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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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 발전에 대한 단상
글_오동욱 대구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1. 프롤로그(Prologue)

유네스코는 교육․과학․문화의 보급 및 교류를 통하여 국가 간의 협력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연합전문기구이다. 유네스코의 운영사업 중 문화 다양성을 위한 국제연대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창의도시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 사업은 문화예술분야에서 국제 수준의 경험이나 지식, 전문기술을 가진 창의도시 간의 네트워크를 말하며 2004년 10월부터 시작되었다.

2017년 10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72개국 180개 도시가 문학, 영화, 음악, 민속예술, 디자인, 미디어, 음식 등 7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음악분야 창의도시 대구를 비롯하여 서울(디자인), 이천(민속예술), 전주(음식), 부산(영화), 광주(미디어), 통영(음악), 부천(문학) 등 총 8개 창의도시가 있다. 이러한 창의도시들은 사회적․문화적․경제적 발전을 장려하고,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제39차 유네스코 총회(사진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
2. 창의도시 구현의 전제 조건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과 활동은 지역 혁신과 함께 문화적 활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지역의 문화예술 자산과 특성화된 콘텐츠를 발굴․확산하여 시민의 삶의 질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창의도시로서의 글로벌 이미지를 제고하며 나아가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영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이 프로젝트는 랜드마크 차원을 넘어 퓨처마크(Futuremark)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랜드마크가 겉이라면 퓨처마크는 겉과 속을 모두 상징하는 것으로 랜드마크 개념과 함께 형태가 없는 무형의 가치를 포괄한다. 그러므로 유네스코 창의도시 사업은 내․외부적, 유․무형적 가치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다.

창의도시 구현을 위해서는 문화 전체가 도시 발전의 전략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를 구성하는 개별 분야에 대한 지원보다는 총체적인 형태의 정책이 필요하다. 즉 사람, 산업, 공간, 제도 차원에서 유기적인 프레임웍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창의도시는 공공, 기업, 시민단체 등에서 다양한 유형의 리더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다양한 리더십은 여러 부문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창의성이 풍부하며 혁신적이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며, 우수한 사례를 접목할 수 있는 행정적․제도적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행정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시민 참여를 유도하여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전략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창의도시는 민간이나 행정의 상호 보완과 참여를 통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의적 인력을 발굴하고 기르는 것이다. 창의적 인력 없이 문화도시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전략적 지점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한 문화와 예술에 의해 개인의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공간은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이어야 된다. 그러한 공간은 시민들에게 자신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사고를 확장하고 창의성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생활공간 곳곳에 있어서, 문화와 예술에 전문적으로 종사하거나 활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반 시민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네트워킹하는 그러한 공간이 필요하다.

3. 행복한 음악창의도시 대구가 되기 위해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행복한 음악창의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의 운영프로그램을 개선․보완하고, 관련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즉 도시 전체의 구성요소들과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관련 커뮤니티의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다. 우선 개별 문화시설·단체 특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교류협력을 내실화하기 위해서 지역 문화기관운영협의체를 통하여 유기적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문화적 인프라 간의 유기적 네트워크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경우 관련 주체들 간의 소통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각 주체들은 기자재와 공간 등 문화자산의 이용, 관련 DB 관리, 프로젝트 기획과 마케팅 등의 프로그램을 공동 수행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네트워크 구축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사업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창의도시를 선도하는 혁신 포럼이 필요하다. 예술가는 물론 일반시민, 현장 종사자, 기업인 등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융합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창의적 음악도시 실현을 위해 아젠다를 발굴할 뿐만 아니라, 해결해야 할 도전적 과제를 찾고, 관·민이 함께 풀어가는 선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 축하 음악회(사진 : 대구광역시 블로그 ‘다채움’)

그리고 조직 및 제도적 기반 강화를 위해서 유네스코 창의도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조정기구(Coordinator)가 설치되어야 한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주요 추진주체와의 연계가 최대한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연하고 전문화된 업무 분장을 통하여 프로그램을 관리하기 위해 전담 추진주체가 필요하다. 그 안에 유네스코와의 조율 기능을 수행할 핵심 책임자(Point Person)를 지정하여 창의도시 사업실행 및 추진상의 사업방향 설정, 추진위원회 등의 역할을 부여하고, 독자적 형태의 사무국에 배치시켜야 한다.

아울러 책임감과 파트너십을 갖춘 거버넌스인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도 병행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와 같이 창의성과 협업이 중요한 분야일수록 참여주체들의 끈끈한 연계가 강조되기 때문에 분업형 협력 네트워크로 혁신 창출을 지향해야 한다. 나아가 창의도시 조성의 제도화・효율화를 위해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지원 조례 제정과 중장기 발전을 위한 액션플랜 수립도 진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다. 문화시민운동 차원의 커뮤니티를 통해 창의도시를 위한 참신한 방안들을 제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민․학생 아이디어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음악창의도시 발전을 위한 생활 속 아이디어 및 제도 개선안을 제안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SNS 정보 통합플랫폼을 구축하여 시민중심 네트워크 참여마당, 서비스포털, 앱을 활용한 다각적 의견 수렴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창의도시 관련 이슈를 지속적으로 개발, 기사화하여 시민과 공감할 수 있는 연결고리 찾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2017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워크숍 (사진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
한번 더 강조하자면 창의도시 프로젝트의 확산, 공유, 실현을 위해 민간 차원의 포럼으로 새로운 가치를 꽃피우고 활력 넘치는 도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 포럼을 통해 민간 부문의 다양한 주체들과 연계하여 시민역량을 결집시키고 창의도시를 만들어 가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지자체를 포함한 지역 예술단체와 전문가 등의 주도적 역할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타 장르 관계자들과의 대승적 협력이 필수라는 점에 대한 공감은 너무나 중요하다. 창의도시 프로젝트는 특정 장르의 발전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고, 거의 모든 문화예술 장르에 파생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4. 에필로그(Epilogue)

21세기는 모방이 아닌 창의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와 문화로 승부를 해야 하는 시대이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도시 레벨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는 창의도시를 도시의 발전전략 내지는 지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은 물론 국내 많은 지자체에서도 문화를 통한 도시의 발전과 경제적 부를 창출하기 위해 창의적 문화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창의도시로서 시민과 관광객에게 풍부한 문화적 체험 제공, 도시의 문화유산과 주민 참여를 통해 새로운 도시 공간 창출, 문화적 다양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화이벤트 개최 그리고 문화예술의 경제적 효과 창출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는 성숙된 문화적 자산은 물론, 역사성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도시이다. 대구의 예술사는 한국의 예술사와 그 맥을 같이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사시대부터 이루어 낸 독특한 문화를 시작으로 가야문화와 신라문화의 전통을 잇는 영남문화의 중심이자 대한민국 문화의 거점으로 크고 작은 예술적 족적을 남긴 예향의 도시다.

이러한 배경을 보유한 대구는 음악창의도시 선정으로 세계 각국의 창의도시와 정보 및 유관산업까지 공유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으며, 관련 시설의 확산과 음악콘텐츠 개발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러한 창의도시의 지향과 창의성의 배양은 지역사회 발전에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다.

2017 월드오케스트라 고택브런치콘서트

시민과 함께 만드는 음악행복도시, 글로벌 음악창의도시 간의 허브 도시가 되고자 하는 목표는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재생하는 사업을 통해 초단기적인 일정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사업은 일반적 개발 사업이나 재생 활성화사업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역의 공간적 개발에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보유한 문화적 자원을 발굴·발전시키고 이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다채롭게 활용할 줄 아는 전략 구사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구의 창의적 역량을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 창의도시의 열매는 인내의 세월을 보내면서 아주 천천히 열리지만, 그 열매는 우리 대구와 시민의 감성을 따뜻하게 하고 희망을 키우는데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다. 장기적인 안목과 진지한 고민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구슬들을 함께 잘 꿰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존의 소중한 구슬들을 잘 꿰어 품격 있고 속이 꽉 찬 창의도시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