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목차보기
기획특집
Print Friendly, PDF & Email
기획특집 #4
건축장르에서의 차기 정부의 문화정책 방향
글_최영준 건축사사무소 아키텍톤 소장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치적 독립성
문재인 대통령 취임으로 시작된 차기 정부는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으로 탄생하였다. 이 불행한 사태는 블랙리스트를 운영하면서 차별과 배제, 불공정한 선별적 지원으로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훼손하였으며, 특히 문화예술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이용하면서 초래되었다. 안타깝게도 그 중심에 문화예술 정책을 주도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있었다.

과거 대한민국 정부의 문화정책을 대하는 태도를 엿보기 위하여 문화정책 및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연혁을 살펴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국가의 이념과 정책 선전을 목적으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공보처(1실 4국: 비서실, 공보국, 출판국, 통계국, 방송국)를 모태로 한다.

진보당 조봉암 후보가 “투표에 이기고 개표에 진 선거”라고 표현했던 1956년 5·15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무총리소속으로 있던 공보처를 폐지, 대통령소속 공보실로 개편하였다. 그 후 1961년 5·16군사정변 후에 공보부로 격상, 1968년 문교부에서 문화·예술 관계 업무를 이관받아 문화공보부로 개편되었다.1)

이후 1990년 공보처와 분리되어 문화부(초대장관: 이어령)로 독립되기 전까지 문화담당 행정부처는 독재 정권의 선전 수단이었으며, 문화정책에 있어서 국가적 의지가 절대적이었다. 공보 중심의 문화정책은 문화예술을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음반, 영화 등의 사전 검열, 불공정한 선별적 지원 등 문화예술 활동을 국가가 철저하게 통제하였다.

1990년 문화예술 분야를 전담하는 독립행정부처로 독립한 문화부는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문화부의 조직을 확대하여 문화체육부로, 1998년 문화관광부로 개편되었고,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18년 만에 다시 옛 공보처인 국정홍보처를 통합하여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로 재편되었다.2)

이렇게 볼 때 문화 분야 전반의 업무와 국정에 대한 홍보의 업무가 같은 기관에서 이루어진다면,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가(단체)를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하는 불행한 사건이 재발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는 다시 공보 업무를 국정홍보처를 부활시켜 이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를 대통령과 정부의 홍보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1990년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문화정책
1988년 서울올림픽의 영향과 1990년대의 신자유주의 파고는 문화정책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문화정책은 대부분 문화산업의 관점에서 수립되었고, 순수 예술은 문화정책으로부터 소외되었다. 결과적으로 문화정책을 주도하는 문화부는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었지만,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서울올림픽대회 국기광장 (출처 : 네이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이명박 정부는 ‘문화강국’을,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을 문화예술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지만, 지나치게 문화 산업에 집중하여 이들 정부가 추진한 문화예술 정책 과제들은 상업적으로 전락하였고, 문화정책은 부정부패의 도구로 이용되었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문화정책의 중심방향이 사람이 아닌 문화산업에 맞춰지게 되고, 문화예술이 아닌 문화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문제를 야기했다.

정책의 목적은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 문화정책은 문화예술을 매개로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 복지정책의 일환이다. 따라서 수익성을 창출하는, 한류라는 상품을 수출하는 문화산업이 아닌,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대중에게 다가가는 문화시설을 건립하고 운영 지원하여 문화 향유로부터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영향과 1990년대 세계화가 낳은 문화의 표준화·획일화 논리에 대항하기 위하여 중앙정부가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주도하다 보니 문화예술의 서울 집중화가 심화되었으며 지역 간 문화적 불평등이 심각해졌다. 대부분 문화정책은 중앙을 거점으로 하여 수립되고, 지역은 문화정책으로부터 소외되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내에서 문화의 표준화·획일화를 잉태하였다.

지금까지 문화정책 및 행정이 중앙집권적이었으나, 이제 지역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지역 중심의 문화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는 지자체들이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자율적인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나누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의 독특함과 정체성이 세계 속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유효한 전략”으로 남고 “지역 단위 정체성의 총합”3) 으로서 창출되는 한국 문화는 문화 다양성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을 갖출 수 있다. 다양한 문화의 원천은 지역에 있다.

지역문화정책

압구정 로데오거리 (출처 : 네이버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강남구 도시 조경)
세계화가 낳은 문화의 표준화·획일화와 지역의 콤플렉스는 우리의 도시 공간에서도 여러 가지 현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초 미국 비버리힐즈의 세계적인 패션거리인 로데오거리를 표방한 당시 신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문화의 거리로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탄생되었다. 이후 지방의 각 도시마다 이름 붙여 우후죽순 생겨난 로데오거리가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에는 자본주의적 문화 소비의 유형이 공간적으로 나타나는 소위 유행이 싹트는 서울의 힙타운(개성을 중시하고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지역) 중 하나인 이태원의 경리단길의 이름을 딴 대구의 봉리단길은 지역이 갖는 콤플렉스의 절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문체부가 문화도시 조성사업(지역의 도시를 문화적으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선정된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동리단길), 경주 역사문화도시(황리단길) 그리고 전주 전통문화도시(객리단길) 또한 마찬가지이다. 가로 공간의 정체성과 지역적 차이가 전혀 없는 자본주의적 문화 소비 공간이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지역 도시에 복제되고 있음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이와 같이 지방도시에서 나타나는 서울 콤플렉스는 지역적 문화 독재주의와 지역의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문화가 빈약하므로 발생한다.
경주 ‘황리단길’ (출처 : 경상북도블로그)

우리는 “참여정부에서 핵심 국정 과제로 지방 분권과 국가 균형 발전을 두고 2004년 지역문화 활성화 대책을 수립하였으며 주요 대책으로는 문화예술교육의 확대를 통한 지역의 문화적 활력 제고, 인력과 프로그램 지원을 통한 문화 기반 시설의 운영 활성화 등을 주요 대책으로 내세웠다”4)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실천하려는 국민의 노력으로 잉태되었다. 새 정부의 문화정책이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수립 이후 지난 정부들의 문화정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문화정책 이념을 재정립하고 지역적 문화민주주의 차원에서의 지역분권을 목표로 문화정책을 재수립해야 한다.

우리가 지역적 문화민주주의 차원에서, 지역문화 육성을 목표로 건축 장르에서 생각할 수 있는 지역 문화정책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1) 지역 도시건축 문화유산 보존 및 관리 지원
대한민국정부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공유자산인 도시건축 문화유산을 잘 보존해야 하며, 최상의 조건에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이러한 공동의 자산에 접할 기회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그에 따라서 조선시대 이전에 국한된 등록문화재의 범위를 근대시대로 확대,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2001년에 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각종 개발행위와 경제적 논리에 의해 철거·훼손되는 근대 건축물과 산업시설물이 많다. 따라서 정부는 지자체가 근대 건축 문화유산 현황을 조사하고, 등록문화재 지정에 그치지 않고 자본의 논리에 사라지는 근대 건축 문화유산을 보존, 관리할 수 있는 권한과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보존된 건축 문화유산을 공공에 개방하기 위한 노력하도록 다방면에 걸친 지원을 해야 한다.
2) 소외 지역의 문화시설 건립
수익성과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더라도 중산층과 서울에만 집중된 문화예술을 대중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시설을 지방 중소도시에 건립하고 운영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각각의 중소도시에 건립하기가 경제적 타당성이 매우 떨어진다면, 2~3개의 중소도시가 연대하여 설립,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해야한다. 그리하여 국민의 문화에 대한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성을 높일 수 있다.
3) 지역 거점 도시건축센터 설립 및 운영 지원
물리적인 도시건축 문화유산을 보존, 관리하는 것만큼 도시건축 문화유산의 기록물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보관, 관리, 공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도시의 역사와 계획과 관련된 기록과 도면, 지도를 비롯하여 건축물의 기록과 도면 그리고 건축가에 대한 기록물을 관리하는 도시건축센터를 지역 거점 도시에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자체를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 연간 10조의 예산으로 수립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지역의 도시건축센터는 문화 영역에서의 든든한 지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4) 지역의 주체성 제고를 위한 인력 양성 지원
중앙 정부에서 정책 수립을 수립하고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하는 중앙 독점적 상황은 문화예술 관계자 및 전문가도 마찬가지이다. 지자체들이 문화 정책과 행정을 자율적으로 수립할 수도 있어야 하겠지만, 지역이 문화예술 정책과 행정의 지역성과 주체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에서 일상을 영위하고, 관심을 중앙이 아닌 지역에 두고 있는 전문 인력을 키우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역연구기관과 단체를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거점 대학을 지원하여 인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문화민주화를 이루어야 하며, 문화의 다양성 차원에서 중앙에 집중된 문화예술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정책의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의 성장이 중앙정부의 지원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대구 지역 문화예술계와 지방자치단체인 대구광역시가 준비하고 갖추어야 할 점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1)문화체육관광부(2017), 연혁, http://mcst.go.kr (접속일:2017. 5. 31).
  • 2) 「문화체육관광부」, 『두산백과』, 네이버지식백과(접속일:2017. 5. 31).
  • 3)최현묵, 「문화 민주주의를 위한 제언」, 『최현묵의 공연예술 탐색』, 해조음, 2011, 248쪽.
  • 4)이정화, 앞의 책, 2014, 56쪽.