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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대한민국 문화브랜드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글_이정미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가을 대구,
‘글로벌 오페라 축제’의 향연 속으로
2017년 10월, 대구국제오페라축제(Daegu International Opera Festival)가 열다섯 번째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2003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건립과 함께 그 첫발을 내디딘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지난 14년간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매 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그간 평균좌석 점유율 84%를 기록하며, 문화체육관광부 전통·공연예술부문 국고지원사업 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등 오페라 단일 분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1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메인공연 객석점유율 94%를 기록하며, ‘오페라도시 대구’의 명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전 세계의 프로덕션과 오페라관계자, 대중을 아우르는 대한민국과 대구의 대표 문화산업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대구오페라축제가 그 열다섯 번째 도전을 향해가는 무대를 들여다본다.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공식 포스터
이번 축제는 ‘오페라와 인간(OPERA & HUMAN)’을 주제로, ‘변화와 도약’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오페라와 인간, 그리고 축제’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는 의미로, 유럽의 오페라하우스와 같이 오페라를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서로 다양한 형태로 ‘연결’될 수 있는 축제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인간의 지난한 삶 속에서 그 심연을 들여다보고 되뇌어야 할 ‘사랑’과 같은 가치들을 노래하는 한편, ‘죽음’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통해’인간’의 삶에 대한 폭넓은 가치와 다양한 해석을 전달하고자 한다.
10월 12일 개막작을 시작으로 11월 12일까지 5주간의 긴 여정을 펼칠 예정으로,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의 <리골레토>와 <아이다>, 푸치니의 <일 트리티코> 등 메인오페라 4작품과, 오페라 콘체르탄테 2작품, 소극장 오페라 4작품과 콘서트 시리즈 등 다채롭고 수준 높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2015년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 장면
메인 오페라
메인 작품은 전체적으로 고전과 창작을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준비하였다. 개막작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한 베르디의 <리골레토>로,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3회 공연을 선보인다. <리골레토>는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의 대표작으로 대구시향 상임지휘자인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를, 헨드릭 뮐러가 연출을 맡는다. 리골레토 역은 바리톤 한명원과 피에로 테라노바가, 질다 역은 소프라노 강혜정과 이윤정이, 만토바공작 역은 테너 데니즈 레오네, 그리고 김동녘이 맡아 열연할 예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헨드릭 뮐러, 줄리안 코바체프, 피에로 테라노바, 강혜정
이어서 10월 26일, 28일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만국립교향악단이 합작한 푸치니의 <일 트리티코>가 공연된다. 베르디를 계승한 이탈리아 대표 작곡가 푸치니의 작품으로 ‘외투’, ‘수녀 안젤리카’, ‘잔니 스키키’ 등 3편의 단막 오페라로 구성돼 있다. 아달베르토 토니니가 지휘를, 제임스 로빈슨이 연출을 맡았으며, 아시아 최고의 음악단체 중 하나인 대만 국립교향악단이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처음으로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이는 대구와 대만 두 극장간 교류의 시작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지난 7월 대만국립극장에서 공연한 바 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대만 성악가의 호연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세 번째 작품으로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베르디의 <아이다>가 11월3일과 4일 공연될 예정이다. 성악․관현악뿐만 아니라 합창과 발레의 비중을 높여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그랑 오페라 Grand Opéra’의 정석으로, ‘청아한 아이다’, ‘이기고 돌아오라’, ‘개선행진곡’ 등 아리아와 합창곡으로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회수가 연출을, 미네소타 오페라 부지휘자 조나단 브란다니가 지휘를 맡았다. 아이다 역에는 이화영과 김라희, 암네리스 역에는 양송미와 최승현, 라다메스 역에는 루디박과 이병삼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특히 합창단에는 전문합창단 외에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10여명의 시민합창단이 함께 참여하고 있어, 오페라의 대중화를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대만국립교향악단NSO(위), <일 트리티코> 대만 사전공연 장면(아래)
2015년 오페라 <아이다> 공연 장면
폐막작으로는 2009년에 초연한 창작오페라를 보완해서 새롭게 탄생시킨 <능소화, 하늘꽃>을 11월 10일, 11일에 선보일 예정이다. 초연 당시 <원이엄마>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바 있는 창작오페라를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으로, 1990년대 안동지역에서 발굴된 420년 전의 미이라와 편지 한 통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창작오페라 연출가 정갑균과 중국 텐진 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 백진현 등이 이끌어간다. 완성작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새로운 창작품의 발굴과 육성을 위한 다양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하여 창작오페라가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대표 브랜드 프로그램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오페라 콘체르탄테
축제의 두 번째 주에는 연주회 형식의 오페라인 오페라 <콘체르탄테(콘서트오페라)>를 선보인다. 오케스트라를 무대 위에 배치하고 성악가들이 한편의 오페라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콘서트처럼 연주하는 것으로 시각적 효과를 줄이는 대신 음악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서구에서는 일반적인 오페라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독일 베를린 도이치오퍼(Deutche Oper Berlin)와 오스트리아 뫼르비슈 오페레타 페스티벌(Mörbisch Operetta Festival)이 바그너의 대작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änder)>과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Die fledermaus)>를 공연할 예정이다.
독일 베를린 도이치오퍼(출처 : https://www.deutscheoperberlin.de/en_EN)
독일 베를린 도이치오퍼는 1천900석의 객석과 넓은 로비, 세계적인 무대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세계 최고 성악가들과, 101명의 오케스트라 단원, 88명의 합창 단원, 24명의 발레단과 16명의 발레 솔리스트 등을 자랑한다. 새로운 오페라 극장인 이 독일 가극장의 건설이 늦어진 것은 전통의 베를린 국립가극장이 동베를린 지구에 위치해 있어서, 서베를린 사람들은 “언젠가 통일될 것이므로 두 개의 국립가극장은 필요 없다”라는 신념으로 시립가극장에서 오페라 공연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57년부터 개최된 오스트리아 ‘뫼르비쉬 호수 페스티벌’은 환상적인 호수 무대에서 오페레타 공연을 펼치며, 세계 각국으로부터 관객들을 초청하고 있다. 뫼르비쉬 호수 무대는 노이지들러 호수 국립 공원의 인상적인 자연경관과 조화가 이뤄진 무대로, 세계에서 가장 큰 단 하나의 오페레타 야외 무대이다. 야외극장의 스탠드 좌석은 6,5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객석은 뭍에 있으나 무대는 호수에 떠 있는 형태이다. ‘뫼르비쉬 호수 페스티벌’은 문화적 즐거움을 제공하며 일상생활의 고민에서 탈피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오페레타의 음악으로 마법의 세계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도이치오퍼(출처 : https://www.deutscheoperberlin.de/en_EN)
오스트리아 뫼르비쉬 호수 페스티벌(출처 : http://www.seefestspiele-moerbisch.at/en/)
소극장 오페라와 콘서트
주중에는 네 편의 ‘소극장오페라’를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소극장을 비롯하여 북구어울아트센터, 대구은행2본점 대강당, 롯데백화점 대구점 문화홀까지 여러 극장을 통해 순차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간 메인오페라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으나, 이번 축제에서는 작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공연 횟수를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이번 축제는 그 시작과 끝을 대규모 콘서트로 장식할 예정이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축제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수성못 야외무대에서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와 함께 바리톤 김동규, 소프라노 이윤경과 쓰리테너 하이체(최덕술, 이현, 하석배) 등 최고의 성악가들을 초청하여 <미리 보는 오페라 수상음악회>를 개최한다. 유명 오페라 아리아는 물론 영화음악과 이탈리아가곡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리 보는 오페라 수상음악회>
축제의 마지막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바리톤 고성현, 코소보 출신의 테너 라메 라하 등이 <루치아노 파바로티 서거10주년 기념콘서트>로 선보일 예정이다. 콘서트는 축제기간 중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시상하는 오페라대상 시상식에 이어 진행될 예정으로, 파바로티의 기일에 이탈리아에서 공연한 후, 이어 진행되는 월드 투어의 첫 공연이 된다. 파바로티가 즐겨 불렀던 ‘카루소’와 <라 보엠> 중 ‘그대의 찬 손’ 등 유명 아리아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뿐만 아니라 특별행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부대행사들을 함께 구성하고 있다. 대구미술관과 협업하여 관람객들에게 축제를 소개하는 ‘토크콘서트,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와 ‘제8회 전국 아마추어 성악콩쿠르’, ‘특별강의 프로그램, 오페라 오디세이’, ‘베를린 도이치오페라극장 진출 오디션’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축제의 개막행사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인근 삼성창조캠퍼스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며, 야외공연장에서 대구오페라하우스로 이어지는 ‘오페라 로드’를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거리공연과 이벤트가 멋진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7 파바로티 10주년
심연으로부터의 가을을 고대하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예술의 순수성과 가치는 복제가 불가능한 고유의 예술품이 갖고 있는 ‘아우라(aura, 분위기 또는 신비감)’ 때문이라고 여겼다. 오늘날 이러한 희귀성과 고유성에 의한 아우라가 복제에 의한 대량 생산에 의해 사라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여기며, 예술의 가치는 오리지널 예술품이 갖는 유일성과 희소성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은 인간 최고의 목적인 행복을 성취하도록 돕는다’고 했으며, 성 빅토르의 후고(Hugh of Saint Victor)는 ‘예술이 인간 본성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도록 돕는다’고 했다.

예술과 문화가 고유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은 시대적 상황 속에, 유한한 인간의 삶과 고심과 정신적·육체적 노동 속에, 새로운 가치와 철학과 아름다운 것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을 것이다. 예술이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 가지는 의미는 인간의 고유한 미학적 감성과 영감, 창의력을 자극하여 인간 본성의 회복을 도움으로서 사회 안에서 개인과 집단 간의 다양한 층위의 협력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리라.

‘오페라와 인간, 그리고 축제’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이번 축제에서, 오페라를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형태로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간사에 피할 수 없는 가치인 ‘사랑’과 ‘죽음’에 대한 심연으로부터의 사색과 향유를 기다리며, 2017년 10월, 오페라로 깊어가는 가을이 그 어느 때 보다 기대된다!

사진 제공 : DIOF(대구오페라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