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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nterview
5인 5색 인터뷰
작지만 강력한 소극장 5곳을 소개하다.
인터뷰_ 안희철 대표(공연예술보호구역 ‘아트벙커’)
이나경 대표(창작 공간 ‘기차’)
이수경 대표(영남아트홀)
이동수 대표(소극장 ‘길’)
최영주 대표(골목실험극장)
글_ 박재민 대구 과학대학교 외래교수
대구광역시 남구에는 연극, 음악, 미술과 같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과 단체들이모여 활동하는 ‘대명공연문화거리’라는 곳이 있다. 이 거리는 공공기관이 주도하여 시작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예술가들과 예술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면서부터 만들어진 공연문화거리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최근 그 규모와 역할이 커지면서 대구시, 남구청, 대구문화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관심을 가지고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6년 ‘대명동 소공연장 집적화 사업’을 통해 개관한 소극장 다섯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공연장들은 크기는 작지만 강력한 그들만의 힘이 있다. 그 힘들이 어떻게 발현(發現)될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순간이다.
– 공연보호예술구역 ‘아트벙커’

도시철도 3호선 남산역에서부터 삼각지로터리 방향으로 걷다보면 왼편에 공연예술보호구역 ‘아트벙커’라는 간판이 보인다. 그 간판 아래 철문을 열면 마치 지하벙커의 통로처럼 보이는 계단이 펼쳐져 있다. ‘또각또각’ 구두와 계단이 닿는 소리가 정겹기까지 하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 또 하나의 문을 열면 넓고 깨끗한 로비가 우리를 맞아준다.

로비로 내려오는 계단이 마치 벙커로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공연예술보호구역 ‘아트벙커’라고 명명(命名)한 이유가 있나요?
공연예술보호구역이라는 말은 예술의 모든 장르를 보호한다는 공간의 의미가 있습니다. 벙커라는 의미를 방어의 의미로 많이들 생각하고 계시지만 공격의 의미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공격의 의미가 더 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음 공격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공연예술을 보호하는 공간이면서 공연예술로 세상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는 그런 공격적인 역할의 의미가 함께 내포되어 있습니다.
타 소극장에 비해 로비가 넓고 깨끗합니다. 그리고 무대 위를 보면 스피커들과 조명기기들로 꽉 차있습니다. 공연을 위한 시스템 구성이 훌륭한 것 같은데 이렇게 준비하신 이유가 있나요?
아트벙커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했습니다. 기존 소극장들의 단점을 보완하고 공연메커니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이 수렴했습니다.
첫 번째로 고민했던 것은 공간의 배치였습니다. 로비나 사무공간을 줄여 무대를 넓게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관객중심으로 생각했죠. 관객들이 공연을 기다리며 쾌적하게 대기할 수 있는 로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로비와 사무공간을 확보한 뒤에는 객석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보조석까지 활용하면 120석 규모의 객석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조금 더 편하고 넓은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도록 평상시에는 104석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기실도 남녀를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고 조명이 달려있는 분장 전용 거울까지 비치해 두었습니다. 이는 관객과 배우들이 최상의 조건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안희철 대표는 공연예술보호구역 ‘아트벙커’의 대표이면서 극단 ‘초이스 시어터’의 대표이기도 하다. ‘초이스 시어터’는 연극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극단이면서 뮤지컬을 제작하는 극단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종류의 조명기기들과 음향시스템들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띈다.
극장곳곳에 세심함이 엿보인다. 넓고 깨끗한 로비에 미술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도 미리 마련해 두었다. 로비곳곳에 콘센트를 설치하여 관객들이 휴대기기들을 충전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객석 밑 지하공간에는 창고를 만들어 여러 기자재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안희철 대표의 섬세함이 이곳저곳에 묻어나는 공연예술보호구역 ‘아트벙커’가 공연예술의 전진기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 창작 공간 ‘기차’
계명대학교 대명동캠퍼스 후문으로 내려와 차도(구 18번 도로)를 하나 건너면 오른편으로 버스정류장이 있다. 바로 옆에 창작공간 ‘기차’의 간판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조금 특이한 구조의 극장이 우리를 맞이해 준다. 무대의 한쪽 벽면은 모두 거울로 만들어져있고 무대중앙을 객석이 둘러싸는 형태인 원형무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창작 공간 ‘기차’
무대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무대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이런 구조의 공간을 만든 이유도 궁금합니다.
저희 공간은 100㎡ 남짓한 규모의 정사각형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무대를 70석정도의 객석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고정형태의 객석과 무대라기보다 가변적으로 이동이 가능한 무대와 객석의 형태이기도 하고요. 물론 객석의 위치가 변하기 때문에 음향스피커 또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런 가변적 무대를 만든 이유는 뭔가 특색이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지만, 창작자가 정해진 무대구조에 맞춰 작품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구상에 따라 무대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까지 지역에서 공연장이라고 하면 객석과 무대과 분리된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작품구상에 있어 조금은 더 자유로운 창작공간 ‘기차’에서 새로운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어떤 공연장으로 기억되기를 원하십니까?
창작공간 ‘기차’는 창작집단 ‘기차’라는 극단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습니다. 단순히 극장운영을 위해 대관사업에만 집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공연장을 만들고 운영하겠다는 생각의 출발이, 우리 극단의 예술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대관부분에서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왕이면 우리 극단이 추구하는 예술세계를 공유할 수 있는 단체들이 이 공간을 많이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주로 신체극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극단입니다. 일반적인 연극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대표인 제가 표현하고 싶은 예술적 방식입니다.
창작집단으로서의 기차와 창작공간으로서의 기차가 바라보는 예술적 시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공동제작도 가능한가요?
물론 당연합니다. 추구하는 예술의 가치가 유사성을 가진다면 어떠한 장르라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동 작업을 통해 융합적인 새로운 것을 창작할 수 있기도 하고 거기서 서로가 배우는 것도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단순히 공동 작업 말고도 젊고 열정이 넘치는 무용가, 연극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원들 중에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연출과 극작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내부에 젊은 단원들에게도 그들이 원하는 예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연장에서는 무대와 객석이 서로 반대방향에 위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창작공간 ‘기차’의 경우에는 무대를 중앙에 두고 객석이 그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개방무대, 또는 원형무대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이런 무대는 관객이 어떤 위치에서 관람하는가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사뭇 다르게 된다. 특히 대사를 최소하고 신체표현이 주가 되는 신체극의 경우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미국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 1911~1983)의 ‘유리 동물원’을 재구성한 ‘오! 로라’가 이나경 대표의 연출로 무대에 올려졌다. 개관공연으로 ‘오! 로라’라는 신체극을 선택한 것은 무대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배우가 객석에 앉아있기도 하고 거기서 다시 무대로 등장하는 장면을 연출하여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 관객입장에서는 배우의 땀, 무대바닥의 흙냄새를 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욕조에 담겨있던 물이 객석으로 튀는 것까지 바로 앞에서 보고 느낄 수 있으니, 극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나경 대표가 이야기하는 극장의 이미지, 조금은 별난 공연을 하는 창작공간 ‘기차’가 뭔가 특별한 창작을 원하는 예술가들 기다리고 있다. 그 실험적이고 특별한 공연이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 영남아트홀
대명공연문화거리에 클래식 전문음악홀인 ‘영남아트홀’이 개관하였다. 연극, 뮤지컬 일변도였던 거리에 클래식 음악관련 소극장이 생겨났다는 것은 다양성이라는 부분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계명대학교 대명동캠퍼스 담벼락(명덕로 20길과 계명중앙 1길이 만나는 삼거리 부근)을 걷다보면 ‘영남아트홀’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건물1층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공연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영남아트홀
공간이 주는 품격이 있습니다. 여기 저기 오페라 관련 포스터가 걸려 있고 무대 중앙에는 그랜드 피아노까지 있어 클래식 전문음악홀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어떻게 ‘영남아트홀’이 개관되었나요?
원래 ‘영남아트홀’은 영남오페라단의 연습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연습공간으로만 이용하기에는 아쉽다는 말씀들을 주위에서 많이 하셨습니다. 연습을 하다보면 음악소리가 연습실 밖, 거리에 들리기 마련이죠. 주민들께서 음악소리에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연습과정에서의 음악소리는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음악적 완성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니까요.
많은 분들이 클래식음악에 관심을 가져주시는데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수준 높고 완성도 있는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영남아트홀’입니다.
일반적으로 클래식 전문음악홀이라고 하면 1000석 넘는 규모에 화려한 시설을 갖춘 곳을 상상하게 되는데요. 그것에 비해 소규모인  ‘영남아트홀’이 가진 장점은 무엇일까요?
관객들과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형극장에서는 무대와 객석이 나뉘는 형태로 단순히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는 수준에 머무르기 쉽죠. 하지만 여기는 공간이 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연주자들의 표정과 호흡을 보고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주자들도 무대 위 뿐만 아니라 객석까지 내려와 관객들에게 음악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관객들이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무대의 단을 높여 시각선을 확보하였고 무대를 비추는 조명기기가 너무 커서 공연을 관람할 때 시각적으로 방해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아주 작은 크기의 조명기기들로 설치하였습니다. 그리고 최대 140석까지 설치할 수는 객석을 100~110석 정도만 설치해 관객들의 편의를 도모하였습니다..
관객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공연들을 준비하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공연이 될까요?
지난 4월에 개관식을 겸한 개관공연을 가졌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했던 부분은 관객과의 소통이었습니다. 관객들에게 친숙한 클래식음악들 위주로 선곡하였고 오페라아리아를 연주할 때는 관객이 즐길 수 있게 연출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G. Verdi의 Opera ‘La Traviata’ 중에 <Libiamo ne’lieti calici>라는 곡이 있는데요, 우리에게는 축배의 노래(Brindisi)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이곡을 연주했습니다. 축배의 잔을 든 성악가들이 무대 위에서만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객석으로 내려와 춤을 추기도하고 연기를 하면서 연주를 계속 이어가게 됩니다.
무대라는 공간과 거기서 연주하는 연주자들에게 관객들은 환상을 가지게 됩니다. 무대라는 환상의 공간을 객석에서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소통에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연주가 끝난 뒤에 바로 개관파티를 이어갔습니다. 간단한 다과와 와인, 음료 등을 들고 연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감동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연주회에 찾아주신 관객들 가슴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영남아트홀’이 생각하는 관객과 소통하는 좋은 음악회입니다.
이수경 대표는 클래식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예술의 대중화라는 것이 관객과 소통하는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예술의 문턱을 낮추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되지만 그로인해 예술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예술의 대중화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중들이 수준 높은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대중의 예술화도 꼭 필요한 작업들입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래서 ‘영남아트홀’은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수준 높은 클래식음악을 나누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무대 뒷면에는 전동스크린과 영상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다. 이는 여러 교육프로그램과 강연을 통해 그 과정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는 말씀을 하신다. 하지만 벌써 멋지게 첫발을 내딛었다. 음악가들에게는 연주하고 싶은 공간, 관객들에게는 좋은 음악을 듣고 싶은 공간으로 오랜 시간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 소극장 ‘길’
계명대학교 대명동캠퍼스 정문에서 오른편으로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소극장 ‘길’이라는 공연장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대명공연문화거리를 소극장 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 소극장 길 초입(初入)에 진짜 소극장 ‘길’이라는 공연장이 위치하고 있다. 개관 이후 공연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오는 ‘길’로 들어간다.
소극장 ‘길’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단순할 수 있지만 문자 그대도 소극장 길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이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연극인들의 인생에 대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연극인들 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연극 이외에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들 연극인의 길을 잊지 못하고 돌아오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소극장 ‘길’은 거리와 골목으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연극인이 돌아와야 하는 길로서의 의미도 함께 있습니다.
극장을 들어서는 순간, 전형적인 소극장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공간을 선택하고 만들 때 가장 많이 고려된 부분은 무엇입니까?
지리적 위치와 공간 활용도를 가장 많이 생각했습니다. 계명대학교 대명동캠퍼스 정문이라는 잘 알려진 곳에 인접해 있고 공연장의 기본 형태인 직사각형 공간을 가지고 있어 무대와 객석으로 나누어 활용하기에 효율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천장이 높기 때문에 무대세트와 조명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로비의 경우에도 높은 천장덕분에 복층구조로 만들 수 있었고, 복층으로 이루어진 로비는 활용도와 시각적면에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객석을 만들 때도 천장이 높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객석의 숫자를 무리하게 늘리다보면 가장 뒤쪽에 위치한 자리에서 관객이 앉거나 이동할 때 천장에 머리가 닿아 매우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높은 천장을 가지고 있어 그 불편함이 많이 해소될 수 있었습니다.
연극, 뮤지컬 기획/제작에 경험이 많으십니다. 이런 노하우가 소극장 ‘길’을 운영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이번에 새롭게 개관한 다섯 곳의 극장을 포함하여 대명공연문화거리에 있는 소극장들의 숫자가 열다섯 곳 정도 됩니다. 하지만 매일 매일 공연하는 소극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제도권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을 받지 못해 운영이 힘든 경우도 있고 단원(배우)이 숫자적으로 부족해서 그렇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거리가 살아 숨 쉬려면 항상 어떠한 공연이라도 진행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대중들 머릿속에는 ‘언제든지 공연을 보고 싶으면 대명공연문화거리로 가야해’라는 생각이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시일에 몇 개의 소극장들이 더 만들어진다. “이제 대명공연문화거리에 소극장이라는 하드웨어가 어느 정도 갖췄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를 채울 수 있는 공연콘텐츠가 부족하다면 불필요한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절박함이 느껴졌다.
공연 제작에 잔뼈가 굵은 이동수 대표에게도 힘든 일은 있다. 예산과 직결되는 홍보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한다. 좋은 작품을 제작하고 기획해도 홍보가 부족해 관객들이 몰라서 공연을 보지 못한다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홍보에 대한 새로운 방법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이 충분히 아름답다.
– 골목실험극장
계대네거리 방향에서 대명공연예술센터 방향으로 들어서서 걷다보면 작은 네거리를 만날 수 있다. 그 작은 네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나있는 골목길 막다른 곳에 또 하나의 소극장이 보인다. 1층 담벼락에 벽돌 그림들이 오밀조밀 예쁘게 그려져 있다. 골목실험극장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 가장 골목다운 곳에 극장이 있다. 리허설이 한창인 무대의 문을 지나 건물 옆으로 나있는 대문을 통해 사무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골목실험극장을 계획하고 만드신 계기가 있나요?
가장 큰 부분은 제가 몸담고 있는 극단 ‘동성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단원들이 오랜 기간 연습을 하지만 정작 무대에 연극을 올리려면 넘어야할 산들이 많았습니다. 가장 먼저 공연을 하기위해서는 극장을 대관해야합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문제는 생깁니다. 이는 대관비를 마련해야한다는 큰 부담이 생기게 되고 그 부담으로 인해 공연장을 대관하는 기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극장을 운영하고 있으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 외에도 장점이 훨씬 많아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연습을 무대에서 직접 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아지게 되고 힘들게 만든 작품을 장기로 공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적은 금액이지만 대관을 통한 수입도 올릴 수 있고 이는 극단과 극장이 함께 잘 되는 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하고 싶은 작품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네요. 골목실험극장이라는 이름처럼 실험적인 작품도 많이 계획하고 계신가요?
실험적 작품이라는 것이 문자 그대로 실험적인 작품을 한다는 말이 될 수도 있고 장르에 다양성 측면에서도 실험적이다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골목실험극장은 가변무대와 객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대에서 객석부분이 마음대로 분리되기 때문에 창작자가 원하는 곳에 위치시킬 수 있고 객석의 수도 40~100석 까지 가변적으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극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로비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객석이전의 작은 공간인 전실(前室)이 바로 나타납니다. 이는 외부와 연결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대에서 공연을 시작해서 골목으로 나가며 진행을 한다든지 반대로 골목에서 공연을 시작해 무대에서 공연이 끝난다든지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그 이유는 골목주민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골목주민들과 함께 공연을 만든다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아울러 앞으로의 운영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요?
대명공연문화거리가 예술가와 주민들이 상생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연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작품이 만들어질 때마다 주민들이 관객으로 오셔서 작품과 배우를 응원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아울러 공연이 살아나면 골목상권도 살아납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골목주민들과 공연을 함께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타 소극장에 비해 무대의 크기가 조금 더 작기 때문에 유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대를 온전히 배우로 채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정도 크기의 무대를 원하는 팀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작품제작 규모로만 판단했을 때 비교적 작은 작품들을 준비하는 팀들에게는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반기 예정되어 있는 대관단체의 성향도 이러한 부분과 일맥상통합니다.
실험연극이라고 하면 뭔가 심오하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험은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호기심에서 발전한 여러 일들이 실험적공연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민들과 함께 공연을 만드는 일도 비슷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 호기심은 단지 공연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공연장과 그 곳에 연결된 골목에서 여러 가지 예술품들을 전시할 수 있을 것이다. 골목입구부터 예술품들이 전시되어있고 그 공간이 다시 공연장으로도 연결된다면, 이것이 골목실험극장다운 또 하나의 실험이라 생각된다.
최영주 대표는 골목실험극장이 놀이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극단 ‘동성로’가 작품을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놀이터, 주민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놀이터, 창작자들도 마음 편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놀이터, 이것이 골목실험극장이 생각하는 실험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