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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문화
함께의 힘을 믿는
문화전파사 ‘세모라미’
글_현숙경 방송작가
사람들은 꿈을 꾼다. 이거 하고 싶다, 저거 하고 싶다, 그것도 하고 싶다. 하지만 마음속에 품은 꿈들을 현실에서 모두 실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감히 꿈 이룸에 무모하리만큼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문화전파사 세모라미는 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루는 3단계 행동요령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론은 아주 간단하다. ‘하고 싶다 – 하자 – 할 수 있다’ 이렇게 문화전파사라는 이름 아래 같은 꿈을 꿔 온 지 5년째, 함께 만들어 온 공연 및 강연이 50여 차례다. 직장도 아닌 곳에서 재능을 낭비하며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세모라미, 이들이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들이 만들어 온 세모도 동그라미도 아닌 세모라미라는 세상을 소개한다.
‘세모라미’ 우쿨렐레수업
재미에 재미 붙인 사람들

세모라미는 이름 그대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30대부터 50대까지 여러 직업군을 가진 12명의 멤버가 그 구성원이다.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갖고 모인 건 아니었다. 시작은 2013년, 지인 몇몇이 모여 ‘뭐 재밌는 거 없을까?’를 이야기하다 지인의 지인이 더 모이고,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정말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졌다. 소공연장을 덜컥 대관해 첫 공연을 추진한 것이다.
그렇게 세모라미가 세상에 내놓은 제1호 공연은 일명 ‘알찬 불금 푸로젝트 (이하 알불금)’다. 불타는 금요일을 음주가무가 아닌 문화로 알차게 즐기자는 취지를 담은 것. 세모라미 멤버들의 의견을 모아 소리꾼 오영지의 ‘판소리 쑈-우’, 작곡가 전일환의 연애 스토리를 곁들인 ‘전일환전’, 마임이스트 정호재의 ‘닥치고 마임’, 대금연주자 양성필의 ‘필소굿’을 기획했다.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찾아왔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덕분에 그해 7월, 네 번의 금요일이 모두 알차게 채워졌다.

관객들의 반응에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한 세모라미는 그 이후 더 많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먼저 우리가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나누기로 하고,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세모라미가 만드는 강연 ‘세만강’, 이 시대를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열탕토크쇼’, 우리의 관심사를 파헤치는 소규모 ‘스몰토크’, 쓰지 않는 물건을 쓸모 있게 나누는 ‘코끼리마켓’등이 탄생했다. 나의 관심사가 우리의 관심사로, 대중들이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로 이어진 것이다.

‘세모라미’ ‘묵독’ 프로그램
신통방통 세모라미 연대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그 많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을까? 현재 세모라미 멤버가 된 필자도 신기하기만 하다. 첫 번째 알불금 소식을 우연히 알게 된 필자는 세모라미를 지역 방송국 문화프로그램에 소개하며 인연을 맺었다. 당시 알불금을 준비하던 멤버들의 열정, 즐거움에 취해있던 얼굴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해 보였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가 즐기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 그런 걸까? 세모라미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재치에 협동심까지 더해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했다. 때론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부딪혀 마라톤 회의를 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함께한 시간이 쌓이니 서로가 좋아하고 잘하는 부분들을 효율적으로 나누어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시행착오가 약이 되고 계속이라는 힘이 추진력과 실행력이 되어 더 단단한 세모라미를 만들었다.
2013 알불금 푸로젝트 포스터
문화로 가득한 섬을 꿈꾸는 어른들
아이들이 뛰어놀기 위해 놀이터가 필요하고, 어른들이 삶을 가꾸기 위해 일터가 필요하듯 세모라미는 문화를 생산하고 전파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다양한 기획들을 소화해 낼 공간을 계획하며 그곳이 도심 속 문화로 가득한 섬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도 같이 그려 넣었다. 그렇게 세모라미는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2013년 겨울, 대구 중구 서성로에 ‘클럽 일상다반사’라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다.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처럼 문화가 일상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클럽 일상다반사에서는 앞서 언급한 세모라미 기획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이곳에 오면 낯선 사람들과도 금세 친구가 된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옥상에서 공연하거나 파티를 열기도 하는데, 그땐 정말 ‘여기가 섬인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50개의 이동식 의자와 그랜드피아노, 음향시설, 빔프로젝트 등을 갖추고 있고, 대관도 가능하다.
클럽 일상다반사에서 ‘세모라미’ 옥상파티

세모라미는 클럽 일상다반사에 이어 다음 해 5월, 카페 일상다반사도 문을 열었다. 섬유회관 맞은편 골목에 자리한 이곳은 아담한 스터디룸과 파티룸으로 꾸며진 4층짜리 공간이다. 멤버들은 배우고 싶은 수업을 만들고 강사를 초빙해 클래스를 열었다. 평소 배우고 싶은 게 많은 필자는 이곳에서 가장 많은 수업을 들은 수혜자일 것이다. 우쿨렐레, 캘리그라피, 수채화, 캔들 만들기까지 다양한 취미 생활을 이곳을 통해 해오고 있다. 그밖에 매주 월요일 참가자 모두가 스마트폰을 끄고 말없이 책을 읽었던 ‘묵독’ 시간도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다.
세모라미 멤버뿐만 아니라 독서모임, 통기타 동호회 등 소규모 모임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혹시 새로운 스터디나 취미를 계획하고 있다면, 여기서 나만의 클래스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카페 일상다반사는 지금 봄맞이 변신을 준비 중이다. 세모라미의 금손 강은희, 이상희, 송윤미가 1층을 쉐어스토어로 단장하는 것. 직접 디자인한 가방과 도예 작품을 선보이며, 빛깔 좋은 도자기 그릇에 우동을 내고, 수제 호두·애플파이도 구울 예정이다. 세 언니의 손맛을 익히 알고 있는 필자는 이곳이 조만간 나만 알고 싶은 대구의 핫플레이스가 될 거라 감히 짐작해 본다.

‘세모라미’ 2018 스몰토크
나비효과 말고 ‘세모라미 효과’
세모라미가 문화로 다양한 가치를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자칭 ‘네모라미’는 세모라미가 전하는 가치를 인정하고 그 문화를 즐기는 이들이다. 세모라미의 공연에 늘 관심을 갖고 기다리며, 가장 큰 박수를 보내주는 이들. 제2의 세모라미라고 할 수 있는 네모라미 중엔 세모라미 멤버가 되어버린 사람도 있다. 영상감독으로 활동하는 멤버 박준형은 세모라미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제 세모라미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마스코트 같은 존재가 되었을 정도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각자의 재능과 장점들이 더해져 시너지를 내고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을 가능하게 만든다. 세모라미 효과 역시 같은 이치라 말하고 싶다.
세모라미는 지금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꿈을 이루고 싶다는 꿈을 꾼다. 하고 싶은 걸 현실을 핑계 삼아 포기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그 답을 찾아 나서는 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과 삶을 이해하는 길, 묵혀두었던 어릴 적 꿈을 실행하는 길, 작은 취미 생활로 나를 즐겁게 하는 길 등 우리가 함께 행복해 지는 길을 만드는 거다. 서두에 얘기한 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루는 3단계 행동요령 ‘하고 싶다 – 하자 – 할 수 있다’를 같이 외치며 말이다. 이제 당신의 꿈을 우리가 같이 이룰 차례다..

클럽 일상다반사
대구시 중구 서성로 1가 108번지 4층
카페 일상다반사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 99길 13
문의
070-8918-0731
블로그
https://blog.naver.com/ilsang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