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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전시’
뮌스터와 카셀,
너무나도 다른 두 자매
글_최정미 디스쿠어스 베를린 대표 Jung Me Chai, Diskurs Berlin
격년으로 진행되는 ‘비엔날레’, 3년마다 열리는 ‘트리엔날레’, 4년 주기 ‘콰드리엔날레’가 있다. 2017년 에는 5년, 10년 주기로 열린다는 ‘도큐멘타 카셀’, ‘뮌스터 조각프로젝트’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에 걸맞게 대중 매체, 소셜 미디어에서는 각종 기사를 쏟아 부어 내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귀를 모아 들으려 해도 한국출신 작가나 큐레이터는 초대되었다는 소식은 없고 이 대형행사를 알리려는 한국자본만 있다. 한국은 국제미술세계에 호구인가. 수많은 비엔날레가 그 도시의 이름을 행사의 명칭으로 쓰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도시 홍보라는 측면이 강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서 1995년에 시작된 ‘광주 비엔날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초창기에는 여느 개발도상국이 문화선진국에서 하는 행사 따라 하기 정도 수준으로 여겨졌던 것이 이제는 세계 5위에 들어가는 수준이 되었다.
아테네에서 뭘 배우지?
Documenta 14: Learning from Athens (Post-Colonialism)
<카셀 비엔날레> 부르기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왜 비엔날레가 아니고 도쿠멘타일까? 도쿠멘타의 어원은 documentum으로서 그 뜻은 <lehren가르치기>, <Geist의식>이다. 여기서 <lehren가르치기>는 직업군으로서의 `선생`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로서의 `스승` 이다. 도쿠멘타 창설자 아놀드 보데(Arnold Bode) 교수가 제2차 세계 대전이 종료 10년 후 1955년 행사를 왜 그렇게 명칭 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도쿠멘타의 특징은 축제 성격의 여느 비엔날레와는 달리 행사 후 5년의 방향성을 제시했으며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과 담론 형성이 합체된 행사로 승화되었다는 점이다.
Fact Check

14회 도쿠멘타를 팩트로만 놓고 보자. 총감독은 폴란드 출신 큐레이터인 아담 심칙(Adam Szymczyk)과 그 외 7명, 참여 작가 199명, 70개의 전시장소 그리고 주제는 그 유명한 <Learning from Athens>. 한 인터뷰에서 아담 심칙은 아테네의 결정을 이야기 하면서 “Athens could be anywhere.”라고 했다. 행사 후반기에 들어서부터 아테네 개최 결정은 결국 행사 종결 후 1200만 유로 적자가 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프로그램은 크게 공공프로그램, 교육프로그램(산책 Walk) 그리고 출판 3종류로 나뉜다. 출판과 아카이빙은 도큐멘타가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으로서 명칭만 인플레이션이 된 여느 `비엔날레`와 다른 차별성을 보여 준다. 산책은 코어스(18세~80세)라 불리는 총 160명으로 단원(Chors)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람객이 원하면 도큐멘타를 동반한다.

주 전시장인 프리데리치아눔에는 그리스 국립현대미술관(EMST-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의 소장품 전이 열렸다. 한 국가의 국립미술관 소장품이 왜 도큐멘타 같은 동시대미술 이벤트에 전시 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프리데리치아눔 건물 윗부분에서 하얀 연기를 쏟아 내는 다니엘 크노어(Daniel Knorr)의 작품 는 마치 천주교의 콘클라베를 연상시킨다.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출생했으며 1982년 부모가 관광객으로 위장하여 서독으로 탈출했다. 당시 14세였던 작가가 느꼈을 위기감이 를 통해 전해져 오는 것 같다.

프리데리치아눔 건너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 작가 마르타 미누힌(Marta Minujín)의 는 개막식이 열리기도 전에 알려진 작품이다. 1933년 ‘비독일인의 정신을 정화한다’는 이유로 사서 볼프강 헤어만(Wolfgang Herrmann) 그 악명 높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칼 마르크스, 쿠르트 투홀스키, 하인리히 만, 마르틴 루터, 에밀 졸라, 프란츠 카프카 등이 블랙리스트에 들어가 있다.
마르타 미누힌, The Parthenon of Books, 2017,
 steel, books, and plastic sheeting
, Friedrichsplatz, Kassel, documenta 14, photo: Roman März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이라크, 쿠르드족 출신인 작가 히와 카(Hiwa K)는 그가 난민 시절 사용했을 법한 황색의 콘크리트 관을 이용해 거주공간으로 변형시켰다. 형태는 마치 일본의 캡슐호텔 원형이 되는 것 같은데 캡슐 내용은 수퍼리치 일본과는 전혀 다르다. 새로운 전시장으로 등급 한 구 중앙우체국인 노이에노이에 갤러리에(Neue Neue Galerie)는 주로 이슬람계 이주민이 모여 사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폴란드 출신 아르투어 지미예브스키(Artur Żmijewski)는 인간이 처한 극한 상황을 영상화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흑백 처리된 비디오에는 3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들이 다리가 절단된 후 일어나는 상황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누어 있거나, 의족을 끼거나 아니면 남은 한 다리로 뛰기 연습도 한다. 이것을 지켜보는 우리는 관음증 환자일까? 아담 심칙의 나라 폴란드도 독일의 식민지였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Athens could be anywhere.” 그렇다. 다음에는 우리가 `그 아테네`가 될 수 있다. 물리적인 의미의 식민지는 사라졌지만, 문화예술을 통한 식민지화는 알게 모르게 계속 진행되고 있다.

도쿠멘타는 탈식민화, 신자유주의, 피난민 그리고 이에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문화식민주의화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했다. 그런데, 이 야심에 찬 단어들은 담론의형성은 커녕 그저 허공을 맴돌뿐 주제를 관통하는 구심점은 없었으며 나래티브하게 풀어 냈다. 더군다나 행사 후 1200만 유로 적자가 났으며 언론은 도큐멘타 직원들은 법에 걸리지 않는 범위에서 아테네까지 수천 유로를 현금으로 가져가야 했다고 전했다. 관람객 수 또한 치명적이다. 도쿠멘타 13에는 전 행사 비교 14 % 많은 905.000명, 도쿠멘타 14는 기대한 1백만 보다 적은 약 850.000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매회 고공행진을 해온 주최 측에게는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주제가 Learning from Athens이다. 오점에 대한 자기학대, 비평이 강한 독일언론은 Learning from Athens을 역설적으로 비웃고 있다.

히와 카, When We Were Exhaling Images, 2017,
 various materials, in Zusammenarbeit mit PD022, dem Diplomstudiengang Produktdesign, Prof. Jakob Gebert, Kunsthochschule Kassel, Installationsansicht, Friedrichsplatz, Kassel, documenta 14, photo: Mathias Völzke(좌)
아르투어 지미예브스키, Realism, 2017, six-channel digital video, installation view, Neue Neue Galerie (Neue Hauptpost), Kassel, documenta 14, photo: Mathias Völzke(우)
히와 카, Pre-Image (Blind as the Mother Tongue), 2017, digital video, installation view, Athens Conservatoire (Odeion), documenta 14, photo: Mathias Völzke
단단하고 독일다운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2017(Skulptur Projekte 2017)

뮌스터와 카셀을 섭렵한 한국인 작가가 있다. `백남준` 정확히 20년 전 1997년 타이틀로 뮌스터에 초대받았다. 아쉽게도 20년 후 2017년에는 아무도 초대받지 못했다. 양현미술상 심사위원이였던 총감독 카스퍼 쾨니히(Kasper König)와 그의 큐레이터 팀이 한국 작가 군단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뮌스터 쿤스트아카데미에서 유학 중인 작가들도 꾸준히 있었다. 그 이유는 여러 부분에서 조목조목 짚을 수 있지만, 주제가 주제인 만큼 여기서 그치고자 한다.

50년 전 1977년 카스퍼 쾨니히 씨가 당시 LWL미술관 관장인 크라우스 부쓰만(Klaus Bußmann) 씨와 함께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를 시작 할 때는 이 행사가 이렇게 의미 있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가 되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 한다. 필자와의 한 인터뷰에서 쾨니히 씨는 단발성으로 생각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본인도 예감하지도 않았는데 이벤트가 성공했다? 작년 겨울 뮌스터 팀을 인터뷰할 때 참여 작가가 거의 결정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준비는 훨씬 전에 일어났다는 이야기다. 기획, 준비성 그리고 서두르지 않는 그들의 습성이 보인다.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다른 점이라면 말(Marl)이라는 도시와의 협력이다. 뮌스터에서 차로 약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말은 한때 잘 나가던 광산공업 도시로서 부를 누렸던 도시이다. 이 시기에 말은 공공 영역에 투자를 집중적으로 했다. 이 중의 하나가 글라스카스텐 말 조각공원(Skulpturenmuseum Glaskasten Marl)이다. 말에서는 글 쓰는 작가를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과 등을 들 수 있다. LWL 미술관에도 전시작품이 있는 노라 슐츠(Nora Schultz)는 글라스카스텐 말에 설치된 올레 베어틀링(Olle Baertling)의 작품을 부분적으로 이용했다. 또한, 이번 행사에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공공 영역 미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시공간, 조각, 퍼포먼스와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신체가 없는 퍼포먼스가 없듯이 조형/조각이 없는 공공 영역 미술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오프닝 6개월 전 부터 잡지 형식의 출판물 , 이 발간 되었고 개막식에 맞추어 도 나왔다. 전문인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을 위하여 정신적 준비를 미리 시키자는 것이다.

노라 슐츠, Pointing their fingers at an unidentified event out of frame [Deuten mit ihren Fingern auf ein unbekanntes Ereignis außerhalb des Rahmens], 2017, Skulptur Projekte 2017(위)

이번에 총 35팀의 작품이 LWL미술관과 인공호수 아제(Aasee) 및 항구 등 도시 전체에 퍼져 있다. 미술관 건물 뒤편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관람객의 키에 맞추어 안장 높이도 조절해 준다. 가이드 투어는 매일 LWL미술관 앞에서 12시에 시작하며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신작뿐만 아니라 지난 50년간 전시된 작품 일부도 볼 수 있는데 레베카 혼(Rebecca Horn), 로즈마리 트로켈(Rosemarie Trockel) 등이 있다.

LWL 미술관에는 노라 슐츠(Nora Schultz)의 영상작업 이 설치되었는데 미술관 로비의 강한 빛으로 인해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이다. 미술관 앞에 설치된 코지마 폰 보닌(Cosima von Bonin)과 톰 부어(Tom Burr)과의 협업 가 떡 자리를 잡고 있다. 검은색의 대형 트럭 위에 설치된 헨리 무어의 가 눈길을 끈다. 트럭 뒷부분에 또다시 검은 컨테이너가 있는데 귀를 기울이니 깊은 배스의 진동이 확실하게 들려 온다. 도시항구에 설치된 아이셰 엘크만(Ayse Erkmen)의 는 아마도 인기가 가장 높은 작품일 것이다.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물을 걷는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이곳에서 자전거로 약 5분 정도 거리에 미하엘 스미스(Michael Smith)의 문신서비스를 하는 가게가 나온다. 65세 이상에게는 할인율이 적용된다고 한다. 조각프로젝트 기념품으로도 괜찮은 것 같다.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중 가장 오래 기다리게 한 작품은 그레고르 슈나이더(Gregor Schneider)의 이다. 한 번에 2명 입장이 가능하며 그 두 사람이 다 보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단 들어가면 굉장히 단순한 구조인데 방을 들어 가면 갈수록 미궁에 빠지는 듯한 기운이 감돈다. 시내로 가면 구시청사에서 알렉산드라 피리치(Alexandra Pirici)의 퍼포먼스 가 정기적인 시간 간격으로 진행된다.
시공간, 조각, 퍼포먼스라는 단어로 연결된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는 예술의 본질적인 문제를 가장 독일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레고르 슈나이더, N. Schmidt Pferdegasse 19 48143 Münster Deutschland, 2017, Skulptur Projekte 2017
알렉산드라 피리치, Leaking Territories [Undichte Territorien], 2017, Skulptur Projekte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