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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를 돌아보며
글_최주환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가 ‘대구, 연극으로 통하다’라는 슬로건으로 2017년 6월 2일부터 6월 20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봉산문화회관에서 개최되었다. 대구에서 전국규모의 연극제를 개최한 것은 1986년 ‘전국지방연극제’, 2004년 ‘전국연극제’란 명칭으로 개최하였고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는 대구에서 개최한 전국규모의 3번째 대회로 작년 청주 대회부터 ‘전국연극제’에서 ‘대한민국연극제’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한국연극협회 서울지회가 참가하여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연극경연대회로 많은 연극인들의 기대를 모았다.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개막식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는 6월2일 코오롱야회음악당에서 개막식과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16개 광역시·도의 ‘경연공연’ 16개 작품(대구 – 극단 <고도>의 「아비, 규환」, 강원 – 극단 <아트무하씨어트>의「할머니는 믿지 마세요」, 경북 – (사)예술공동체 <삼산이수>의「그냥 갈 수 없잖아」, 전북 – 극단 <명태>의「정순」, 충남 – 극단 <예촌>의「추몽」, 충북 – 극단 <시민극장>의「위대한 선택」, 울산 – 극단 <세소래>의 「흔들린다」, 경남 – 극단 <고도>의 「오케이 컷!」, 전남 – 극단 <파도소리>의 「굿모닝 씨어터!」, 광주 – 극단 <유피씨어터>의 「오거리 사진관」, 부산 – 극단 <배우창고>의 「나는 채플린이 아니다」, 서울 – 서울연극협회 <노원지부>의 「산송」, 경기 – 극단 <동선>의 「성호가든」, 제주 – 극단 <세이레극장>의 「콜라소녀」, 인천 – 극단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의 「워낭을 찾는 사람들」, 대전 – 극단 <떼아뜨르 고도>의 「핏빛, 그 찰나의 순간」)과 ‘해외초청공연’ 2개 작품(그리스 – 의 「The Tree of Oedipus」, 중국 – <북경 용재천수진인 예술단>의 「그림자극」), 높은 완성도와 대중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국내 최고 연극의 향연 ‘웰메이드전’ 5개 작품(극단 <76>의 「관객모독」, <망원동브라더스 협동조합>의 「망원동 브라더스」, 극단 <이루>의 「사랑해 엄마」, 극단 <가무>의 「프렌즈」,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올모스트 메인」), 대한민국 연극의 미래를 이끌어갈 우수 창작극 발굴 프로젝트로 1차 희곡심사, 2차 쇼케이스 공연을 통과한 ‘프리미어 스테이지’ 2개 작품(극단 <에테르의 꿈>의 「무좀」, 극단 <소소한 일상>의 「각다귀들」) 대구연극의 힘과 전통, 그 진수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대구극단 대표작 열전’ 11개 작품, 생활예술로 대구 연극의 저변을 이끌어 가는 연극을 사랑하는 대구시민들이 직접 준비한 무대 ‘대구시민 연극전’ 8개 작품 총 44개 작품이 공연 되었고 ‘연극공연의 국내외 유통과 교류’라는 주제로 학술대회와 다양한 부대행사들로 이루어져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연극제가 펼쳐졌다.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16개 광역시·도 ‘경영공연’
특히 대구는 공연에 대한 높은 수요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공연산업을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 대구국제호러연극제, 대구국제재즈축제, 포크페스티벌, 대구국제바디페인팅페스티벌 등 다양한 공연예술축제가 연중 펼쳐져 공연문화도시를 만들어가고 있고 대구 공연문화의 확장성과 팽창력이 맞물려 대한민국연극제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경연공연’, ‘해외초청공연’, ‘웰메이드전’, ‘대구극단 대표작 열전’의 작품들이 개막 초기에 같은 날짜와 시간에 집중되면서 관객들의 공연선택과 집객에 일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웰메이드전 – 프렌즈’
필자는 대한민국연극제가 우리나라 최고의 연극경연대회가 되어야 한다고 평소에 주장하는 사람이다. ‘전국연극제’가 ‘대한민국연극제’로 확대 개편되면서 명실상부하게 최고권위의 연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 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국연극제’에서 서울의 지회가 참가하는 이름만 ‘대한민국연극제’에 머무는 아쉬움이 있는 행사였다. 대한민국연극제는 지역 연극의 균형적인 발전과 창작극의 활성화가 그 목표중 하나이다. 지역 연극의 발전은 전업연극인들의 단순한 확대가 아니라 지역에서 연극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연극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져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와 연출도 중요하지만 지역 작가의 발굴도 중요하다. 이번연극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창작초연 작품의 질적 하락이다. 배우는 배우가 되기까지 상당한 준비과정을 거친다. 이에 비해 작가와 연출은 상대적으로 준비과정이 부족할 수 있다. 대학에서도 연기위주의 교육시스템은 비교적 잘 갖추어 졌지만 작가와 연출을 위한 교육은 상대적으로도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초연 작품의 주제전달과 무대의 형상화가 아쉬웠다.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대구극단대표작열전
지역의 연극은 서울에서 공연되었던(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을 재연하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된 초연작품을 공연할 수 있는 창작기반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역연극이 창작초연, 우수창작극의 재연, 번역극 등 다양한 연극들이 존재할 때 지역 연극의 토양이 더 튼튼해진다고 할 수 있다.
창작초연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한민국연극제는 초연연극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초연연극을 강조해도 기본이 중요하다. 연극의 기초는 희곡에서 출발한다. 희곡의 밀도가 떨어지면 아무리 뛰어난 연출과 배우가 노력해도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 이번 연극제에 참가한 많은 팀에서 처음 공연되는 희곡(13개 작품)을 선택했다. 세상에 처음 태어나는 초연으로 좋은 연극을 만들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그 역량을 좀 더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진다.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대구 대극장 앞 공연
연극은 희곡을 바탕으로 한 제2의 창조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심오한 의도를 또 다른 예술인(연출가)에 의한 세상바라보기로 수정할 수 있고, 또 작가가 생각 못한 다른 생각을 덧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부 작품에서는 작가와 연출을 한 사람이 동시에 수행하면서 자신의 오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에만 머무는 작품이 있었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훌륭한 작품이 탄생되었다면 그 분들의 천재성을 입증할 수 있었겠지만 너무 많은 짐을 혼자지려다 보니 작품의 완성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연극의 완성은 희곡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류가 있는 작품을 연출이 재 해석하고 해체하고 각색해서 좋은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희곡이 바탕이 되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분명하고 의도가 선명한 희곡, 구성이 잘 짜여진 희곡은 좋은 연극을 만드는 첫 번째 과정이다. 두 번째는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서 관객에게 분명히 전달되게 계획된 연출의 동선과 장면구성, 강조, 선택이 필요하다. 배우는 연출과의 토론을 바탕으로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의 의도가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는가 생각하고 연기해야 한다.

이번 연극제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웠던 점은 한명의 리더가 연극의 모든 것을 다 해결하려는 과욕이었다. 한 사람이 작가와 연출을 동시에 한 작품이 6개 작품, 연출과 배우를 한 작품이 2개 작품, 작가와 연출, 배우를 동시에 한 작품이 1개가 있었다. 물론 유명한 연출가들이 직접 쓴 작품을 연출하기도 하고 세계적으로도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본인이 다 해결 하기 위해서는 더 치열한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한 열정만으로 임한다면 지나친 자기 과신이 될 수 있다.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굿모닝써어터!’ 공연모습
연극은 협업이다. 한명의 리더가 주도해서 극을 완성하기도 하지만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이 뭉쳐져야만 되는 예술이다. 구성원 개개인을 믿고 서로 협의하고 의지하고 도움 받는 연극이 되었으면 한다. 현실은 위대한 리더를 원하는지 모르지만 구성원들의 개개인의 능력과 열정, 노력도 믿어보자.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폐막식
폐막식에서 이번 대회 심사위원장이신 정진수 선생님의 심사결과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상작품의 선정이 9명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되었고…… 희곡상, 연출상, 무대예술상까지 주요부문 상 모두 석권하였고 이 또한 만장일치…… 채 숙성되지 못한 수준미달의 대본을 위하여 배우, 연출, 스태프진과 아무 죄가 없는 관객들까지 생고생을 시키는 참담한 결과를 빚을 수밖에 없었다. 부디 내년부터는 희곡작품선정에 신중을 기해 달라 무엇보다도 본선대회 못지않게 예선대회도 철저히 준비해서 치뤄 주시길 당부 드린다. 수준미달의 작품이 본선대회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연극제에 대한 모독이다 라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