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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한무창 : 꽃들의 충돌>전
글_정세용 B커뮤니케이션 대표
Y+ 아티스트 프로젝트는 대구미술관이 2012년부터 젊은 작가(만 39세 이하) 발굴과 육성을 위해 추진해오던 ‘Y 아티스트 프로젝트’의 취지와 개념을 확장한 프로젝트이다. 2016년부터 Y+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국내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도유망한 40대 중견작가(만40세∼49세)를 발굴해 그들의 작업 활동을 지원하고 미술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그 목표로 하였다.
작년 배종헌 작가에 이어 올 해 한무창 작가를 선정하여 ‘꽃들의 충돌’이라는 제목으로 대구미술관 제4, 5전시장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어 대문편집위에서 취재하였다.
한무창작가

한 작가는 영신중학교와 경신고등학교 그리고 계명대학교를 거친 대구 토박이 예술가이다.음악, 체육(특히 높이뛰기선수로 우수한 성적을 내었다), 미술 등 다양한 곳에 재능과 관심이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은 그의 부모님 영향이 컸다. 아버님은 교장선생님이셨고 서예, 문학, 그림, 피아노 등 다양한 곳에 관심이 많으셨다.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님의 감수성이 더해져 딸 일곱, 아들 하나인 집안에 막내로 태어나 음악하는 누님 2, 미술 하는 누님 2, 수녀님1명 등 집안 전체가 예술적 환경이 충만했다. 이러한 집안 환경은 한 작가의 예술성이 발현하기위해 기다려주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어릴 때부터 감수성과 감정, 사물을 다르게 볼려는 시각이 길러졌다.

본격적으로 고 1때부터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 계기는 아주 특별한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학교 수업 중 창 밖의 비둘기가 날아들어 본인 바로 옆 유리창 밖에 앉았다. 계속 머무르며 한 작가와 무언의 소통?을 하였는데 이것이 어떻게 보면 특별한 것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 작가의 평범한 일상에 비둘기가 들어옴으로 자유와 감수성을 폭발시키는 촉매로 작용했노라고 고백하였다. 그때부터 한 달간 책 한권을 만들만큼의 시를 쓰기 시작하였고 프랑스 영화도 계속 찾아보게 되었다. 실제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프랑스에 무작정 가기위해 노력하였고 그러한 한 작가를 이해하지 못한 아버님과의 갈등으로 집도 뛰쳐나간 경험이 있다. 사춘기와는 또 다른 감수성이 뿜어져 나오던 시기였다. 결국 미술을 하게 위해 준비하였고 오랫동안 반대한 아버님을 설득하였다. 결국 계명대학교 미대에 입학하였고 아주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였다. 원해서 들어간 학교였고 좋은 교수님들에게 배움은 있었지만 뭔가 다른 예술을 추구하였고 그 걸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였다. 교수님들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고 항상 다른 걸 하며 새로운 것을 추구하였다.

계명대의 풍토가 지금은 구상계열이 많지만 80, 90년 대 초반만 하더라도 현대미술 경향이 아주 컸다. 한 작가는 3학년까지 아이러니 하게도 구상작업을 주로 하였고 3학년 2학기부터 현대미술로 기울었다. 열심히 작업하였지만 교육자이신 아버님의 권유로 일반 대학원이 아닌 교육대학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반 대학원생보다 훨씬 더 많은 작업을 하였다. 재학생이던 학부 4학년 때부터 대구 현대미술가협회에 들어가 당시 활동하던 이교준, 남춘모 등과 활동하였다. TAC 그룹으로도 활동하는 등 그 때 대구지역의 현대미술 그룹엔 거의 다 들어가 활동하였다. 99년까지 협회활동을 하고 2000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에서 석사 까지 다 했지만 독일에서 다시 학부부터 석사 까지 다시 미술을 전공하였다. 베를린에서 3년 학부부터 시작하여 뉴렌베르크에서 9년동안 미니멀 작업과 영상작업등의 자유롭게 매체를 구사하며 감정을 표현하였다. 독일에선 색을 쓰지 않았지만 한국에 와서 본격적으로 색을 쓰기 시작하였다. 한 번 시작한 작업들은 색의 끝을 보고 싶어서 몇 년간 계속 작업하였고 결국 대구 미술관에 초대되었다. 한 번 초대되기 시작하니 지금까지 세 번째 단체전과 개인전에 초대되었다.

한 편, 그는 유학시절 베를린의 한 공원에서 무리지어 날고 있는 까마귀 떼를 목격하였고 그 무리 중 한 마리가 땅에 내려앉는 것을 보았다. 왜 한 마리만 내려앉았을까? 아픈가? 한참이 지나도록 그 한 마린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궁금한 나머지 까마귀가 있는 곳으로 가서 확인해 보니 그건 바람에 흩날리던 검정 비닐이었다. 고등학교 때 감수성 폭발의 촉매가 된 그 경험처럼 이번에도 그에겐 큰 깨달음의 순간이 되었다. 찰나의 현상이나 우연적 상황에도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깨달았다. 세상의 모든 것은 개념화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왔다. 새로운 발견을 하기위해 그리고 더 밀도 있게 세상을 이해하고 확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사물을 다르게 보기가 필요하다고 작가는 역설한다. 그는 그러한 다양한 보기를 방법론으로 수용한다.

이 번에 대구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찾아낸 비닐, 종이, 함석판, 플라스틱 등 일상 속에서 수많이 쓰이는 소중하지 않거나 관심 없는 것들이 미술적 언어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한 흔적의 이미지와 이미지 전환을 통해 그만의 추상적 공간으로 만들어내었다. 대부분 사적인 경험에서부터 출발하는 한무창 작업의 핵심 키워드는 일상, 우연, 그리고 관계이다.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의미 있게 다가온 경험이나 상황을 통해 “왜 그럴까?”라고 끊임없이 자문한다. 이를 통해 무작위적 배치나 조합의 과정을 거쳐 한무창만의 추상적인 이미지를 창조하게 된다. 전시 타이틀 ‘꽃들의 충돌’에서 ‘꽃’은 모두가 꽃이라고 당연히 알고 있는 이것이 언제, 누구로부터, 도대체 왜 ‘꽃’이 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꽃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 언어가 가지는 상징성과 언어와 언어의 관계, 나아가 모든 것의 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다.
한 작가의 작품들을 관람하려면 신발을 벗고 미술관 제공한 슬리퍼를 신고 전시장에 입장하여야 한다. 관람을 위해 신발을 벗는 것은 익숙하진 않지만 무거운 신발을 벗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선 순간 쉽게 경험하지 못한 시각적 경쾌함을 느끼게 된다.
이 번 전시를 위해 4,5 전시실 바닥, 벽면 그리고 천장까지 대규모 공사를 하였다. 특히 벽면에 비해 바닥공사는 더 많은 과정과 경비가 필요하였다. 첫 번째 합판을 깔고 그 위에 흰색 도장되어진 MDF를 깔았다. 합판 마디엔 실리콘으로 메꾸어서 2번의 락카도장이 원 전시장 바닥을 손상시키지 않게 하였고 또한 락카의 냄새를 지우기 위해 끊임없이 환기를 미리 해야 하였다. 작가가 시각적으로 경험한 사물의 완전한 객체화에 작가 지원비의 대부분을 할애 할 만큼 바닥 공사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는 미술관이 쿠사마 야요이 전을 통해 경험한 바닥 공사도 한 몫을 하였다. 이처럼 작가가 고집한 시각적 경쾌성, 사물에 대한 가감 없는 객체화를 위해서 대구미술관 측이 아낌없이 배려한 까닭이다.

스키장을 가면 하얀 눈 밭에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화려한 복장의 스키어 들이 왠지 더 경쾌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작가는 사물을 더 명확하게 보기 위해 흰색 A4지를 꽃 뒤에 대 보았다. 그러자 그동안 보아 왔던 색과는 다른 색이 나오기도 하고, 형태도 더 세밀하게 보였다고 하였다. 이는 실체에 보다 가깝게 다가간 것이라 생각되었고 이번 전시도 그런 맥락에서 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시공간을 천장부터 바닥까지 흰 색을 칠해 전시장 속 모든 존재를 탐구 대상으로 놓았기 때문이다.

2003년 그의 3살 된 아들이 그의 작품을 보고 “아빠, 이게 꽃이야?”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아이가 “그런데 꽃이 뭐야?”라고 되물었다. 이처럼 꽃들의 충돌이라는 제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의 당연한 것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쓰고 버리는 것들에 대한 관심, 사소하고 관심 없는 것들.

한 작가의 작품은 화이트 큐브안에 들어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그만큼 관람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작가의 주관을 관람자에게 배려하였다. 작품 속 다양한 콘텐츠의 존재 가능성은 우연성과 중첩성, 그리고 색채감이 만들어내는 충돌 때문이리라. 전시실의 바닥과 벽면 전체를 모두 흰 색으로 만들어 바닥마저 (화이트큐브적) 흰 공간이 되었을 때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것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