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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2
불확실에 대한 소고
글_정세용 B커뮤니케이션 대표
지난 가을 대구미술협회가 주관하고 수성아트피아가 주최하여 기획한 <불확실에 대한 소고>전은 동시대의 예측할 수 없는 사회현상과 그에 따르는 미래의 불안감 등을 한국, 이탈리아, 영국, 일본, 중국 작가들이 표현한 국제전이다. 변화가 너무 심하여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인 현대사회를 총 12명의 작가들은 입체, 설치, 영상, 사진 등의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동시대의 불확실성을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예견했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대로 우리는 인류역사상 최대의 불확실한 시대가 예상되는 격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세상은 변했고 지금 이 순간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2017년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으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하면서 세계의 정치와 경제는 불확실성으로 요동쳤다. 기존의 정책과 관행을 일단 뒤엎고 보는 스타일로 자국우선주의인 보호무역주의와 반 이민 정책을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는 취임 일주일 만에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얼마 전 그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선언한 여파가 아랍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들이 거주하는 서안 및 가자 지구를 중심으로 유혈충돌이 빚어졌고, 미국과 긴밀한 관계인 요르단에서는 대사관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중동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수 백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돌을 던지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 당국은 최루가스와 플라스틱 공을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50여명이 다쳤다. 또한 이날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서 미사일 2발이 이스라엘 해안가를 향해 발사되었고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아기를 포함 4명이 숨지고 1250명이 다쳤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 국가들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의 만남을 취소하는 등 미국과의 교류를 중단하기로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도 미국 성토장으로 변했다. 이처럼 예루살렘을 도널드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표함과 동시에 중동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IS세력이 사라진 힘의 불균형이 다시 소용돌이치는 불확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테러의 공포가 전 세계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세계적으로 6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테러들이 발생했고 5천 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 테러, 런던, 베를린, 니스, 스톡홀름 그리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테러의 대상은 전 세계를 노리고 있다. 얼마 전 이집트 북부 이슬람 사원(모스크)에서 발생한 총격·폭탄 테러로 어린이 30명을 포함해 300명의 사망자와 12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미국에선 우즈베키스탄 출신 29세 남성이 뉴욕 멘하탄 한복판에서 렌탈한 픽업트럭을 자전거 도로에 돌진시켜 8명을 숨지게 하고 10여명을 부상시켰다. 이는 외로운 늑대의 IS 추종 테러로 규정 되고 있다. 또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로 기록된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은 당시에 범인 스티븐 패덕(64)이 무려 1,100발의 총탄을 10분간 난사해 길 건너 콘서트장에서 공연을 보던 시민들 58명을 숨지게 하고 500여명이 부상하는 참사다. 이처럼 미국 내 외로운 늑대들의 자생테러나 추종테러 우려가 점차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테러들은 군인이나 경찰이 아닌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불특정 일반인, 다수를 목표로 테러들이 자행되면서 더 이상 분쟁지역이 아니라도 시민들의 안전지역이 따로 없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테러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해결 된 분쟁이 그 원인일 수 있다. 테러는 역사적,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벌어지는 힘의 대결 속에서 약자가 선택한 최후의 수단이기도 하다. 국가 간의 분쟁으로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는 전쟁난민들과 더 나은 삶을 위해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위험에 빠지는 게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동시대의 현실이다.

같은 민족인 북한은 연달아 핵실험 및 ICBM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설치한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지정학적, 정치적인 오래된 관계에 엄청난 변화와 불안을 만들고 있다. 지금도 각국이 불안한 말들을 쏟아내며 연일 벼랑 끝 압박을 주고받고 있다. 11월 29일 화성 15형 신형 대륙간탄도탄을 시험 발사했다. 이번에는 고각발사라는 모의실험이었지만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때는 사거리 13,000km급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해 미국 수도 워싱턴 DC까지도 타격할 수 있다. 문제인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인 대륙 간 ICBM이 만들어지고 실험한 것이다. 이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동의 없이도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공표하였다. 3대의 항공모함, 죽음의 백조라 불리우는 미국 장거리 전략 폭격기 B-1B 랜서, 미국의 첨단무기인 F-22 스텔스 전투기 6대를 포함 F-35A와 F-35B 등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만 24대가 투입되고, 한미 공군 항공기 230여대가 참가해 한반도 상공과 삼면의 바다에 연일 에워싸고 있다. 한국도 1,000명 규모의 김정은 참수부대를 만들었다. 참수부대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에 진입해 핵무기 통제권한을 가진 북한 지도부를 무력화시키는 특수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얼마 전 한 북한군 병사가 40여발 총격을 가하며 뒤따라온 북한군을 힘겹게 뿌리치고 JSA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사건이 있었다. 갑자기 벌어진 우발적 상황에서 남측으로도 총알이 날아왔다. 당시 여러 군데 심각한 총상을 입고 한국 측 지역에 쓰러진 북한군을 JSA에서 근무하는 우리 측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구출한 바 있다. 이처럼 위험이 공존하는 시대에 한반도에 어떻게 중대 상황이 촉발될 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는 믿었던 대통령의 몰락을 온 국민들이 함께 지켜보며 권력자와 한국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부동산과 경제가 요동을 치며 애꿎은 청년들이 취업과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시 주제인 <불확실에 대한 소고>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세계와 시대를 관습적인 방식으로 결정될 수 없다는데 기인한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건과 예기치 못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 다양한 기술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문화 환경의 알맹이도 달라져 가고 있다. 미래는 결코 일반적으로 예상하던 대로 그저 그렇게 다가오지 않고 인간을 당황스럽게 하며, 변화의 물결은 이미 오늘의 인간에게 당도해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로 충격적인 경험도 하게 되었다. 기온상승에 이어 해수온도 상승의 기상이변을 직접 느끼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지진도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였다. 한국은 지진에 대해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경주에 이어 포항에 집중적 피해를 입히며 양산단층의 실체를 알리며 한국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북한도 핵실험 지대인 함경북도 길주에 연이어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의 변화가 하나의 주요 문제에서 다른 문제로 서로 연동되며 연쇄적인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 시절은 명료한 단어들로 구별이 되지만 미래의 진단은 아직도 뚜렷한 개념이 설정되지 않았다. 이는 다가오는 그 세계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이 제대로 담지 못한 상황이라는 의미도 함께 있다. 예술에는 많은 모습이 녹아들어 있다. 종교적인 숭배의 기능이나 정치적인 입장, 사회 비판적인 기능도 담당하기도 하고, 정신적인 치유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예술이 미래에 대해 먼저 폭 넓게 꿈꾸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문화 환경의 흐름을 이해한다는 것을 이 변화의 물결을 이용하여 새로운 시대를 맞아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지를 문화적 감성으로 찾아보자는 뜻이다. 미래의 가치를 삶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어제의 낡은 감성으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가도 있다.
현대미술 작가 중에서 복잡한 세계의 얽힌 문제를 현 지점에서 기록한 다양한 매체로 새로운 시공간 구성을 통해 드러나는 개인의 기억 등을 매개로 작품을 구현하는 12인의 작가에 주목하였다. 작품 형성의 배경이 되는 공적 진실과 개인의 기억 등을 재구성하며 현실과 허구적 세계의 불확실한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동시대 미술이 지향하는 특정한 흐름을 찾고 진단해 보고자 하였다.
이처럼 겉으로는 아름답고 긍정적인 21세기에 한편으론 중세의 암흑시대와도 같은 불안감이 현대인들에게 항상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동시대의 불확실성에 대하여 5개국의 젊은 작가들이 그들이 생각하고 표현한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이번에 설치된 작품들은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때로는 심각하고 시니컬하게 표현하거나 또는, 블랙코미디와 같이 인간의 본성과 사회에 대해 반어적 표현으로 통렬하게 풍자하기도 하였다.

이민주 작가
내 마음 속에 쿠르디를 위로하며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가 잠든 듯이 해변에 떠밀려 왔다. 그 사진 한 장은 시리아 난민의 참혹한 현실을 대변해 주는 사진이기도 했다. 또한 이 사진을 보며 나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세계 앞에서의 무기력함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는데, 동일본 대지진이나 각종사고, 재난의 위험, 전쟁의 위험 앞에서 슬픔과 무기력함, 인간의 나약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간혹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어쩔수 없는 상황 속에 놓여 무기력함을 느끼며, 스스로의 나약함을 질책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것은 나의 탓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책하게 되는 순간들 말이다.
그런 스스로를 위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면 스스로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그리고 생존하는 것.
강인하다는 것은 어쩌면 본인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슬픔 속에서도 나아간다는 것이 아닐까…
이은재 작가
instant
나는 작업을 통하여 일상의 삶과 같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수많은 우연들이 겹쳐져 필연이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 순간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각 물건들은 본래의 목적과 가치가 있어서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이미 다른 자리에서 시간을 보냈던 물건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조합으로 만난다.
각 물건들은 자기의 가치를 다시 찾아가면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