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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1
문화자치․분권, 그리고 문화적 균형발전을 위한 제언
글_노영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여가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지역’에 주어진 권한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지역 간 격차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통해 자율과 자치로 생동하는 지역을 만들어야 하며, 지속적인 지역균형 발전정책을 통해 전국이 두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목표 중 핵심으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자치’와 ‘분권’의 시대적 가치와 요구에 문화와 예술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 무엇보다도 강조되어야 할 분야이다. 문화와 예술에 있어 개인과 공동체, 지역의 자유와 자율성은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정치이념, 관료적 규격과 위계성에 ‘문화’를 가두면 ‘문화’는 생명력을 잃거나 도구적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문화․예술’과 ‘정치․행정’이 팔길이 만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오래된 원칙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한편, 자치․분권과 더불어 문화적 균형발전 또한 중요한 현안 중 하나이다. 2016년에 발표된 2014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도시-농촌, 시-군-구, 재정자립도 등에 따라 지역 간 문화격차가 여전히 나타나는 점1)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문화의 지역 간 균형발전 또한 놓칠 수 없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시대적 요구이다.
‘자치’와 ‘분권’은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재정과 인력, 자원, 사업집행권한, 감사․평가 등의 권한을 지방으로 과감히 그리고 균형 있게 이양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문화분권’이란 ‘문화의 주요기능과 행정적 권한을 지리적으로 균형 있게 분배함으로써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국민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권한과 더불어 ‘책임’까지 이양된다는 점이다. 권한이 커질수록 그만큼 사업추진의 질적․양적 성과 제고, 예산집행의 투명성, 권한의 합리적 행사와 남용방지 등 지역이 짊어질 ‘책임’은 커지게 된다.
이상적이고 효과적인 ‘권한’과 ‘책임’의 행사는 곧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관련된다. 인적․물적 자원, 재정여건과 정책추진 역량이 축적되어 있는 지역은 그렇지 못한 곳에 비해 정책의 성과 제고, 위기관리 등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지역 간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자치’와 ‘분권’은 역설적으로 지역 간 경쟁과 갈등을 유발하고 지역 간 불평등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있다.2) 따라서 다소 이상적이고 선언적이긴 하지만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제로섬(zero sum)이 아닌 모두가 승자가 되는 포지티브섬(positive sum)의 관계이어야 할 것이다.
문화자치․분권과 문화적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문화자치 혹은 분권적 관점에서 볼 때, 지역문화진흥은 원칙적으로 지역 여건의 실시간 파악이 가능하고, 지역 내 가용자원을 직접적이고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니셔니브(initiative)를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균형발전 및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자원의 적절한 분배, 법․제도적 환경개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역문화정책의 추진을 위해 중앙정부와 관계 공공기관의 역할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지역문화 진흥과 관련된 각 주체별 역할과 주요 기능에 대한 정립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 중앙정부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중앙정부,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법․제도 개선, 기반 시설 확충 등 환경 조성, 직접 사업의 축소와 예산의 효율적․체계적․균형적 재분배, 사업의 직접적 통제․관리가 아닌 평가․협력․매개기능의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즉 중앙정부는 지역문화정책의 후원자 혹은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지역문화와 관련된 직접적인 사업집행보다는 문화자치 혹은 분권적 관점에서의 법․제도 및 재정 구조 개편, ‘문화영향평가(문화기본법 제4조 4항)’, ‘지역문화실태조사(지역문화진흥법 제11조)’,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지역문화진흥법 제6조)’, ‘지역문화전문인력의 양성(지역문화진흥법 제10조)’, ‘문화도시․문화지구의 지정 및 지원(지역문화진흥법 제4장)’ 등과 같은 조사․통계, 평가, 컨설팅 등의 기반구축 및 지원 사업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 지방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 중 광역지자체는 문화정책의 기획자, 정책사업 시행자임과 동시에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간을 중재하는 매개자로서 기능해야 할 것이다. 특히 관할 내 기초자치단체간 균등한 자원의 배분을 통한 문화적 균형발전을 추구해야 할 책무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역문화 관련 보조사업의 일반회계․기금에서 지역발전특별회계 시도자율편성으로의 이관 확대는 광역자치단체들의 권한 및 역할과 직접 연결되므로, 광역자치단체의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관심과 이해, 지역 여건에 관한 면밀한 분석이 더욱 요구된다. 따라서 광역자치단체는 관할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적 여건과 애로사항을 수시로 점검하고, 이를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문화진흥 종합계획과 연계해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간의 정례적인 협의를 통해 정보 비대칭성의 해소와 지역문화정책에 관한 의견수렴 및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기초자치단체는 생활권 단위에서 지역사회 및 주민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주체로서, 고유의 문화자원 발굴․활용, 지역의 문화 환경 개선 및 역량 강화, 지역주민의 문화향유 및 문화소외계층 지원 등의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특히 지역문화 진흥을 위해 기초 차원의 강력한 리더십과 내부 역량강화가 필요하므로, 자치단체 및 지방의회 간 문화정책에 관한 이해관계의 조정, 지역문화 전문인력 발굴 및 양성, 민관 협력형 로컬거버넌스 구축 등이 기초자치단체에 적극 요구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문화자치․분권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화자치․분권은 문화정책과 관련된 권한과 책임을 지자체에 대폭 이양함으로써 지방이 자율적인 문화발전을 이루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 권한과 책임의 단순 이양은 지방간 시행능력의 격차발생, 중앙/지방, 지방간의 갈등유발 등의 문제가 유발된 가능성 또한 상존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적 문화분권'(collaborative cultural devolution)이라는 새로운 모델 창출이 필요하다. 최병두(2017)는 중앙권력의 단순 지방이양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협력적 지방분권’을 제안하고 있다. 이 때 협력적 지방분권은 개별 지자체의 자치권을 인정하되, 그들 간 상호협력체계의 구축을 통하여 지방간의 과잉경쟁 해소, 자원의 공유 및 중앙정부에 대한 공동대응(견제와 협력)의 모색을 의미한다.
< 그림 > 지방분권의 모형
출처 : 최병두(2017), p.127 그림을 일부 수정
협력적 문화분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우선 중앙-지방, 지방간에 정책 협의․조정이 가능한 공식적인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역문화진흥법 시행령 제22조의 ‘지역문화협력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중앙정부 차원을 넘어 지자체까지 기능 확장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 자원의 효율적․합리적 활용과 역량 확보를 위해 인접한 기초자치단체간의 협력 사업을 적극 권장하고 이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 또한 협력적 문화분권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화자치․분권에 의해 부여된 권한과 책임의 실효적 행사를 위해서는 지방 자체적인 역량 확보는 물론 합리적인 견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생활공간에 기반한 문화자치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지자체의 문화․예술 정책에 협력 혹은 견제하는 시민사회의 참여를 적극 보장하고 지원하는 것이 요구된다.
<참고문헌>
  • 노영순(2016),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공공부문의 역할과 과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체육관광부(2016)․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4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 분석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최병두(2017), (불)균등발전과 국토공간의 재규모화, 2017년 한국공간환경학회 하반기 학술대회 ‘지역발전 2중주 :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향해’ 자료집, 113-128
  • 1)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 시(市), 도시지역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 군(郡)과 구(區), 도농통합-농촌지역에 비해 지역의 문화적 여건이 우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문화체육관광부, 2016, 2014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 분석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 2)발전국가의 경우 중앙집권적 정치권력 유지와 강화를 위하여 지역정치를 장악했지만, 신자유주의적 전환과정에서 기업주의적 도시, 지역정부로의 전환, 지방자치제 강화를 추진한다. 하지만 자치와 분권 정책이 지방정부들간의 힘의 불균형을 무시 또는 은폐한다면 분권화와 자치는 신자유주의 때문에 빚어진 불평등을 한층 확대하는 중요한 수단(Harvey, 2014)이 될 수 있다(최병두, 2017, (불)균등발전과 국토공간의 재규모화, 2017년 한국공간환경학회 하반기 학술대회 자료집 ‘지역발전 2중주 :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향해”, 113-128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