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라미는 이름 그대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30대부터 50대까지 여러 직업군을 가진 12명의 멤버가 그 구성원이다.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갖고 모인 건 아니었다. 시작은 2013년, 지인 몇몇이 모여 ‘뭐 재밌는 거 없을까?’를 이야기하다 지인의 지인이 더 모이고,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정말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졌다. 소공연장을 덜컥 대관해 첫 공연을 추진한 것이다.
그렇게 세모라미가 세상에 내놓은 제1호 공연은 일명 ‘알찬 불금 푸로젝트 (이하 알불금)’다. 불타는 금요일을 음주가무가 아닌 문화로 알차게 즐기자는 취지를 담은 것. 세모라미 멤버들의 의견을 모아 소리꾼 오영지의 ‘판소리 쑈-우’, 작곡가 전일환의 연애 스토리를 곁들인 ‘전일환전’, 마임이스트 정호재의 ‘닥치고 마임’, 대금연주자 양성필의 ‘필소굿’을 기획했다.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찾아왔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덕분에 그해 7월, 네 번의 금요일이 모두 알차게 채워졌다.
관객들의 반응에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한 세모라미는 그 이후 더 많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먼저 우리가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나누기로 하고,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세모라미가 만드는 강연 ‘세만강’, 이 시대를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열탕토크쇼’, 우리의 관심사를 파헤치는 소규모 ‘스몰토크’, 쓰지 않는 물건을 쓸모 있게 나누는 ‘코끼리마켓’등이 탄생했다. 나의 관심사가 우리의 관심사로, 대중들이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로 이어진 것이다.
클럽 일상다반사에서는 앞서 언급한 세모라미 기획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이곳에 오면 낯선 사람들과도 금세 친구가 된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옥상에서 공연하거나 파티를 열기도 하는데, 그땐 정말 ‘여기가 섬인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50개의 이동식 의자와 그랜드피아노, 음향시설, 빔프로젝트 등을 갖추고 있고, 대관도 가능하다.
세모라미는 클럽 일상다반사에 이어 다음 해 5월, 카페 일상다반사도 문을 열었다. 섬유회관 맞은편 골목에 자리한 이곳은 아담한 스터디룸과 파티룸으로 꾸며진 4층짜리 공간이다. 멤버들은 배우고 싶은 수업을 만들고 강사를 초빙해 클래스를 열었다. 평소 배우고 싶은 게 많은 필자는 이곳에서 가장 많은 수업을 들은 수혜자일 것이다. 우쿨렐레, 캘리그라피, 수채화, 캔들 만들기까지 다양한 취미 생활을 이곳을 통해 해오고 있다. 그밖에 매주 월요일 참가자 모두가 스마트폰을 끄고 말없이 책을 읽었던 ‘묵독’ 시간도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다.
세모라미 멤버뿐만 아니라 독서모임, 통기타 동호회 등 소규모 모임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혹시 새로운 스터디나 취미를 계획하고 있다면, 여기서 나만의 클래스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카페 일상다반사는 지금 봄맞이 변신을 준비 중이다. 세모라미의 금손 강은희, 이상희, 송윤미가 1층을 쉐어스토어로 단장하는 것. 직접 디자인한 가방과 도예 작품을 선보이며, 빛깔 좋은 도자기 그릇에 우동을 내고, 수제 호두·애플파이도 구울 예정이다. 세 언니의 손맛을 익히 알고 있는 필자는 이곳이 조만간 나만 알고 싶은 대구의 핫플레이스가 될 거라 감히 짐작해 본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각자의 재능과 장점들이 더해져 시너지를 내고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을 가능하게 만든다. 세모라미 효과 역시 같은 이치라 말하고 싶다.
세모라미는 지금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꿈을 이루고 싶다는 꿈을 꾼다. 하고 싶은 걸 현실을 핑계 삼아 포기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그 답을 찾아 나서는 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과 삶을 이해하는 길, 묵혀두었던 어릴 적 꿈을 실행하는 길, 작은 취미 생활로 나를 즐겁게 하는 길 등 우리가 함께 행복해 지는 길을 만드는 거다. 서두에 얘기한 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루는 3단계 행동요령 ‘하고 싶다 – 하자 – 할 수 있다’를 같이 외치며 말이다. 이제 당신의 꿈을 우리가 같이 이룰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