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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3
지방분권시대, 대구 영화계의 대응 전략과 과제
글_서성희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 이사장

근대화 이전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자원을 서울로 대표되는 중앙에 집중시키는 구조를 당연하게 여겨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구영화계는 조직력을 가지지 못했고,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도 부족했다. 이제 지방분권이 우리 사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지방분권, 자치분권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구영화인 스스로 지역의 발전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머리를 맞대고, 수도권으로만 흘렀던 사람과 경제의 물길을 지역으로 틀고 생기가 도는 지역사회를 만들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영화문화를 누리는 행복한 대구를 만들기 위해, 대구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행동과 발언 의지를 높여야 한다.

먼저 대구지역의 영화문화 다양성 확보 및 향유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영화는 멀티플렉스의 확대와 플랫폼의 다양화로 소비 차원에서 대중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생산 차원에서는 수도권에서 제작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역은 수도권 메이저 시스템과는 다른 중간 매개체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영화교육을 토대로 창작의 기초를 다지고, 작은 영화관을 활용하여 다양한 영화 콘텐츠를 유통함으로써 대구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대구 수성못 일대에서 영화 ‘수성못’ 제작진이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 :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제공)

영화문화는 생산 주체의 한쪽 끝에는 개별 영화제작자나 창작자로서 생산자가 있고, 다른 한쪽 끝에는 기업이 있으며, 그 사이에 민간지원단체나 중간 매개체가 있다. 이런 중간단계의 영화제작 기반 지원단체나 업체들은 생산량, 고용, 지역사회 참여도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서, 지역 기반을 토대로 지역사회 내에 경제, 문화 사회적 삶을 도모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지역 경쟁력은 강화되고, 제작, 유통, 소비, 시장 확대의 순환작용은 한국 영화산업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역 영화 콘텐츠가 창조산업의 모세혈관까지 이루어지기 위한 지역과 중앙의 문화적인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인식과 경험의 부족, 영화산업의 가치에 대해 믿음과 결과에 대한 신뢰 부족, 리스크에 대한 도전과 열정의 한계, 산업적으로 많은 압박이 영화산업이 지역 안에서 성장하는데 장애물이다. 지역 인력들이 영화진흥위원회, 콘텐츠진흥원 등 중앙의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지역에서는 수도권이라는 정서적 거리감이 있고 새로운 창작자들은 정보에 접근하는데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지역 영화 전문기관·단체가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대구시의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지역과 중앙이 협업하여 산업적으로 새로운 지역 경제 모델을 발굴하고 장기적으로 초지역적인 발전을 이끌 때 국가 경제개발 및 지역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더욱 적극적인 ‘지역’ 개념을 영화진흥정책에 도입해야 한다. ‘지역’ 개념은 ‘지속가능한 지역생태계’로 이해되어야 한다. 영화 진흥의 국가적 책무가 지속가능한 영화라는 명제로 압축되듯이, 지역 정책은 지속가능한 지역이라는 개념과 영화와 영상이 경계를 통합하는 영상생태계 개념 양자를 포괄하는 ‘지속가능한 지역생태계’ 정책으로 구체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시혜적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지역 영상생태계의 성장을 도모하는 사업을 고민해야 하며, 이는 단지 재원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종합적인 수립과 운영을 의미한다. 동시에 문화로서의 영화, 산업으로서의 영화에 대한 양면적 이해와 지역 특성에 따른 역량 집중에 때로는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는바 이에 대한 정치적, 정책적 선택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대구 독립영화극장 ‘오오극장’

이를 위해 영화진흥위원회는 중앙과 지역을 연계하는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전국적 범위에서의 정책 구상과 실현을 오롯이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중앙과 영화진흥위원회, 지역과 영화진흥위원회 간의 정책적 역할 분담과 유기적인 협력관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이러한 협력관계 구축과 중개자 역할을 온전히 자임하기 위해서는 역량 집중과 강화가 필수적이며, 이는 영화진흥위원회 직원 개인의 몫이 아니라 조직적 차원에서 방안이 입안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노력으로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2015.9)을 통해 계기로 지역 영상문화 활성화, 다양성 확대, 공공성 강화를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방향성을 고려해서 지역사업을 새롭게 포지셔닝하겠다는 비전에 발맞추어, 영화진흥위원회가 중심이 돼서 지역 영상문화 사업을 총괄하고 지역 단위 논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몇 차례 간담회 개최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겠다고 파트너로 찾은 것이 한국영상위원회와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이다. 문제는 영상위원회가 없는 대구 지역의 경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구영화계가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첫째, 적극적인 대응 방안으로 대구영화계만의 요구사항을 영화진흥위원회에 직접 개진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상위원회가 없는 대구영화계의 입장을 개별단체간담회에 참석할 때마다 개진하려 노력했으나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둘째, 합리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전국 단위의 구성체를 꾸려 현장과 문화부와 국회로 요구사항을 관철하고 있는 한국영상위원회,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등의 단체에 가입과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장기적 지역 문화 분권과 관련하여 지역 분권의 방향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영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대구 지자체 역시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며, 관련 정책 수립의 절차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간담회, 토론회 등을 공동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영화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도출된 정책 과제를 토대로 조례 제정과 기구 설립이 추진되어야 한다.

21세기는 영상언어의 시대이다. 그러나 우리는 영상언어를 정규 교과에서 배워본 적이 없다. 근대교육의 체제를 갖춰가던 시절에는 영화라는 매체가 없었기 때문에 공적 교육의 자장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2018년 현재, 대구 지역에서 영화를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학교 단위의 교육 기관은 사실상 모두 문을 닫은 상태이다. 이러한 대구의 현실을 토대로 영화를 한다는 것은 사람과 장비와 지원 면에서 삼중고의 어려움이 따른다.

지방분권의 기초는 해당 지역의 경쟁력이며, 지역에서 스스로 건강한 영상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운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영상미디어센터는 지역 영상문화 활성화의 주요 창구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영화 청년들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그들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대구영상미디어센터는 일정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창구 역할해내야 한다. 동시에 시민 영화교육을 전문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중심 기관이어야 한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교육 (사진 :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제공)

그리고 11개 도시에 있지만, 대구에는 없는 영상위원회를 조직해 지속적인 영화발전을 위한 방안을 상시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구시의 영상진흥 조례도 현실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되었지만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 지역 격차 등에 문제를 해결하고 역량을 모으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구 영화문화의 현실 점검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방분권 성공, 지역 역량 강화는 지방이 매력 있는 생활 근거지가 되고 사람들이 살고 싶게끔 만들어야 성공이라고 본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가 지역 문화의 희망과 내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사람이다. 대구 지역에 애정을 갖고 문화로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대구 지역에서 영화를 하면서 들였던 노력, 경험, 지혜, 그리고 문제의식, 대안 등을 모아야 할 때다. 그래야 지방분권시대에 지역 문화가 열쇠가 되는 새로운 문화미래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문제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대구가 가진 문제를 기회 삼아 향유 가능한 영화문화가 풍부한 도시로 만들려고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모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