위원회가 작동되며 감독이 가장 중요한 결정권을 지닌다.
5. 정치인은 배제되어야 하며 정치적 풍자는 허용해야한다
2017년 니스 카니발에 50개의 거인인형(grosses tetes)이 등장했는데 당시 출현한 인형들 중에 마크롱 프랑스대통령은 물론 미국 트럼프, 러시아 푸틴, 에르도안 터키대통령도 있었다. 정치인이 출현 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풍자가 허용된다는 말이다. 사회적 이슈든 예술적인 판타지든 서로 경쟁하고 경합을 벌이고 결정은 시민들이 하는 것이다. 2013년 컬러풀 퍼레이드의 경우 사회적 주장이 담긴 메시지가 표현되었다고 행진을 막는 일이 있었다. 올해 퍼레이드는 대구시장이자 6.13지방선거 후보로 재출마한 권영진시장이 퍼레이드를 첫 번째로 통과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부적절한 순간이었다고 기억된다.
2018 컬러풀대구페스티벌 퍼레이드
6. 퍼레이드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한다
컬러풀 퍼레이드는 강릉, 니스의 경우처럼 전통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 2005년 당시 축제감독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사업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다시 한두명의 프로그래밍에 의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퍼레이드가 수백 년 지속되어야할 이유도 없겠지만 10년 정도 시민들의 에너지를 모아왔다면 현 시점에서 지속성을 고민하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세금, 아니 세금집행자 대구시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시민의 세금에서 출발하였으나 시민들에게 좀 더 많은 결정력을 주는 펀딩을 발굴해야 한다는 말이다.
호주 마디그라의 경우 축제보고서를 보면 놀라운 지표들로 가득하다. 총예산 45억 중 예산의 34%가 입장료에 기반하며 기업후원이 36%를 차지한다. 세금지원은 16%정도다. 대구퍼레이드의 경우 점진적으로 기업후원, 메세나 등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민입장료정책을 취하여 경쟁적이고 유니크한 관람석 설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호주 마디그라의 연례보고서에 의미 있는 설문조사가 있다. ‘마디그라가 중요하다’는 질문에 94%가 그러하다고 했고, ‘마디그라는 창의적인 표현을 허락한다’에 92%가 동의했다. 또한 ‘마디그라가 성소수자(LGBTQI)의 권익에 앞장서고 있다’에 90%가 동의했다.
호주 마디그라 축제 퍼레이드
(사진출처_호주 마디그라 축제 홈페이지)

1982년 달구벌축제에도 대구시내 퍼레이드는 있었으며 1977년 ‘대구시민축제’에도 약령시에서 길놀이가 있었다. 대구컬러풀퍼레이드는 올해로 11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내년부터 대구퍼레이드는 좀더 의미 있는 질문을 시민들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다. 나는 관주도의 축제는 시작부터 실패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한 축제가 지속적이다고 보지 않는다.

대구의 축제와 퍼레이드를 의미있게 만들어가려는 자의 신분은 공무원이어도 시민이어도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성공해야 ‘성공한 축제’가 되는 것이다. 시민의 공동자산이 될 축제를 사유화하거나, 혹은 발판의 대상으로 삼는 소수의 개인이 승리하는 판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축제는 축제 그 자체의 완결성과 몰입이 요구되며, 축제 스스로 그 끝까지 도전될 수 있도록 누구나 길을 열어두어야 하는 것이다.

참조문헌
  • 호주Mardi Gras 2016-2017 연례보고서 mardigras.org.au
  • 니스카니발 공식웹사이트 nicecarnaval.com
  • (사)강릉단오제위원회 http://www.danojefestiva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