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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기고 #1
내가 선택한 길? 그뤠잇!
글_정병수 창작플레이 대표
“나의 시작은 우연에서 시작해 필연으로 이어졌다.”

2007년 봄, 나는 극단 생활을 시작했다. 그것이 연극인으로서 첫 출발이었다. 사실 이전까지 연극을 나의 업으로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청소년기까지 연극을 단 한 편도 관람한 적이 없으며, 대구에서 연극 등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대학에 진학하여 연극을 처음으로 접해보기는 했지만, 연극 관련 전공과에 지원한 것도 호기심의 측면이 강했다. 이후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연극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무엇을 배워야 취업에 도움이 될까가 우선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대학 은사인 최주환 교수님(현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공연에 관련된 일은 어떠한 것도 알지 못했기에 그저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어떠한 목표를 설정하고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라 그저 무작정 열심히만 했던 것 같다. 게으르고 내성적인 성격은 활달하고 성실해지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어릴 적 과학자나 대통령 등 희박한 가능성의 장래희망만 있었을 뿐,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꿈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내가 목표를 설정하고 꿈을 꾸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연극 「그녀가산다」 공연
“나는 무슨 일 하는 사람 같나요?”
사람들은 나를 기획자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불과 몇 해 전까지 스스로 기획자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대행자였다. 극단이나 타 장르의 공연팀에서 기획 인력이 부족해 나를 단기간 프로젝트 형식으로 고용하고 공연이 끝나면 다음을 기약하는 패턴이었다. 그러니 나 자신을 기획자라 생각하고 말하는 게 어색했다. 작품의 컨셉 설정이나 배우 및 스태프 구성 등 공연의 시작단계부터 함께 해야 기획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데 모든 구성이 끝난 후 티켓 오픈 및 홍보단계부터 참여하니 기획자라 말하기가 어색해 항상 스태프라고 나 자신을 표현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생겨난 나만의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몇 년 전 일이다. 내가 참여한 한 공연에 함께 참여한 배우의 어머니께서 공연을 관람하신 후 배우와 스태프 간식거리를 챙겨주신다고 대기실을 찾으셨다. 그 배우와 함께 출연한 다른 배우들과도 잘 아셨으며, 자주 공연을 관람하셨던 터라 모두가 친근하게 인사를 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배우의 어머니께서 나에게 “근데 정확히 무슨 일 하는 분이세요?” 순간 당황한 나는 머뭇거리다가 “스… 스태프입니다.”라고 망설이듯 대답했다.
그 순간 대기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상황을 설명하려는 듯 당시 공연의 연출을 맡았던 박현순 선생님은 “우리 기획자입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아주 약간의 공허함이 내 마음 한편에 밀려왔다. 그때 나는 나의 자존감과 미래를 위해 그동안 품어왔던 나의 꿈을 펼치기로 다시 한번 맘을 굳게 먹었다. 그래서 제작을 하기로 결심했다.
연극 「그녀가산다」 무대
“기획자는 영업직인가요? 아니면 예술가인가요?”
나는 공연 관련 일을 하며 항상 고민해 오던 게 있다. 기획자는 어떤 마인드로 작품 활동을 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공연을 진행하다 보면 관객 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건 기획자뿐만 아니라 제작, 연출, 배우 등 모두가 신경 쓰는 부분일 것이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관객석이 꾸준히 많이 채워져 있는 공연이 있지만 어떠한 노력을 해도 빈 좌석이 많이 보이는 공연이 있다. 당연히 마케팅 전략을 달리해야 하는데 똑같은 패턴으로 했기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물론 엇비슷한 소재의 공연을 진행하더라도 관객 수의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나는 관객 수가 적은 날이면 항상 배우들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한다. 관객 수는 적지만 힘내서 파이팅 하자고 말이다. 그리고 배우들도 나에게 파이팅하자고 화답한다. 이럴 때면 나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나는 영업사원인가? 아니면 예술가인가? 대부분의 공연 제작자는 나에게 의뢰를 할 때 첫 번째로 이전 공연 보다 관객 수 증가를 기대한다. 그것은 곧 매출 증대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당연하다. 공연 특성에 맞는 티켓 판매 전략의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기획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 전략에 맞게 배우든, 스태프든 노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연극 「흉터」 막공 후
기획자는 크리에이티브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공연마다 특색에 맞게 전략을 짜야 하며, 예산확보 및 편성, 참여자 구성, 적절한 환경 조성, 관객 개발 등 전체적인 그림을 보며 조합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예술과 비즈니스를 적절히 조합한 창의적인 마인드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공연 전반에 관여하는 디자이너인 셈이다. 디자이너가 예술가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연 기획자 & 제작자”
기획자이며 제작자로서 가장 큰 사명감은 최적의 문화상품을 관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연을 관람하기 전까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또한 나의 의무이다. 최상의 서비스란 하나의 공연을 보기 위해 검색을 하고 함께 관람할 사람과 약속을 정하고 공연장을 오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관객들이 최고의 공연을 보기 위해 배우들과 스태프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나에게 주어진 임무 중 하나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박수를 받으면 큰 힘을 얻는다. 배우의 삶을 사는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작품 활동을 늘 함께하는 어느 배우는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에게 주옥같은 멘트를 남긴다. “오늘 하루도 여러분이 있어 배우로서 살 수 있었습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너무나도 인상 깊은 말이다. 1시간 30여 분 동안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고 가슴에 꽂히는 멘트까지 선물하니 이후에도 공연장을 찾게 되는 동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배우들은 배우의 삶을 살 수 있게 하고 관객들에게는 고단하고 힘든 하루 속에 삶의 무료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것, 이런 선순환 작용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나의 삶이라 생각한다. 최상의 문화상품을 만들어내고 관객들에게 공급하는 것, 그것이 나의 과제이며 숙명이다.
연극 「줌마들의 브런치」 공연
“설계자 그리고 리더”
‘창작플레이 대표 정병수’라는 직함이 아직은 어색하다. 익숙해지려고 노력은 하지만 대표라는 직함보다는 주변의 예술인들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리더이고 싶다. 우리의 선배들이 지금의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듯이 나 역시도 우리와 미래의 세대들에게 더 나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리드해 나가야 한다.
나는 식구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 데 함께하는 우리 식구들의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제작뿐만 아니라 매니지먼트적인 부분도 신경을 쓸 것이며, 같이 그림을 그려 나갈 것이다.
미래를 그려 보라 그리고 설계하라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