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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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콘서트하우스의
‘2017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를 보고
글_이철우 계명대 초빙교수-작곡가, 대구문화재단 이사
대구 콘서트하우스의 ‘2017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가 지난 10. 21.(토) ‘이상화 고택 브런치 콘서트’로 시작하여 11월 17일 개막된 그랜드홀 본 공연에 앞서 ‘오케스트라 특공대’라는 명칭 하에 서울역을 비롯하여 지역의 생활공간, 일터, 역사적 명소, 소외계층 등 다양한 곳을 방문하여 치유와 소통의 기회를 가지면서 ‘100회의 찾아가는 음악회’를 개최하며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의 알리미(홍보사절) 역할을 하였다.
고택 브런치 콘서트
고택 콘서트로부터 국제 오케스트라 심포지엄(12.7. 서울 프라자호텔)까지의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의 프로그램구성을 살펴보면, 6개 교향악단, 3개 챔버 오케스트라 연주회와 특별 연주회 7회, 심포지엄, 마스터클래스, 비포 더 콘서트, 교실음악회와 스쿨콘서트 등의 교육프로그램과 찾아가는 음악회 등 구성적인 면에서 글로벌 음악제가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를 갖춘 행사였다. 이제 이 행사를 더 상품화하여 세계에까지 알리고 외지에서 대구를 다녀가게 할 일이 우리들에게 숙제로 주어진다. 그리고 내용 면에서도 모스크바 필하모닉(러시아)을 비롯하여 빈 심포니(오스트리아)와 최근 세계적으로 명성이 급부상한 신포니에타 크라코비아(폴란드), 무직콜레기움 빈터투어(스위스) 등의 교향악단과 브라티슬라비아 챔버(폴란드)까지 그야말로 글로벌 대표 악단들을 대구 콘서트하우스에 세운 의미 있는 관현악축제였다.(오케스트라 명칭은 가능한 한 약칭으로 기술함)
2017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포스터
필자는 6개 교향악단 연주회와 3개 실내 오케스트라음악회 그리고 국립경찰교향악단 연주회와 갈라 콘서트까지 가능한 한 모든 본연주회에 참석하였으며, 몇몇 본 공연의 참석이 불가능했던 연주회는 당일 무대리허설에 참석하고 주최 측에 본 공연의 동영상을 의뢰하여 현장분위기를 다시 확인하였다. 그리고 2015년부터 시도된 국제 오케스트라 심포지엄에 매년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여하였으며, 이번 행사에도 발제자로 참여하여 <오케스트라 프로그래밍 어떻게 할 것인가? -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콘서트하우스를 위한 제언'>을 발제하며 ‘2014년 대구콘서트하우스 재개관 기념 아시아 오케스트라 페스티벌’로 시작하여 이미 4회째 지속되어 오고 있는 이 축제의 의미와 발전 방향 그리고 이와 연관하여 대구시향의 글로벌 오케스트라 프로그래밍에 이르기까지의 고민을 관계자들과 함께 나누어 왔다.

지면이 좁아 교향악단 연주회를 중심으로 간단히 음악회를 소개하며 이 축제의 의미를 종합하고자 한다.

대구시향 개막연주
11. 17.(금) 19:30, 대구시향의 개막연주는 필자의 입장에서 대구시향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라 생각하여 리허설과 본 공연을 모두 섭렵한 음악회였다. 73세의 세계적으로 최고의 쇼스타코비치 해석자로 정평이 높은 거장 미하일 유로프스키(객원 지휘자)의 리허설에서 발견한 대구시향의 집중력이 놀라웠고, 지휘자에 따라 대구시향의 가능성은 더 클 수 있다는 확신과 객원 지휘자 시스템의 정착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확인한 음악회였다. 리허설 중 휴식시간에 단원들이 앞 다투어 지휘자와 사진을 찍으며 친근함을 보이는 모습도 아름다웠고, 필자로서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필자의 친구들 특히, 내년에 파리에서 올려질 필자의 오페라 ‘춘향’의 총감독 소프라노 엘레나 바실리에바와 작곡가 알렉산더 라스카토프 내외와 절친 이어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개인적으로도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당장 필자의 작품들을 보내달라고 할 만큼 의미 있는 만남이 되기도 했다.
대구시향 개막연주
연주곡목은 무소륵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마케도니아 출신 시몬 트릅체스키가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었다. 안정적이며 예민한 지휘자의 음악적 리더십과 함께 협연자의 여유 있는 음악성과 기교가 객석에 큰 감동을 선물하였다.

11. 18.(토) 17:00, 신포니에타 크라코비아의 연주는 F. 레쎌의 ‘서곡 G 단조’,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신예 김영욱 협연)과 베토벤, 교향곡 7번이었으며, 지휘자 유렉 뒤발의 패기 넘치는 지휘가 객석의 기분을 상쾌하게 하였다. 베토벤의 해석이 다소 독자적인 면이 느껴졌으며, 김영욱의 협연이 감동적이었다. 지휘자의 동작 폭이 커서 무대가 다소 분주하게 느껴졌던 점이 있었지만 신선함이 느껴진 음악회였다.

신포니에타 크라코비아 연주(신예 김영욱 협연)
11. 26.(일) 17:00, 모스크바 필하모닉의 연주는 필자 개인적으로 이번 전 축제 프로그램 중 최고의 연주라 표현할 수 있는 차이콥스키 음악회였다. 교향곡 6번 ‘비창’은 지휘자 유리 시모노프가 마치 음악에 맞추어 마임을 하듯 음악을 그려 나갔으며, 작품의 깊은 세계를 경험하게 한 연주였다. 그리고 바이올린 협주곡(S. 그릴로프 협연)도 음악 속에 관현악과 지휘자, 협연자가 그대로 녹아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첫 곡은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서곡이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이즈로 변경 연주되었다. 차이콥스키라는 자국 작곡가의 작품만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모스크바 필하모닉 연주
11. 28.(화) 19:30, 무직콜레기움 빈터투어의 연주는 악단보다 A. Ottensamer의 클라리넷 협연에 빠진 음악회였다. 악장(R.G.몬하스)이 직접 지휘하면서 연주하는 전형적인 소형 베토벤 앙상블이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느끼게 하였으며, 객석은 서곡 ‘에그몬트’에서 이미 압도되었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의 해석과 연주가 매우 안정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음악의 흐름을 따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오텐잠머의 클라리넷 협연에서는 두 지휘자가 지휘를 하는 것 같이 무대에서의 움직임이 많아 산만함도 느껴졌었다. 그리고 오텐잠머는 마스터 클래스를 무료로 선물하며 축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무직콜레기움 빈터투어 연주
12. 1.(금) 19:30, 경북도향(이동신 지휘)의 연주는 악단의 안정적인 발전을 읽을 수 있게 한 연주회였다. 특히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op. 45의 연주가 감동적이었다.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한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도 기대 이상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하였다. 안타까움을 느낀 것은 리허설 때 그랜드홀의 음향적응에 지휘자와 단원들이 무척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점이다. 전용홀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게 해준 공연이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대구의 친척악단으로서의 경북도향의 발전을 응원한다.
경북도향
12. 6.(수) 19:30, 빈 심포니의 연주는 폐막연주로서 베토벤 교향곡 5번과 브람스 교향곡 1번만 연주하여 빈(Wien)의 진수를 보여 주면서 대구의 음악애호가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젊은 프랑스인 지휘자 필립 조르당의 템포설정이 매우 안정적이었지만 객관적 고전의 원칙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신선함을 느끼게 한 해석이 전반적으로 감동의 폭을 크게 하였다. ‘오리지널을 만난 감동’이랄까? 혼의 실수가 한 부분 분명히 느껴졌지만 개인적으로 베토벤에 더 매료되었고, 브람스의 3악장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빈 심포니 연주
그리고 11. 24.(금) 19:30, 경찰교향악단(조용민 지휘)의 연주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구의 젊은 연주자 위수인(피아노), 김소정(바이올린), 조형준(첼로) 등이 협연한 베토벤의 3중 협주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이 연주되었는데, 소문보다는 건강한 청년오케스트라 라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12. 5.(화) 19:30, 대구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지정 기념 ‘갈라콘서트’도 대구의 희망을 보여주는 음악회였으며, 브라티슬라브 챔버와 뉴월드 챔버(금난새 지휘) 그리고 앙상블 유니송(데럴 앙 지휘)의 실내오케스트라 연주도 협연과 매인 프로그램 모두 기대감에 부응하는 연주회였다.
갈라콘서트
심포지엄(대구와 서울)을 통해서 서울의 오케스트라 관계자들은 대구를 ‘축복받은 음악의 도시’라고 하였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는 대구가 ‘한국 근대음악의 뿌리(박태준 현재명의 도시, 한국에 피아노가 처음 들어온 도시 등)’이며, 한국의 가장 왕성한 ‘현대음악의 도시’이고, ‘클래식음악이 전국에서 가장 활성화된 도시’라는 중요한 현실의 산물이다. 심포지엄에서도 많이 언급된 내용이지만 이러한 축제가 횟수를 더해 갈수록 우리 악단들의 ‘대표레퍼토리 만들기’가 매우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작업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서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특히 대구시향은 한국(특히 대구) 현존작곡가들의 작품을 기본적으로 보유하여야 국제음악축제의 주인 노릇에 대한 명분이 생길 수 있다. 모스크바 필하모닉과 빈 심포니 그리고 폴란드의 브라티슬라브 챔버가 자국의 작품만으로 프로그램을 꾸미고 있는 점이 부러웠으며, 이러한 부러움이 꿈으로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