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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기고 #3
무대 뒤 예술가들
글_한규리 대구오페라하우스 연출팀
이번 <청년예술가 릴레이>에 기고하게 되어 너무나 영광이고 감사하단 말로 먼저 시작을 해야 될 것 같다. 아직 나 자신도 예술가라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이 글을 써보자 한다.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니 매우 어색하기도 하고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우선, 오페라에서 연출팀에서 시작하게 된 것은 나의 꿈이 오페라 가수에서 오페라 연출가로 바뀌게 된 계기로 시작되었다. 계대 성악과 4학년 재학 시절, 오페라 클래스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 수업에서 「코지 판 뚜떼」 오페라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노래하게 되었다.
2014년 오페라워크샵 수업 오페라 「코지 판 뚜떼」 장면
이 수업을 통해 아주 짧은 장면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동선을 이렇게, 어떻게 해보고 소품을 어떻게 하고 분장을 어떻게 하고 이렇게 앉아있고 이렇게 노래를 부르자 하며 함께 만든 무대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어쩌면 이때부터 나는 연출이라는 분야에 대해 즐거움과 흥미를 느끼고 나를 즐겁게 만들어서 관심을 끌게 되었을 것이다.
연극과의 연출수업을 들으며 연출에 대한 관심과 창의성이 폭발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연출을 배우게 되고 연극연출이었지만 이 무대를 위한 음악, 소품, 의상, 분장, 배우들을 고민하게 되면서 이 주일의 준비 기간 속에서 나는 너무나 즐겁게 이 분야에 접하였다. 그렇게 연출이라는 분야에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페라클래스 교수님이셨던 유철우 교수님이 주신 기회로 학교에서 개교 100주년으로 올려지는 오페라 「나부코」의 연출팀에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에게 너무나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하였다. 일본에서 온 유명한연출가 히로키이하라와 미국 인디애나대학 연출과를 졸업하신 유철우 교수님과 함께 푸치니의 대작인 「나부코」를 준비하게 되면서 나는 연출팀이라는 일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너무나 재미있었다. 처음 하는 일이었기에 힘들었고 처음 하는 일이었기에 그 힘듦이 재미있었고 또 하면 할수록 무대 위의 가수 선생님들보다 그 무대를 만드는 연출가에게 더욱 집중하였다. 연출가를 도와 함께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많이 뛰어다녔다. 이 작품의 동선들이 꿈에 나오기도 하였다. 한날은 밤을 새우며 녹화한 동영상을 보며 동선을 따기도 하였다. 무대 뒤에서 뛰어다니고 외치며 그렇게 성공적으로 오페라를 끝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생한 나에겐 이 조연출이라는 분야가 고생한 만큼 아니 그 배로 너무나 뿌듯하였다. 이일을 하며 희열을 느끼고 이 일이 주는 뿌듯함의 가치와 책임감이 넘치는 사람이란 걸 알게 해주었다.

2014년 오페라 「나부코」를 끝낸 뒤
오페라 연출에 접하기 전까지는 난 학교에 다니며 중창단에 소속되어 여러 교회를 돌며 노래를 하고 또 큰 무대에서 정기연주회를 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또 오페라합창단에서 합창단원으로 노래를 불렀다. 성악과를 다니며 나는 당연히 오페라 가수, 멋진 성악가라는 비전을 갖고 그 꿈을 향해 연습하고 도전하고 경험하며 노래하고 합창단으로 또는 중창단으로 또는 성악가를 꿈꾸는 학생으로 무대와 오페라를 경험하였다. 너무나 활동적이고 한곳에 오래 못 있는 나에게 오페라는 정말로 나에게 재미있었고 학생 때 오페라 합창단을 하면서도 나의 꿈은 그 무대 위에서의 빛나는 주역들이었다.
오페라 「투란도트, 계명 한국가곡과 아리아의밤 ,중창단 연주중 사진
오페라 「사랑의 묘약」, 「나비부인」, 「투란도트」, 「나비부인」, 「라보엠」, 「심산김창숙」, 「아! 징비록」 등의 수많은 오페라 합창을 하며 꿈을 키웠다. 너무나 열심히 연기하여서 연출자가 나에게 작은 역할을 주기도 하였다. 연기자처럼 라보엠에서는 웨이터를 맡고 투란도트에선 컨셉에 없던 아기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으며 열연을 펼치며 연기와 노래를 하였다.
수많은 오페라에서 합창단으로 서며 무대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던 나는 지금 내가 합창단을 섰던 오페라들의 연출팀이 되어 무대 뒤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연습 기간 동안 열심히 동선을 따고 연출자를 도와 오페라를 만들고 있다. 위 사진과 아래 사진을 비교해 보아도 나의 모습은 참 다른 것 같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려고 한다. 처음의 성악가가 되고 싶어 하는 한 성악과 학생에서 연출가를 꿈꾸는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는 그 중간에 많은 경험과 고민과 갈림길 그리고 과정들이 있었다. 내가 합창단을 하며 무대를 여러 번 경험하며 나에게 오페라 연출이란 것이 낯설지만 익숙하게 만들어주는 경험이 되었고 지금 내가 연출팀에서 연출가를 도와 조연출을 하면서 내가 합창단이나 공연을 하며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해본 경험이 가수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필요한 것이 뭔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렇게 난 경험을 하며 예술가로 성장해 간다.
첫 연출팀을 맡았던 오페라 「나부코」 때 친구들과 고생한 뿌듯함을 나누며 울기도 하고 성공적으로 끝남에 기뻐서 울었고 또 고생한 기억들이 스쳐 가며 울었고 마지막엔 책임감을 가졌던 만큼 내가 빛나지 않아 울기도 하였다. 내가 이렇게 고생했는데 왜 알아주지 않을까 훅 떠나버리는 사람들과 이 공연이 끝났다는 허무함에 힘이 빠지기도 하였다. 24살에 연출팀을 처음 경험한 그때의 나는 그러하였다.

2017.3 오페라 「라보엠」캐스트들과 연출팀과
그리고 지금 20번이 넘는 오페라 연출팀을 경험하며 연출가의 꿈을 꾸고 있는 나는 공연이 끝나고 나면 수많은 가수가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을 때 쓸쓸하게 뒤에서 박수쳐주며 웃음을 짓고 있는 연출가의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그리고 그 연출가의 뒤에서 박수쳐주며 고생한 나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고 있는 내 자신을 본다. 지금의 나는 화려하게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그들이 날아다니게끔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가끔은 이 오페라를 위해 한 달 남짓 뛰어다닌 나 자신과 시간이 허무하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이 나에게 다가와 ‘제일 고생 많았어’, ‘수고많았어’, ‘정말 잘해냈어’ 라는 말을 들을 때 그 말은 나에게 힘이 되고 살이 되고 보람이 되고 그동안의 고생을 잊고 다시 힘이 나게 해주는 박카스가 된다. 내가 빛나지 않아도 내가 남을 빛나게 해줄 수 있다. 많은 경험을 통해 이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빛나지 않는단 것은 나쁜 것이 아니고 내가 그들의 빛이 되어줘 그들을 비춰준다는 것이다. 내가 꿈꾸는 연출가 또한 무대를 빛내기 위해 만드는 사람이니까. 빛나던 사람을 꿈꾸던 사람에서 지금의 나는 이 무대 위의 사람들 그리고 이 공연을 빛나게 해주기 위한 수많은 스텝들 중 한 명일 뿐이지만 나는 이 무대와 이 무대에 서는 이들을 위해 그들에게 핀 라이트를 비춰주는 빛이라고 생각하며 이 일을 하고 있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모든 스텝이 그러하다. 그래서 그 빛이 모여 빛을 만든 것이다.

처음에 나는 빛나고 싶었고 빛나고 싶은 꿈을 가지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누군가를 또 무대를 빛나게 해주는 빛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무대에서 빛을 받으며 노래하고 자신의 달란트를 맘껏 펼치는 가수들도 예술가이며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따라 그 음악을 빛나게 해주는 무용수들도 예술가이며 오페라의 감초 역할을 해주며 빛이 되어주는 연기자들도 예술가이며 이 무대를 위해 열심히 무대세트를 만드는 무대디자이너와 스텝들 그리고 의상디자이너와 스텝들 메이크업디자이너와 스텝들 ,무대전환과 무대를 책임지는 무대감독님과 스텝들 조명감독님과 스텝들 자막 영상 음향 오케스트라 지휘자 연출자 담당기획팀 이 모든 프로덕션팀들이 합쳐 하나의 오페라라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모든 이들은 예술가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예술작품을 위해 예술가가 되어 예술을 만든다.
의미 없는 사람도 의미 없는 일도 없다. 많은 것들도 그러하겠지만 오페라는 수많은 예술가가 만나 빛날 수 있게 만드는 예술작품이다. 곧 십일월부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 축제가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축제의 작품에서 빛날 이들과 빛날 공연을 꿈꾸며 책임감을 느끼고 우리 예술가들과 뛰어다닐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도 모두 한번쯤은 우리 예술가들이 만든 멋진 예술작품을 볼 기회를 접하며 보는 당신도 예술을 감상하는 예술가가 되길 바란다.

무대 뒤에서 우리들의 빛이 무대 위에 가수들과 이 공연에 빛을 비추고
무대 위의 가수들과 그 공연이 여러분께 빛이 되어 여러분께 빛을 비추고
우리들의 빛을 받아 당신도 빛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