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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5
음악장르에서의 차기 정부의 문화정책 방향
글_권은실 작곡가, 대구음협 부회장
들어가면서 – 지난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 돌아보며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다짐으로 나라를 이끌어가기 시작하고 있는 지금, 모든 국민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 이유는 ‘국정농단’과 ‘탄핵’ 등으로 우리 국민에게 큰 상처와 혼란을 안겨준 지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에서 오는 것이다.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분야에도 지난 정부가 미친 악영향은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지난 정부가 내세운 ‘문화융성’ 정책은 모든 국민이 문화와 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문화 예술인의 창작지원을 위해 지원제도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세계 속에서 한류 문화가 사랑을 받으며, 국민은 그로 인해 큰 자긍심을 갖게 되며, 아울러 ‘문화융성’이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부흥을 일으키는데 새로운 동역을 줄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정책이었다. 그러나 그 철학과는 다르게 기회도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도 공정하지 않았고, 결과도 정의롭지 않았다.

서울문화재단 주최로 2016년 11월 9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회. (출처 :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도리어 문화예술계에 인사들의 성향을 분류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파문은 지난 정부가 판단하는 ‘부정인사들’에 대해 정부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는 주장과 의심이 계속 제기되었다. 소문으로만 생각했던 일이 사실로 밝혀지고 증언들이 속속히 나오고, 수백 명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재직시절에 보았다는 모 장관의 증언도 있지 않았는가. 매해 마다 문화예술지원금은 줄어들었고, 당연히 지원을 받아야 마땅한 사업들이 이유 없이 탈락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그렇다고 지난 정부의 문화정책이 전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문화예술사업을 진행하는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시민과 함께 참여하는 문화예술사업과 문화예술교육사업들이 이전보다는 많이 활성화되었고, 그로 인해 문화예술 소외계층들이 조금이나마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부에게 바라는 문화정책에 관하여 원고를 청탁받고 어디서부터 글을 시작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지난 정부의 과오를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하는지, 상처를 들추어내지 말고 새로운 정부에 대한 바람만을 써야 하는지…’과거의 반성 없이는 긍정적인 미래는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따라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필자가 보는 시각에서 지난 문화정책에 대해 잠시 비평해보았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문화융성’이라는 철학 앞에 언행이 일치하지 않았던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에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문화정책을 개혁하여야 한다.

새로운 정부에 바란다 – 음악분야에서 문화예술정책의 방향성 제시
우선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우리나라 문화예술정책의 목표가 무엇인가이다. 목표가 뚜렷해야지만 정책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목표는 첫째, 국민이 누리게 되는 예술의 수준의 질적 향상이고, 둘째는 문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민에게 골고루 분배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의 목표를 균형 있게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안과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 목표를 가지고 음악분야에 필요하고 개선되어야 하는 문화정책에 대해 몇 가지로 요약해 보고자 한다.
첫째, 문화예술교육정책의 민주화
수준 높은 예술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예술문화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 한국의 학교교육에서는 점점 음악수업이 줄어들다 못해 사라지는 실정이다. 학교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른 나라에 비해 문화정책의 수준이 앞서있는 독일은 1950년에 우리나라의 현재의 실정과 비슷하게 교육개혁에서 예술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축소되면서 문화예술교육이 위기를 맞았다. 그 후 1970년에 독일은 민주시민교육이나 주민활동, 청소년교육 등이 활성화되어 ‘학교 밖의 교육’으로 시민문화센터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단체, 청소년예술 및 창조학교와 구마다 설치된 국민교양대학(Volkshochschule)의 각종 문화프로그램, 학원 및 학교, 박물관 관련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예술문화교육이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입시위주의 학교안의 수업에서 점점 밀려나는 예술교육을 우리나라도 정책적으로 사회에 활성화해 많은 시민에게 경제적 부담 없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소외층이 문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 예를 들어 무료교육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El Systema와 같은 정책이나 2013년부터 시행한 우리나라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학교 밖 음악교육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과 부모들에게 학습과 체험을 통해 쉽게 클래식 음악이나 국악에 접근하도록 이루어지는 아주 바람직한 문화예술교육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육은 경제적 이유로 악기를 살 수도 없고 배울 수도 없는 청소년들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제공하고 개인 지도를 통해 개인의 재능을 발견하고 개발시키며, 더 나아가 인재를 발굴하는 제도가 된다. 이 바람직한 문화예술교육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모든 국민이 문화예술을 골고루 누릴 수 있고, 또한 재능 있는 인재들이 경제적 이유로 그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지원 교육기관을 더 늘이고 강화해야 한다. 또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초예술교육이 중요함으로 고등학교 교육까지는 예술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기를 새 정부에 바란다.
꿈다락토요문화학교
둘째, 문화의 지역분권화와 순수창작활동에 대한 지원 확대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문화계는 상처가 컸기 때문에 새 정부에 문화정책에 기대가 크다. 블랙리스트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적폐를 확실하게 청산해야 한다. 음악계에도 블랙리스트의 대상으로 불이익을 당한 단체와 개인들도 꽤 있었다. 단지 지원금을 받지 못해서 불만을 느끼는 것만은 아니라 창작의 자율성을 짓밟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원금은 얼마나 공정한 심사절차를 밟고 선정되는지 의문점이 많이 생긴다. 지원금 신청 후 결과를 보면 사업의 내용을 보고 선정 또는 지원금을 측정하기보다는 사람이나 그 단체의 역사와 지난 평가를 보고 뽑는 경우가 많다. 심사위원이 누구인가에 따라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창작의 자율성’을 더 중시하고 사업의 내용을 철저히 분석하고 검토하여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요즘은 지역을 대표하는 사업이라도 중앙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지원금을 신청하면 거의 탈락된다. 대구의 민간단체로 유일하게 중앙에서 5년간 연속으로 지원을 받았던 ‘대구국제현대음악제’도 2016년부터 올해까지 2회 연속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그 사업의 규모나 내용을 보았을 때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지역의 행사는 지역에서 지원받는 것이 지역문화 분권화로 합당할 것 같으나, 지역의 지원금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국제적인 규모의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대구국제현대음악제
대구문화재단은 설립 이후에 많은 발전이 있었음을 피부로 느낀다. 우선 행정적 업무를 맡은 직원들의 대부분이 예술분야의 전공자들이고 직업의 특수성에 맞는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전보다 지원사업을 진행하는데 친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다른 분야에 비해 음악분야에 활동하는 음악인들과 음악전문단체들이 대구는 많다. 문화재단에서 집행하는 문화예술진흥공모사업을 통해 많은 단체와 개인이 지원을 받고 활동을 하고 있다. 예년보다 사업의 종류도 많아졌으며, 올해는 개인지원금도 연령대별로 생겨서 수혜자의 층이 넓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예산이 부족하며, 정당한 이유를 알 수 없이 탈락되는 단체도 많다. 중앙의 지원금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현재는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은 지역 문화재단에서 지원하여야 하며, 한해의 예산안에서 지원금을 골고루 나누어 주는 방법보다는 창작 음악사업이나 지역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사업에 지원을 강화하여야 한다. 또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작 작업을 하는 청년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대구문화재단의 2017년 문화예술진흥공모사업으로 ‘지역특성화 Track’ 과 ‘개인예술가 창작지원사업’의 카테고리는 예년보다 그 지원의 범위가 더 늘어났다, 이것은 창작활동을 하기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너무 반가운 일이고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1999년 이후 각 지역에는 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 중앙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지자체와 공생하며 문화사업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중앙 집중 현상은 여전하다. 정부는 문화분권의 지향을 위해 지역의 예술인, 지역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온 국민이 질 높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문화적 혜택을 지금보다 더 누리려면 지방의 문화예술 지원을 더 확대하여야 한다.

셋쨰, 공연장과 상주연주단체, 상주작곡가 육성사업지원 확대
이미 대구지역의 몇 공공 공연장은 상주단체육성사업을 하고 있다.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사업의 목적은 수준 높은 공연과 공공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공연장의 가동율을 높이고, 상주단체는 안정적인 여건 속에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역의 공연장과 공연단체를 매칭하여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구의 여러 공공 공연장에서 상주단체가 선정되어 활동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올해는 4개의 공연장과 상주단체가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이 줄어들어서인지 공공 공연장에서 신청을 하지 않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부 정책으로 공공 공연장은 의무적으로 하나의 상주연주단체(오케스트라, 실내악 , 합창단 등)와 더 범위를 넓혀서 상주작곡가를 해마다 또는 2년에 한 번씩 선정하여 안정적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 사업을 활성화 하였으면 한다. 공기관이나 학교의 전임으로 직장을 갖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작곡가, 연주가들에게도 기회가 있으면 그들의 예술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혜택은 단체나 개인 음악인에게 한 해에 몇 번 공연장에서 연주할 기회와 상주해서 작곡하고 연습할 수 있는 장소와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하면 더 질 높은 공연으로 공연장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넷째, 해외교류사업의 지원확대– 대구,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가자!
최근에 한류의 붐으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해외에서 많은 수입과 그 인기를 얻어왔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영원하지 않다. 대중예술사업은 유행을 따라 구매자가 움직이기 때문에 상업적 가치가 떨어지면 그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 대중예술은 상업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충분히 자생할 수 있다. 그러나 순수예술은 그 가치를 타목적성에 두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에 쇼팽콩쿨에 우승한 조성진이나 백건우, 조수미 같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공연은 순식간에 매진된다. 이렇듯 순수예술은 경제적으로도 국익을 가져오지만, 그뿐만 아니라 후대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나라의 문화가치 또한 높여준다. 바흐나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은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필자는 유학 후 귀국하여 ‘현대국악앙상블 굿모리’를 창단하였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가장 우리다운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다른 나라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연하고, 여러 나라의 대표적인 국제음악제에 초청받아 매해 3회 이상 해외에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의 회외교류지원금은 이 단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렇듯 한국의 많은 연주자, 작곡가, 연주단체들이 세계 속에서 인정을 받고 활동을 하고 있다. 음악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예술분야에서도 해외에서 인정받고 활동하고 있는 많은 한국예술가들이 있다. 정부는 해외교류사업과 해외레지던스프로그램 지원사업을 확대하여, 실력 있는 예술가들이 세계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대구시는 올해 ‘세계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하기 위해 작년부터 준비하고 추진하였다. 대구의 음악역사와 인프라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서의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대구시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가입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또한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강조했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문화정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